김영진 “다수의 의원들이 특검법, 국정과제 1호 아니라고 생각”
법무부 장관 하마평, 박균택만 “지금도 늦었고, 빨리 처리 해야”
[시민일보 = 이영란 기자] 이번 정기국회 때 ‘조작 기소 특검법’을 처리하겠다고 벼르던 더불어민주당이 ‘민심 이반’을 우려하며 속도 조절을 요구하는 당내 기세에 밀려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당내 강경파 의원들이 오는 9월 정기국회 처리를 압박하고 있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연루된 사건들이 다수 포함된 데다 특검에 공소취소 권한까지 부여하는 조항을 둘러싸고 논란이 길어지면서 ‘당장 처리할 사안이 아니다’라는 현실론에 힘이 실린 결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인 김한규 의원은 27일 “일단 민생을 챙기는 일을 먼저 해야 하지 않느냐”며 “국민적 공감대를 덜 얻는 법안을 처리할 수는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날 CPBC 라디오에서 “‘조작 기소’에 대해 ‘정말 심했다’는 국민 인식이 있어야 하는데 국회의 특위 활동에도 그 정도의 여론이 조성되는 것 같지는 않다”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이어 “그런 작업을 선행하지 않고 다시 특검법을 바로 처리한다는 것은 현 상황에서 맞지 않는다”며 “국민의 공감대가 있어야 추진할 수 있는 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공소취소 규정을 빼야 한다’, ‘필요하면 검사가 독자적으로 공소취소를 할 수 있다’ 등의 당내 의견을 소개하면서 ‘공소취소권 부여’ 문제가 특검법 처리 과정의 최대 쟁점임을 부각시켜 눈길을 끌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인 같은 당 김영진 의원도 “많은 민주당 의원들이 (조작기소 특검법 처리가)국정과제 1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충분하게 국민적 의견을 듣고 판단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조 친명계’로 알려진 김 의원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에서 “민생이 어려워진 지금, 이런 문제 해결에 더 집중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민주당 정책위의장인 권칠승 의원도 “지난 정권 시절 검찰권의 남용, 표적 수사, 또 조작 이런 부분들에 대해 당내 문제의식은 그대로 있다”면서도 “어떤 내용을 만들어서 법적으로 통과를 시킨다는 건 또 다른 문제”라고 신중론에 힘을 실었다.
권 의원은 전날 kbs 라디오에서 “9월 정기국회 때는 국정감사도 있고 민생 현안 법안들을 처리하는 게 최우선”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다른 정치적인 문제 법안들 때문에 민생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국회 법사위 소속으로 차기 법무부 장관 하마평에 올라있는 박균택 의원은 “아직 당론이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지금도 늦었고, 빨리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잘못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되돌릴 수 있어야 하는 게 국가 공권력이 취해야 할 바른 자세”라고 강조했다.
특히 특검에 공소취소권을 부여하는 데 대해 “특검에게 임의적인 권한을 주는 것이 아니고 사건이 조작됐다고 진상이 확인되면 그때 그 권한을 준다는 의미”라며 유일하게 찬성 입장을 드러내면서 “대통령이라는 이유로 고통받아도 되는 것이냐”라고 반발했다.
한편 민주당은 지난 4월30일 ‘윤석열 정권 검찰청·국가정보원·감사원 등의 조작수사·조작기소 등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수사 대상에는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의혹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비롯해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위증교사 의혹, 백현동 개발 의혹, 성남FC 관련 사건, 경기도 법인카드 및 배임 의혹 등 이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12개 사건이고 이 중 이 대통령이 피고인으로 연루된 사건은 8건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 당시 서해 공무원 피격 및 통계 조작 의혹 등도 수사 대상에 들어갔다.
특히 이 과정에서 수사 뿐 아니라 기존 사건의 공소 유지 여부를 판단하고 공소취소 권한까지 특검에 허용하는 내용이 법안에 포함되면서 ‘셀프 공소취소’ 논란이 제기됐다.
대통령이 특검 후보자를 임명하는 구조에서 대통령 본인과 관련된 재판의 공소취소 여부를 특검이 판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형사사법 절차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핵심 쟁점으로 부각된 것이다.
다만 민주당은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통령 사건을 대상으로 한 공소취소 특검’이라는 비판이 거세지자 법안 처리를 미룬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민생·부동산·물가·고금리 등 국민 생활과 직결된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여당이 최우선 입법 과제로 조작기소 특검법을 밀어붙일 경우 ‘대통령 사법리스크 해소용 법안’이라는 야당 공세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검법 처리에 대한 민주당의 선택지가 좁아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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