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체감경기 간극 크고 저물가 장기화 우려도
8월에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선택은 ‘동결’이었다.
대내외 변동 상황을 더 지켜보자는 판단이 현 통화정책을 유지한 배경으로 읽힌다. 앞으로의 금리 향방은 전문가마다 제각각이다.
◇금리 변화 왜 없었나
한은 금통위는 8일 전체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2.50%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5월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2.50%로 내린 이후 석달 연속 동결 조치다.
시장의 예상이 적중한 셈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설문조사에 응한 채권전문가 210명 전원이 이달 금리 동결을 점쳤다.
금통위가 금리를 묶어둔 데는 현 시점에선 통화정책 전환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지표로 본 경제와 체감경기 간 간극이 크다.
2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1.1%로 9분기만에 0%대 성장을 벗어났다. 지난달 수출도 458억41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2.6% 늘었다. 6월 광공업생산은 전월과 견줘 0.4% 증가해 플러스(+)로 돌아섰고, 설비투자지수도 4.5% 신장했다. 취업자 수 역시 전년동월대비 36만 명 늘어 두 달 만에 30만 명대를 회복했다.
이 지표만 놓고 봤을 때 금리 인상 유인이 크다. 하지만 실제 기업과 민간 경제심리는 한겨울이다. 7월 제조업체의 경기실사지수(BSI)는 7포인트나 내려 1년 만에 최대 낙폭을 보였고, 민간 경제주체들의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경제심리지수(ESI)도 6개월만에 최저치인 92에 머물렀다.
1%대의 저(低)물가와 불확실한 대외 여건도 금리 조정을 머뭇거리게 요인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11월 이후 9개월째 1%대 물가 상승률이 이어졌다. 이는 한은의 중기 물가안정목표 범위인 2.5~3.5%에 한참 못 미친다. 저물가가 심화하면 경기 활력은 더 떨어질 수 있다.
김중수 총재는 “올해는 중부지역에 장마가 집중되면서 6월 하순부터 채소가격이 올랐다”면서 “과거의 패턴으로 미뤄 짐작컨데, 물가가 많이 오르는 8~9월의 상황이 어떻게 될 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가 전망의 한계도 토로했다. 그는 “물가 결정 요인의 50% 가량이 공급 측면에서 와서 물가를 전망하는 데 수요·지속성 등에 한계 있다”면서 “지난달에 올해 물가 상승률을 1.7%로 예상했는데, 물가목표치 하단에 접근할 수 있을지 예의주시 하겠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중국의 성장 둔화가 지속되는 것도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김 총재는 “우리나라는 경상수지 흑자가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어서 인도를 비롯한 다른 신흥경제권에서 경험하고 있는 자본유출이 나타날 확률이 낮다”면서 “조그마한 변화에 과민 반응한다든지 과잉 대응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우리 경제가 대외 여건에 많은 영향을 받는 만큼 국제금융시장 변동을 유심히 관찰하고 때를 놓치지 않게 대응할 필요는 있다”고 언급했다.
이번 한은의 결정 배경을 놓고 전문가들의 판단도 금통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팀 이사는 “물가 우려가 상존하나 통화정책을 건드릴 만큼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진 않다”고 분석했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국내 경제에 큰 변화가 없는 상황인데다 물가도 아직은 안정돼 있는 편”이라면서 “미국의 출구전략 움직임과 중국 성장둔화 문제 역시 금리 수준을 변동시킬 만한 변수로 보진 않았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 시기·방향성 놓고 ‘분분’
연내 기준금리를 조정할 수 있는 기회는 이제 4차례(9~12월)뿐이다. 그러나 이 기간에 금리가 조정될 지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견해가 갈린다. 방향성 조차 인상과 인하로 쪼개진다.
오현석 이사는 “세수 부족 상황을 살펴봐야 하는데다 우리나라 통화정책과 비슷하게 움직이는 호주중앙은행(RBA)이 금리를 낮췄다”면서 “연내 한 차례 금리를 내릴 여지는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 6일(현지시간) RBA가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2.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반면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미국 출구전략 실행과 국내경기 회복을 확신하기 어려워 금리를 올리기도 내리기도 애매한 상황”이라면서 당분간 동결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금리 인상에 베팅 걸기도 한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외국자본의 급격한 유출을 막으려면 국내 금리를 소폭이라도 올려놔야 한다는 게 요지다. 김윤기 대신경제연구소 거시분석실장은 “경기 불확실성이 여전해 금리 인상 언급은 이른 감이 있다”면서도 “미국이 출구전략을 논하는 마당에 추가로 금리를 내리긴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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