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산없는 4.9 총선 뛰어들어 장렬히 전사해 후회는 없다”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8-10-27 18:4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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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정범구 민주당 前의원 “여당이 국회까지 장악 가능성 높아
민주주의 위기몰려 서울 중구 출마

당시 여론조사 2위후보 의도적외면
난, 언론 선정적 보도 피해 당사자

쌀 직불금 부당 수령 사회지도층은
도덕성이 마비돼 거의 흡혈귀 수준

사회약자들 생활 안전망 구축 전력
중구서 다시 민주주의 정치세력복원”


“순진했을지 모르지만 승산 없는 총선에 뛰어들어 장렬하게 전사한 결과에 후회없다.”

민주당 정범구 전 의원은 지난 18대 4.9총선에서 불모지나 다를 바 없는 서울 중구에 출마,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에게 패한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정 전 의원은 27일 <시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4.9 총선은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뛰어든 선거였다. 주위에서 승산 없는 선거라고 말렸지만 민주주의 방어벽을 쳐야 한다는 생각에서 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당시 대통령을 만들어낸 한나라당이 그 여세를 몰아 국회까지 장악할 가능성이 높은 분위기였던 만큼 명목적 민주주의가 위기에 몰린 상황이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손을 놓고 방관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총선에 뛰어들게 만들었다”고 술회했다.

특히 정 전 의원은 자신을 “언론의 선정적 보도에 의한 피해 당사자”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언론이 여론조사 결과 1위 후보인 나경원 후보와 3위 후보인 신은경 후보 위주로 보도하면서 2위 후보에 대한 보도를 의도적으로 외면, 많은 지지자들이 내가 3위 후보인줄 알았다고 말할 정도였다”며 “평소 언론의 선정적 보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해 왔는데, 내가 그 희생물이 됐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대선과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패배한 원인에 대해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실패한 이유는 도덕적인 후보보다 구체적 욕망을 충족시켜 줄 후보를 택했기 때문”이라며 “‘민주’나 ‘개혁’ ‘평화’ 등 허상에 불과한 구호를 내건 점도 민주당 패배의 주요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민주당 대외협력위원장인 그는 민주당에 대해서도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정 전 의원은 “민주당에 대한 외부평가는 냉혹하다.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 폭락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지지율 오르지 않는 것은 민주당이 여당 체질을 못 벗고 사태를 낙관적으로 보면서 투쟁 포인트를 못잡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면서 “특히 노무현 정부 당시 양극화 심화와 비정규문제 원인을 제공한 데 대한 책임의식 등 과거 원죄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점이 있는데 이걸 극복해야만 한다”면서 “당 지도부가 이런 상황에 위기감을 갖고 있지만 처신에 한계가 있는 것 같다”면서 “야성 강한 민주당 만들자는 주장에 대해 대체적으로 공감하고 있지만 방법론에는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는 당 분위기도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민주당 자체가 지금 국민들로부터 무관심의 대상이 됐다는 게 가슴 아프다” 고 덧붙였다.

정 전 의원은 “과거보다 더 신중해지는 것 같다. 과거 같으면 민주당의 무기력한 모습이나 보수노선을 극복하지 못한다는 것에 맞서기라도 했을 텐데, 지금은 저마다의 상처를 헤집는 것보다 상처를 보듬어주면서 힘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현재의 당 지도부 행보에 다 만족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힘을 합할 때”라며 단합을 거듭 강조했다.

정 전 의원은 “대선은 그렇다 쳐도 총선 때까지 산사태 나듯 한나라당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것을 보고 우리 국민들이 민주주의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게 아닌가 걱정됐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특히 그는 이명박 정권에 대해 “좌충우돌, 무개념 1% 정권”이라고 비판한 후 “이런 상태는 연말까지 계속될 것”이라며 “지금은 야당이나 시민사회단체들이 대안논쟁을 하기보다 방어전에 치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이명박 정부 국정운영 방식이 이대로 계속 된다면 한나라당 내부에서부터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정 전 의원은 “180석 가까운 의석이 정권 입장에서는 어느 순간에 약이 아니라 독이 될 것”이라며 “대통령 위세에 눌려 있다가 연말까지 전환점 찾지 못하면 내부로부터 자중지란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현재 야당은 물론 시민사회단체도 신자유주의에 대한 해법을 못 내놓고 있고, 있어도 국민들한테 씨가 먹힐 상황이 아니다”며 “그러나 내년부터는 야당이나 시민단체가 대안을 제시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의원은 “정치인이 권력을 개인적인 것으로 생각하면 허망한 것”이라며 “권력은 늘 교체되는 것이고 정치는 분업을 통해 사회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느냐를 보는 것”이라고 자신의 철학을 밝혔다.

이날 인터뷰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사회지도층의 쌀 소득보전 직불금 부당 수령사태에 대해 “이 나라 기득권층은 도덕성이 마비돼 거의 흡혈귀 수준”이라고 강력 비판한 점이다.

정 전 의원은 “과거 중세시대 봉건영주들도 소작농들에게 최소한 재생산할 정도는 주고 착취했는데 이 시대 기득권층은 그런 개념조차 없는 것 같다”고 질책했다.

이어 그는 “보다 심각한 것은 ‘어떻게 기득권층이 저럴 수 있나’하는 비판의 목소리가 주류를 이뤄야 하는데, ‘재수 없어서 걸렸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실제 대통령부터 모두가 ‘꿩 잡는게 매’라는 생각으로 뭐든 목표만 도달하면 된다는 생각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이번에 걸려든 사람들이 ‘제도의 잘못’이라거나 ‘선의의 피해자’라고 말하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으니 한심하다”고 꼬집었다.

정 전 의원은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열린 눈으로 보고, 힘을 실어 달라. 민주당은 자기 역할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비판하실건 하시지만 민주당을 사랑해 달라. 국회내에서의 소수 정당이 지니고 있는 어려움을 감안해서 지지하고 지원해 주시는 게 큰 힘이 된다”며 “국민들도 민주당이 내미는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끝으로 정 전의원은 향후 계획에 대해 “사회적 약자들이 벼랑으로 몰리지 않도록 안전망을 구축하는 게 시급하다”며 “생활 안전망을 만드는데 전력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과거 ‘정치일번지’라고 불렸던 중구에서 다시 민주주의 정치세력 복원해내는 작업에 주력하겠다”며 사실상 ‘중구 지킴이’를 자임하고 나섰다.

/이영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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