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지난주말보다 10.6원 급락한 977.5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주 말 뉴욕장에서 엔/달러환율의 장기 지지선인 115엔선이 무너진 영향을 받으며 982.0원에 갭다운 출발한 달러화는 9시10분 975.0원까지 레벨을 낮췄다.
980원선에 포진된 녹아웃 옵션까지 터지면서 개장초부터 매도세가 가공할 정도로 출현했다.
그러나 환율급락을 방어하기 위해 외환당국이 공격적인 달러매수개입을 단행하자 9시40분 983.4원으로 급반등했다.
하루 낙폭이 10원 이상으로 커질 경우 당국의 개입이 강화됐던 전례에 비춰 시장 참가자들이 매도주문을 빼고 있는 사이 당국이 레벨회복을 위해 얇은 오퍼를 뜯어올리는 개입에 나선 것.
하지만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환율이 113.77엔으로 추가하락하는 등 글로벌달러 약세가 더욱 강화되자 수출업체 네고물량이 쏟아져 나오면서 10시51분 977.4원으로 되밀렸다.
지난주말 환율관련 긴급대책 회의까지 열고서도 환방어에 실패했던 당국이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는 일. 2차 개입 경계감이 부상하면서 오퍼가 다시 약화된 점심시간을 이용해 재차 980원선 회복 개입이 펼쳐졌다.
12시47분 980.8원으로 반등했던 달러화는 추가적인 환율급등 개입이 없는 가운데 장이 끝나기 전에 고물량을 처분하려는 업체들이 매도주문 레벨을 낮추기 시작하자 2시48분 976.5원으로 다시 밀렸다.
이후 장마감까지 개장초 저점을 방어하기 위한 개입이 강도를 높이면서 979.5원으로 반등했으나 980원선을 회복하지 못했다.
엔/달러나 유로화 동향을 봤을 때 글로벌달러 약세는 확고한 추세다.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원/달러환율 하락은 기정사실이다. 은행권이나 업체 공히 ‘Go-Go’ 장세라는데 이견이 없다.
다만 당국의 개입이 연일 되풀이되는 상황에서 원/달러환율이 일시적으로라도 급반등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개입 눈치보기가 극심한 상황이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개입없이) 놔두면 속절없이 하락할 환율이기 때문에 당국은 매일 급등유도 개입을 펼칠 것”이라면서 “환율이 추세하락세로 들어설 때마나 개입과 전쟁을 치루는 것이 서울외환시장의 연례행사”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국이 아무리 개입하더라도 속도조절에 불과할 뿐 대세에는 지장이 없다는게 시장의 중론이다. 외환보유액이 2100억달러를 넘어섰고 올해 무역 및 경상수지 흑자행진이 이어지면서 일방적인 공급우위 수급상황에 변함이 없는 가운데 글로벌달러마저 약세를 보이는 상황이기 때문.
더욱이 지난 2004년 10월 재정경제부 정기국정감사에서 재경부의 독단적인 시장개입 정책이 도마위에 올라 재경부가 무릎을 꿇는 상황에서 다시 예전같은 개입이 되풀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원/달러환율 하락은 대세상승을 이어가고 있는 주가가 하락세로 반전되면서 경제에 불안감을 드리우거나 글로벌달러가 약세가 멈출 때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글로벌달러 약세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엔/달러의 경우 115엔선 붕괴에 따라 112엔, 108엔 등 순차적으로 레벨을 낮출 가능성이 있다.
닛케이지수가 최고조의 상승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고 일본 경기가 10년 불황에서 벗어났다고 선언된 판에 엔화가 강세를 나타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이 현재의 제로금리정책(ZIRP)를 당장 포기하지는 않더라도 일본중앙은행(BOJ)이 기존의 유동성 확대정책을 축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경우 엔/달러환율이 낙폭을 확대할 수 있다.
오는 9월 고이즈미 총리의 임기만료 후 BOJ가 보다 공격적인 긴축정책을 추진하면 엔/달러환율 하락세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쪽 금리도 변수다. 그린스펀 현 연준리의장의 임기 마지막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국의 콜금리(FFR)가 4.5%로 높아지더라도 하반기에 들어 금리인하가 전격 단행될 수 있다는 점도 달러약세를 이끄는 요인이 되고 있다.
2년물과 10년물의 국채수익률 역전이 미국 경기 위축 우려감으로 작용, 글로벌달러 약세를 촉발시킨 상황에서 미국의 콜금리마저 인하된다면 달러약세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엔/달러환율의 경우 지난 1999년말∼2000년 초 102엔선에서 상승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1월 103엔까지 떨어진 뒤 12월초 122엔까지 급등했으나 상승추세의 분기점이던 115엔선이 무너졌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100엔선 붕괴까지 거론되는 실정이다.
102엔선의 붕괴는 미달러와 엔화의 1:1 선인 100엔선마저 위협받는 상황을 야기시킬 수 있다.
엔/달러환율이 102∼103엔선까지 떨어질 경우 원/달러환율의 낙폭이 상대적으로 미진해서 원/엔환율이 상승하더라도 원/달러환율이 900원 초반대로 동반하락할 것이라는게 결코 극단적인 전망은 아닌 것이다.
/서정화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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