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DJ)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향후 정치권에 미칠 파장 등을 고려, 각 정당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제로 DJ측은 지난 2003년 대북송금 특검에 이은 이번 두 전직 국정원장에 대한 구속 결정으로 현 정권에 대한 불쾌감이 팽배해 있는 분위기다.
대북송금 특검에서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 권노갑씨 등 김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 구속된 데 이어, 이번 국정원 불법도청사건 수사와 관련해서는 임동원 전 원장이 구속됐기 때문이다.
DJ측 최경환 비서관은 두 전직 국정원장의 구속수감에 대해 “대한민국을 부인한 사람은 법무장관이 지휘권까지 동원해 불구속하고 대한민국을 지켜낸 사람은 구속됐다”며 “형평성에 어긋난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DJ측의 이런 강력한 반발에 청와대는 상당히 곤혹스러워 했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5일 오전 기자실을 찾아 “엄정한 수사는 필요하더라도 이전 정부에서 국가에 대한 두 전직 원장의 기여도, 업적 등과 불구속 수사 원칙을 고려해볼 때 구속영장 청구는 지나쳤다”며 “두 전직 원장의 구속에 부정적인 기류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대변인은 이같은 입장이 ‘개인 의견’이지 청와대 공식 입장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자칫 검찰 수사에 청와대가 개입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것을 우려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 청와대가 이처럼 원론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데 반해 열린우리당은 보다 적극적으로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실제로 열린우리당은 “두 전직 국정원장에 대한 구속 수사는 부당하다”는 입장과 함께, ‘X-파일’ 사건 등을 통해 드러난 과거 김영삼(YS) 정권 당시 국가안전기획부(현(現) 국정원) ‘미림팀’의 도청 등을 부각시키려는 모습이 역력하게 나타났다.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은 16일 오전 중앙당사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도청은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무차별적이고 광범위하게 자행되었다는 것을 국민 모두가 알고 있는데 과연 역사적이고 사법적인 차원에서 이런 정의가 실천되었다고 국민들이 납득할 것인가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검찰은 미림팀을 비롯해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자행된 문제에 대해 역사적, 사법적 정의를 세우는데 앞장 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형평에 어긋나는 일이 계속되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유재건 비상집행위원장은 “애당초 집을 망가뜨린 사람들은 놔두고 나중에 고치러 올라간 목수만 벌을 주는 꼴”이라고 비판했고, 민병두 기획위원장 역시 “과거 박정희, 김영삼 정권 때 자행된 도청이 원조범죄라면 김대중 정권의 도청은 관습범죄로, 원조범죄와 관습범죄는 엄청난 차이가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진짜 범죄자가 공소시효라는 법 논리에 숨어 웃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전날밤 전병한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조직적 불법도청의 총본산인 ‘미림팀’에 대한 검찰 수사의 강도와 속도, 두산 등 재벌그룹 총수에 대한 불구속 수사 결정에 비교하면 이번 두 전직 국정원장에 대한 구속 수사는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면서 “임동원 전 원장은 대북 화해·협력정책의 전도사로,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켜 남북관계의 커다란 진전을 이뤘고, 신 건 전 원장 또한 정보기관의 끈질긴 체질개선 노력과 불법도청을 근절시키는데 결정적인 노력을 했다”고 언급, 구속수사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특히 그는 ‘X-파일’ 사건 등과 관련, “불법도청 원죄의 사과를 입에 물고, 조용히 자숙하고 반성하는 게 최소한의 도리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한나라당을 겨냥, 공세적인 입장을 취했다.
◇한나라당= 이에 맞서 한나라당은 두 전직 원장의 구속에 대한 청와대 등의 ‘수사 지시’ 등 사전 개입 의혹을 제기하면서 “사법부의 독립을 외친 현 정권은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기춘 여의도연구소장은 16일 오전 국회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당 최고·중진 연석회의를 통해 “검찰 수사에 간섭하지 않겠다던 청와대가 두 전직 국정원장의 구속 사건에 나섰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럽고 반(反)법치주의의 전형”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그는 특히 “(청와대가) 호남 지역 정서를 생각해 ‘과거 정권에서는 조직적 차원의 도청이 없었다’고 밝힌 내막과 의도는 대체 무엇이냐”며 ‘국민의 정부’ 시절 도청과 관련한 청와대의 사전 인지와 사실상의 ‘수사 지시’ 가능성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앞서 전여옥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도청의 독사과’를 어떻게 이용하고 그 결과물이 어떠한 상황을 가져왔는가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검찰은 역사적 진실을 밝혀낼 시험대에 올랐다”고 말했다.
전 대변인은 또한 “국가정보기관이 국민의 혈세로 최신장비를 사들여 정치권부터 시민단체까지 조직적으로 도청한 일은 우리나라가 과연 민주국가였는가를 되묻게 한다”며 “검찰은 권력 남용의 병균을 철저하게 소독한다는 의미에서 진실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이같은 반응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용하다.
당초 한나라당은 두 전직 국정원장의 구속영장 청구 문제가 ‘YS’ 정권 시절의 안기부 도청 의혹 등으로 번질 것을 염려한 듯 “특정 정권의 흠집 내기가 돼선 안 된다”던 입장을 펴왔기 때문이다.
실제 한나라당은 일단 “검찰이 진실을 제대로 밝혀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펴면서 사태의 흐름을 주시하려는 듯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민주당= 임동원·신 건 두 전직 국정원장의 구속수사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정당은 민주당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이 이번 구속에 직접적으로 관여했다”며 “현 정권의 본격적인 ‘DJ 죽이기’가 시작됐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이낙연 원내대표는 16일 오전 당사에서 열린 긴급대표단회의 결과 보고를 통해 두 전직 국정원장의 ‘동시 구속’에 대해 “국민의 정부를 흠집내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낙연 원내대표는 또한 “두 전직 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방침을 법무부가 청와대에 사전 보고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청와대 비서실은 아무 것도 몰랐던 것처럼 ‘구속은 지나치다’는 개인적 언급을 흘렸고, 여당 역시 구속영장 청구 후 ‘불구속 수사’를 요구하는 ‘이중 플레이’를 벌이고 있다”며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을 싸잡아 비난했다.
특히 한화갑 대표는 “현 정권이 인기도가 떨어지고 여러 가지로 어려우니까 국면전환용으로 정권차원에서 기획된 것이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고 정략적 차원의 결정임을 강조했다.
한 대표는 전날 CBS 라디오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진행 김어준)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정권도 도청을 하고 있고, 나도 도청 당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세상에 국가비밀기관의 업무를 이렇게 문제삼고 나서는 나라가 어딨냐”며, “이러면 우리 정보기관이 어디에 명함을 내밀겠냐”고 비난했다.
한 대표는 또한 “공무원인 검찰은 당연히 청와대와 조율했다”며 “DJ 대상 제2특검이 시작된 것”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그는 이어 “지금 정권이 지지율이 하락하자 국면 전환을 위해 DJ를 공격하고 나선 것”이라며 “이런 계속되는 탄압으로 지금 동교동은 종자도 안 남았다”고 분노를 표시했다.
◇민주노동당= 민주노동당은 임동원·신 건 두 전직 국정원장의 구속수사와 관련 “도청과 공작정치의 최대 피해자라고 말해 온 김대중 전 대통령과 그 정부에서 무차별 도청이 이루어졌다는 사실, 그로 인해 당시 정보기관의 책임자가 두 명이나 구속영창이 청구되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라며 “구속 등 엄정한 수사를 통해 도청의 실체를 남김없이 공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노당 심상정 수석부대표는 전날 열린 의총 결과 브리핑을 통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민주당은 한목소리로 구속을 반대하고 있다”면서 “이것이 이른바 DJ 살리기 대연정, 도청축소 대연정이 아닌가 우려스럽고 개탄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힘없는 비정규직 노동자, 서민에게는 툭하면 구속을 남발하면서 기득권층, 권력층의 반인권적, 반국가적 범죄행위에 대해서 불구속 수사를 요구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영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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