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민주 통합 물 건너가나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5-11-15 18:4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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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창당 초심 회복해야”

한화갑 “대통령 탈당 전제로”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내심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통합을 바라고 있으나, 정작 그의 정치적 계승자인 노무현 대통령과 한화갑 민주당 대표가 이를 정면으로 거부하고 나섰다.

이로 인해 지방선거 이전 민주당과의 통합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 8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을 향해 “정치적 계승자”를 운운하며, “지지세력을 결집하라”는 발언을 할 때만 해도 열린우리당내에서는 민주당과의 통합론에 힘이 실리며 열띤 논쟁이 벌어졌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이 14일 우리당 의원들과 함께한 청와대 만찬장에서 ‘창당정신’의 원칙론을 강조하며 통합론에 일정한 거리를 두자 불붙던 통합논쟁은 찬물을 끼얹은 듯 일시에 잠잠해 지고 말았다.

오히려 통합 반대론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열린우리당은 연이은 재선거 패배를 계기로 민주당과의 통합 논의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된다는 움직임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었다.

열린우리당내에서 민주당과의 통합 필요성을 직·간접적으로 언급한 의원은 호남권의 좌장으로 통하는 염동연 의원과 재선의 임종석 의원이다.

염 의원은 당내에 소위원회를 구성해 민주당과의 통합논의를 시작하자며 임시지도부를 압박했고, 임종석 의원은 ‘중도개혁에 입각한 민주평화세력의 대통합’을 언급하며 민주당과의 통합 필요성에 힘을 실어줬다.

수도권 일부 의원들도 10.26 재선거 패배 이후 예전보다 훨씬 자유롭고 적극적으로 민주당과의 합당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게 나타났다.

특히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은 통합론자들에게 큰 힘이 됐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14일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 등 비상집행위원들과 만나 자리에서 “창당 초심”을 강조하며 민주당과의 `통합론’에 쐐기를 박고 말았다.

이날 노 대통령은 “지금 열린우리당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창당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며 그것이 시대정신을 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한 “정당은 정치적 견해와 노선을 같이하는 사람들의 결사체”라며, “일시적인 어려움이 있더라도 자기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나아가면 장기적으로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당장 바닥세에 머물고 있는 당 지지도를 의식해 민주당과 통합을 모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김 전 대통령의 뜻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같은날 비상집행위회의에서 김영춘 의원도 “민주개혁세력의 대통합이라는 원칙과 정당한 절차에 따라 통합 논의가 진행돼야지 우리의 세가 불리하다고 무조건 당을 합치자는 식의 저급한 정치공학적인 통합 논의는 우리 스스로 거부하고 배제해야한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김 의원은 “지금은 민주개혁세력의 단합과 연대 없이 어려운 국면을 어떻게 뚫고 나가겠느냐는 원론적 입장에서 시작하고 있는 논의임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통합의 입장(노 대통령 탈당 개별입당)은 다분히 분명치 못한 발상들에 기인한 것이 많다”고 비판했다.

유선호 의원도 “통합론이나 당헌당규 개정 부분에 관해 일부 개별적인 목소리가 나오는데 앞으로 이런 문제들은 질서있게 지도부의 전폭적인 의견 수렴을 통해 단합된 목소리로 수렴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특히 열린우리당내 개혁파 가운데 하나인 신진보연대는 ‘민주당과의 재통합론’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신진보연대는 앞서 10일 ‘창당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제목의 창당 2주년 성명서를 통해 “현 시기의 무원칙한 민주당과의 재통합론은 명백히 잘못된 진단과 처방”이라며 “우리가 돌아갈 곳은 창당 이전 상태가 아니라 창당 당시의 초심”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청와대 만찬장에서 밝힌 노 대통령과 뜻과 같은 것이다.

따라서 우리당내에서 민주당과의 통합 논의는 당분간 수면 하에 가라앉을 수밖에 없는 상태다.

통합론에 대해 거부 입장을 밝히기는 민주당 한화갑 대표도 마찬가지다.

한 대표는 최근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김인영입니다’에 출연, “민주당이 원내 3당으로 발돋움한 현 상황에서 열린우리당과 합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심지어 한 대표는 최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통합을 하라고 해도 반대를 고집하겠느냐는 질문에 “이제 민주당 일은 민주당이 해야 한다. 언제까지 김 전 대통령만 바라볼 것이냐”고 답했다.

이 같은 분위기로 인해 민주당은 통합조건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을 전제조건으로 내거는 등 사실상 이뤄지기 힘든 요구를 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3일 민주당 소속의원 11명 중 김홍일 의원을 제외한 10명이 긴급 의원모임을 갖고 노 대통령의 탈당과 열린우리당의 정책노선 정리를 전제로 우리당내 중도개혁세력과의 통합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정리한 바 있다.

민주당의 이 같은 입장은 당장 통합에 대한 실현가능성을 염두에 뒀다기 보다는 열린우리당내 통합론자들을 흔들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영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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