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72년에 시작된 유신체제는 중화학공업에 대한 무리한 투자로 경제의 악화를 가져왔고, 1인 장기집권에 대한 강압통치와 대외적으로는 한국의 인권상황의 개선을 종용한 미국 카터 행정부와의 불화 등 정치·경제적 모순이 반정부 시위로 폭발해 정치적 위기를 맞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그 해 10월16일 부마민주항쟁이 일어나자 이를 진압하기 위해 18일 부산에 비상계엄령이, 20일 경남 마산·창원에 위수령이 발동된다.
그러나 집권층 내부의 갈등은 부마사건의 처리문제로 더욱 커지게 됐고, 결국 10월26일 만찬 도중에 김재규는 박정희와 차지철을 살해하게 된다.
살해동기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부마사건 처리와 관련해 차지철 대통령 경호실장의 강경노선이 채택되자 그의 견제로 김재규 정부부장이 진퇴위기에 몰렸기 때문이라는 설이 현재로서는 가장 유력하다.
그러면 정치권에서는 10.26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여야 정당 소속에 따라 그 관점이 확연하게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한명숙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원의 시각차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우선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26일 “재선거와 아버지 서거일이 겹쳐 뜻깊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날 오전 지도부 회의에 불참하고 국립 현충원에서 민족중흥회 주관으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의 추모식에 참석 이처럼 밝혔다.
이날 장남인 박지만씨는 인사말을 통해 “아버지께서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의 토대를 세우고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세운데 대해 무한한 긍지를 느낀다”고 말했다.
함께 참석한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도 추도사를 통해 “아직도 어른(박정희 전 대통령)을 깎아내리려는, 무얼 모르는 못된 사람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현충원 참배에는 박 대표 외에 박지만씨 내외, 박근영씨 내외, 민관식 전 국회의장, 김학원 자민련 총재, 한나라당 김무성 사무총장, 전여옥 대변인, 한선교 의원 등이 참석했다.
박 대표의 현충원 참배에 앞서 손학규 경기도지사도 박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고 “박 대통령의 역사적 업적에 대해선 높이 평가하며 역사적으로도 정당한 평가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손 지사는 “나 자신은 민주화를 위해 몸을 바쳤고 자부심을 갖고 있지만 가난으로부터 국민을 구제한 산업화 세력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10.26 사건 26주년과 한나라당의 최근 ‘색깔론’을 결부시켜 “박 대표는 인권과 민주자유 질서가 말살되던 유신독재의 시절로 이 나라를 되돌리고 싶은 것이냐”고 비판했다.
특히 한명숙 상임중앙위원은 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유신정권이 저지른 명명백백한 인권탄압과 독재정치에 대해선 일언반구의 해명과 사과도 없는 박 대표가 무슨 염치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들먹이는지 상식적인 판단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 상중위원은 “10월26일은 유신독재가 막을 내린지 26년째 되는 날”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먼저 “1979년 10월26일, 저는 감옥에서 유신정권의 고문으로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유신의 종말을 지켜봐야 했다.
그러나 그렇게 갈망하던 독재가 무너졌지만 우리가 염원하던 민주화는 쉬이 오질 않았다”고 당시를 술회했다.
한 상중위원은 “최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법무부 장관의 정당한 수사 지휘권 행사를 빌미로 참여정부의 정체성에 시비를 걸더니 급기야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들먹이며 구국운동을 주장하고 나섰다”면서 “하지만 저는 자신들의 생각과 다르다하여 빨갱이라고 단죄하고 속박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정체성’이라는데 결코 동의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저는 위대한 우리 국민이 지켜 온 민주주의가 작금의 분열적 이기주의에 의해 소수를 압살하고 다수만의 행복을 추구하는 세상이라고 믿지 않는다”며 “우린 이 분열의 골을 과거사의 청산으로 메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병헌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박근혜 대표는 말로만 떠들던 ‘가짜 민생’을 미련 없이 내던지고, 되살아나는 경제가 무너지고 있다며 찬물을 끼얹고 다녔다”면서 “색깔론과 흑색선전, 대국민 사기 협박 등 과거 유신시절의 망령과 구태를 한꺼번에 복원시키려 한 것은 유감”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과 차지철 전 대통령 경호실장이 힘을 겨룬 이유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큰딸인 박근혜 현 한나라당 대표가 원인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10.26 사건 당시 현장에 있던 핵심인사 중 유일한 생존자인 김계원(82)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이 같은 주장을 담은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수년 전부터 아들이 운영하는 중견 무역업체인 원효실업 회장으로 재직 중인 김 전 비서실장은 인터뷰에서 “차지철과 김재규가 사이가 나빴던 것은 대통령의 큰딸인 박근혜씨를 둘러싼 힘겨루기가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실장은 또 “차지철이 화장실로 몸을 피하지만 않았어도 대통령은 시해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만화에도 나올 수 없는 일로 국가적인 창피”라고 말했다.
/이영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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