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개관 늦춰야 할판”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5-09-13 19: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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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물 설명 패널에 오·탈자등 오류 수두룩” 오는 10월28일 개관할 예정인 국립중앙박물관이 자칫 개관일을 늦춰야 할 상황이 벌어졌다.

전시물을 설명하는 패널의 내용에서 사실적 오류가 발견되는가 하면, 단순 오자와 탈자가 200곳이 넘고, 비문과 악문이 한두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민병두 의원이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에 요청, 국립중앙박물관이 패널 제작사에 넘긴 최종 원고를 받아 검토한 결과 이같은 사실이 밝혀졌다.

민 의원은 “이번에 검토한 자료가 전체가 아니고, 한글 표기에 국한된 것이어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하다”며 “영어·중국어·일어로 적힌 패널에도 상당수 오류가 있을 것으로 추측되기 때문”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민 의원은 “그럴 경우 한국을 찾는 외국 관광객들의 필수 관광코스가 될 국립중앙박물관이 국제적 웃음거리로 전락할 수도 있다”며 “이는 단순한 기우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전시물 설명문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이뤄져야 하고, 그 과정이 장기화될 경우 부득이 개관을 늦춰야 할 형편이라는 게 민 의원의 지적이다.

민 의원은 “지난 12일 전시유물 설명용 패널은 한국어문교열기자협회에, 유물설명용 패널은 국어문화운동본부에 용역을 의뢰했다”며 “그러나 한국어문교열기자협회는 이 내용을 검토한 후 상당한 오류가 있음을 확인하고, 문제의 심각성에는 동의했으나, 이를 바로잡는 일은 간단치 않아 도저히 16일까지 끝낼 수 없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민 의원에 따르면 한 예로 조선의 왕궁을 설명하는 한 패널에 ‘경운궁은 원래 성종임금의 아들인 월산대군의 옛집이었는데’라는 설명이 있는데, 월산대군은 성종 임금의 아들이 아니라 형이다. 또 광해군의 아들 질(侄)은 강화도로 유배가 자살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어느 패널에서는 타살된 것으로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는 것.

특히 3.1운동이 일어났던 1919년이 기미년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터인데, 그로부터 20년 지난 1939년도 또 기미년이라 쓰여 있다.

이밖에 단순 오·탈자나 부적합한 말 사용의 대표적 예로는 ‘바깥’을 ‘바으로’, ‘(생산력을) 늘리다’를 ‘(생산력을) 늘이다’로, ‘(00선생의) 문하생’을 ‘문화생’으로, 시신을 운구하는 상여의 한자 ‘喪輿’를 ‘喪與’로, ‘동아시아’를 ‘동아시’로, ‘비로소’를 ‘비로서’로, ‘본떠(본뜨다)’를 ‘본 따’로, ‘미니어처’를 ‘미니어쳐’로, 청화백자의 한자 ‘靑華白瓷’를 ‘靑花白瓷’로 쓴 것들을 들 수 있다.

민 의원은 “개관을 코앞에 둔 국립중앙박물관의 이 같은 ‘행정의 난맥상’은 안일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3개월에 걸쳐 전문가의 자문회의를 가졌으나, 우리 말글에는 문외한인, 즉 자신의 분야에서만 전문가인 사람들에 의해 자문회의가 구성된 탓에 우리말과 글의 표현은 엉망이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 의원은 이어 “단 5일만에 원고지 기준 1200매의 교열 용역을 발주한 국립박물관이 과연 유수의 박물관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최용선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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