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민주화를 표방하며 시도하고 있는 열린우리당의 기간당원제와 한나라당의 책임당원제가 그것.
우리당 배기선 사무총장은 당내 논란에도 불구하고 23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수도권 등 취약지역은 현행 당헌당규대로 경선을 치를 경우 어려움이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를 대비해 후보자 선출권을 갖는 기간당원 자격 요건을 완화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 진통이 예상된다.
배 총장은 이날 오전 당의장 특보단 회의에서 “내년 지자체선거에서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어떤 조치가 필요한 가를 생각해야 한다. 또 앞으로 7~8개월 남은 지방선거까지 좀 더 진정성을 갖고 당에 참여할 수 있는 당원은 없는가 생각해봐야 한다”며 기간당원 자격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나라당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당 혁신위안에 책임당원제를 도입하는 내용이 담겨 있으나, 이에 대해 김문수·이재오 의원 등이 “열린우리당의 기간당원제 아류로 뒷북치기일 뿐”이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책임당원제는 도입자체가 무산되거나 도입되더라도 형식적인 제도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등 당 외 한나라당 지지 세력의 반발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열린우리당= 열린우리당은 현행 당헌당규상 원칙적으로 모든 지방선거 출마자는 기간당원 경선에 의해 선출토록 돼 있다. 시·도당 상무위원회 결의로 국민참여 경선을 실시할 수도 있으나 이 경우에도 기간당원의 참여비율은 최소 30% 이상이어야 한다. 기간당원이 공천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게끔 돼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선거권을 갖는 기간당원은 현행 당헌당규상 ‘최소 6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해야 한다’는 점에서,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선거권을 갖기 위해서는 늦어도 이달말까지 입당해야 한다.
9월 이후부터 경선이 치러지는 내년 봄까지는 입당하더라도 선거권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새롭게 입당하려는 기간당원이 사실상 전무하게 되는 셈이다.
즉 지방선거를 앞두고 최소한 6개월 이상 신규 기간당원의 입당을 막는 결과가 초래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배기선 사무총장은 이날 “기간당원제의 원칙과 정신은 지켜져야 하지만 현행 기간당원제는 당심을 담기에도 그릇이 너무 작아 보이고 더구나 민심을 담기에는 엄청 부족하다”며 “지나친 당 내부 경선을 통해 불필요하게 에너지를 소모함으로써 본선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맹점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기간당원 요건 완화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배 총장에 따르면 지방선거를 앞두고 많은 당원을 모으고 유능한 인재들을 영입하기 위해서는 현행 6개월로 돼 있는 기간당원의 당비 납부 기간을 3개월로 단축하고 공천과정에 여론조사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배 총장은 특히 최근 시민과 여성 단체 등에서 열린우리당이 외부 인사 영입에 너무 폐쇄적이라며 문호개방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기간당원제의 자격완화는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배 총장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여성인력이 얼마나 우리당의 공천을 받을 수 있으며, (여성단체와) 전략적 제휴가 이뤄지겠느냐”고 의문을 표했다.
배 총장은 또 “지금 선거법에 의하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선거운동이 입당원서 받는 것”이라며 “그런데 내년 입후보 할 수 있는 당원자격을 8월말까지로 마감해놓으면, 새로운 인력을 확보할 아무런 공간이 없어지고 경선투표권 없이 입당원서 받으면서 헌신해 달라고 하면 얼마나 많은 당원을 확보할 수 있을까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배 총장은 “그동안 수없이 많은 내부 토론을 거쳐 현행 당헌당규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 후보자 선출권을 가진 기간당원 자격을 이달말까지 입당한 자로 1차 마감을 하되 이후 입당자들에게도 부분적으로 권리를 주는 내용 등의 합의안이 마련됐다”며 “오는 26일 중앙위원회에서 결론을 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유시민 의원 등 개혁파들은 “기간당원 자격 문제는 이미 지난 혁신위에서 결론이 난 만큼 더 이상 거론할 사항이 아니며, 자격을 완화할 경우 오히려 기존 당원들의 이탈을 불러올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4.30 재·보궐선거 직후 12만명선까지 줄어들었던 기간당원이 현재 35만명을 넘어섰고, 이달말까지는 50만∼6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동원’의 폐해가 심각한 상황이라 자격요건을 낮추면 더욱 큰 문제가 발생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더 큰 문제는 현행 당헌당규를 믿고 그동안 기간당원으로 입당한 인사들과의 ‘형평’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오는 26일 중앙위원회의에서 기간당원제와 관련된 당헌 당규 개정을 위한 표결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지만, 재적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는 만큼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헌을 개정하려면 재적 중앙위원 89명 중 60명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한나라당= 한나라당은 지난 2월 의원 연찬회에서 월 2000원 이상 6개월 연속 당비를 납부하는 책임당원에게만 당내 경선선거권을 부여하기로 하고 책임당원을 전국적으로 모집 중이다. 하지만 현행 당헌당규상 책임당원제는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다. 현행 당헌당규에는 해당 내용이 들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책임당원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혼탁조짐이 나타나는가 하면, 책임당원제 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 온전한 제도 정착까지는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책임당원들이 당내 경선에서 지방선거 후보자를 선출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출마희망자마다 자신의 지지자를 가능한 많이 책임당원으로 만들기 위해 당비 대납 등 탈법도 서슴지 않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내년 3월초 예정된 당내 경선에서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특별당원이 되려면 9월초부터는 당비 납부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책임당원 등록에 대한 대가와 모집 인건비 등 부대비용이 엄청나 경선이 실시되기도 전에 금권시비 우려의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박근혜 대표가 최근 “금품이 오가는 불법적인 일이 일어날 경우 후보 자격을 박탈하는 등 공천심사제도를 보완하겠다”고 경고한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당 지도부는 기초의원과 단체장의 경우 경선 대신 지명 방식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당내 일각에서 책임당원제 도입에 반발하는 움직임도 있다.
이재오 의원도 “당원이 당비를 낸다는 것은 당헌에 있는데, 굳이 책임당원을 따로 둬서 차별화할 필요는 없다”며 “책임당원이라고 해서 당비를 받게 되면 그들에게 특별 권한을 줘야 하는데 정당 현실상 실행되기 어렵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박근혜 대표의 측근인 김무성 사무총장은 최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 당무보고를 통해 “한나라당 책임당원이 17만500여명이나 모집됐다”며 “조만간 2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히는 등 책임당원제의 골격을 유지할 의사를 드러냈다.
특히 1인 5명 책임당원 가입 운동을 벌이고 있는 박사모는 책임당원제 도입반대를 “당원의 확보를 축소시키려는 시도이자, 당의 발전에 역행하는 일”이라고 규정하고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따라서 이번 연찬회에서 혁신안 추인이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영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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