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소멸시효 배제 가능”“공소시효 소급 입법 위헌”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5-08-16 18:5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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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대통령‘국가범죄 민·형사상 시효 배제’발언 논란 노무현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국가권력에 의한 범죄일 경우 배상과 보상 책임에서 민·형사상 공소시효 적용을 배제하는 법률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과 관련, 여야 각 정당은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옛 안기부 도청사건과 관련, ‘특검법안’에 합의한 야당이 이 문제에 있어서는 한나라·자민련과 민주당·민주노동당이 서로 상반된 입장을 밝히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일단 열린우리당은 “노무현 대통령의 ‘국가범죄에 대한 민ㆍ형사상 시효배제’ 발언은 이미 공소시효가 소멸된 사건에 대해서까지 형사책임을 묻겠다는 취지가 아니다”며 현재 공소시효가 남아 있거나 앞으로 일어날지도 모르는 국가권력에 의한 범죄에만 국한되는 것임을 강조했다.

이는 ‘위헌’논란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한나라당에선 “시효를 배제하겠다는 것은 원천적으로 위헌적 발상”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강재섭 원내대표는 16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국가권력 남용에 대한 소급입법은 헌정 체계를 송두리째 무시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은 국론을 통합시키는 발언을 해야지 국론 분열에 관심을 둬서는 안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자민련도 이날 논평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밝힌 ‘국가권력 남용 범죄 시효 배제법 제정 필요’제안은 위헌적 사고와 발상”이라며, “이는 법의 안정성을 해칠 뿐 아니라 사회적, 법적 혼란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크다”고 한나라당 주장에 동조하고 나섰다.

하지만 민주당과 민노당은 노 대통령의 공소시효배제 발언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화갑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불교방송(BBS) 고운기의 아침저널에 출연 “국가권력에 의해 피해를 본 국민이 있다면 시효에 상관없이 국가가 구제해 줄 의무를 지니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며 “독일의 경우 나치범죄는 시효가 없다”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제안에 대한 찬성 입장을 밝혔다.

민주노동당도 “국가기관의 반인권 범죄 시효 배제에 대해서는 환영하는 입장”이라며 노 대통령의 제안에 찬성했다.
따라서 특검법안을 놓고 의견일치를 보였던 야당이 이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분열돼, 여야 갈등구도보다 우리당·민주당·민노당 대 한나라·자민련 구도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당= 열린우리당은 민사소멸시효 적용배제는 법원과 많은 학자들에 의해 인정되고 있어 법리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국가범죄 피해자에 대한 배상과 보상 등 민사부문과 관련해서는 이미 시효가 소멸됐다 하더라도 특별법을 통해 이를 되살릴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오영식 원내공보부대표는 16일 고위정책회의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의 발언은 ‘현재 공소시효가 남아 있거나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국가범죄에 대해서 형사상 공소시효 배제를 적극 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오 부대표는 그러나 “공소시효가 소멸됐다 하더라도 국가권력 남용에 의한 범죄행위의 경우 커다란 국민적 요청과 사회적 공론이 있을 경우 이에 대한 형사상의 공소시효 배제를 검토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노 대통령의 확정판결에 대한 재심 관련 발언에 대해 “재심 범위를 인위적으로 확대하자는 것이 아니라 과거사진상조사위원회가 피해자 명예회복을 위해 재심을 신청했을 경우 사법부가 재심을 통한 명예회복의 길을 적극적으로 열어주기를 바라는 대통령의 뜻을 밝힌 것으로 이해한다”고 밝혔다.

정세균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발언은 과거사를 올바로 규명해 억울한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이들의 명예를 회복시키는 일에 걸림돌이 되는 것이 만약에 공소시효라면 이에 적극 대처하자는 것”이라며 “‘국가권력 남용 범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배제해야 한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성급하게 위헌시비를 벌이기보다는 발언의 취지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나라= 한나라당 강재섭 원내대표는 16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광복 이후 60년은 맨 주먹으로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룬 자랑스런 역사인데도 대통령이 과거사를 부정적으로만 보고 있어 미래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며 노 대통령의 ‘공소시효배제’발언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맹형규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이)헌법 질서를 파괴하는데 앞장서고 있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한나라당은 3가지 이유에서 대통령의 제안을 반대한다”고 못 박았다.

맹 정책위의장이 지적하고 있는 세 가지 문제점은 ▲확정판결이 난 사안을 사후에 변경하려는 것은 형벌불소급의 원칙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위헌적인 발상이라는 것 ▲대량학살 등 중대한 사안에 대해서만 시효적용을 배제하는 국제사회 관례와는 다르게 그 대상을 해방이후 권위주의 시대로까지 지나치게 넓게 잡은 것은 이를 인위적, 정략적으로 악용하려는 의도가 보인다는 것 ▲불필요한 논란으로 사회를 다시 양분시키고 정쟁과 혼란을 야기시킨다는 점이다.

맹 정책위의장은 “지금이 분열과 정쟁을 일으킬 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지금은 경제침체로 고통받고 있는 국민들에 대한 헌신이 필요한 시점이고 대통령은 즉각 모든 분열을 위반하는 행동을 중단하고 민생에 전념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표도 전날 “우리는 자꾸 과거로만 가는 것 같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고, 특히 공소시효 배제 부분에 대해 이정현 부대변인은 “위헌적인 소급입법을 통한 과거사 정리에 매달리겠다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 민주·민노당= 한화갑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불교방송에 출연, 노무현 대통령의 시효배제 입장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우리나라 현행 법 체계는 모든 범죄에 시효가 있고 소급 입법을 금하고 있다”면서 특히 “독일의 경우 나치범죄는 시효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 대표는 그러나 “앞으로 그러한 취지의 법을 만들 수는 있지만 과거부터 소급 적용하는 데에는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할 것”이라고 신중론을 폈다.

한 대표는 이어 “그러한 범죄를 저지른 데에 관여한 사람들이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 경우에는 그 사실만 밝혀서 국민들에게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경각심을 주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한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 발언 이후 여당에서 제기한 과거사법 개정 문제에는 “당론을 정해 토의를 해봐야할 것”이라면서도 “과거까지 전부 포함해 그렇게 하는 것은 사회적 공감대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시행하기도 어렵고 헌법체계로서는 불법”이라고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민노당 홍승하 대변인은 “국가기관의 반인권 범죄 시효 배제에 대해서는 환영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현재 안기부 불법 도청테이프에 담긴 내용은 노 대통령이 언급한대로 우리의 분열의 역사가 담겨 있다”며 “공소시효 배제에 불법도청사건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대변인은 그러나 “(참여정부가) 이전 정부보다 사회복지 정책은 늘어났을지 몰라도 양극화는 더욱 심해졌다”며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대기업노동자 양보론과 해고 요건완화를 이야기하지만, 극심한 비정규직 차별을 해소할 대안도 없이 전체 노동자를 비정규직화하는 것으로 양극화를 해소하자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자민련 이규양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이 주장한 ‘시효 배제법’의 제정은 헌법의 형벌불소급 원칙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며, 더욱이 이번의 ‘시효 배제’ 발언이나 ‘연정’ 제안 모두가 위헌적인 발상”이라며 민주당·민노당의 입장과는 다른 의견을 냈다.

/이영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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