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죽이기’날선 논란 뜨겁다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5-08-07 18:5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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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부 X파일’ 후폭풍 김대중 정부도 불법도청을 자행했다는 사실이 지난 5일 국가정보원(국정원)의 발표로 밝혀지자 한나라당은 DJ정권 시절 이뤄진 불법도청에 대해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나서는 등 칼끝을 DJ쪽으로 돌렸다.

특히 이명박 계열로 분류되는 이재오 김문수 의원은 최근 당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국정원 해체’를 주장하며 DJ정부를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물론 이들과 함께 한나라당 친이(親李)계열(이명박 시장 계열) 3인방으로 꼽히는 홍준표 의원은 “DJ가 도청 사실을 알았을 리 없다”며 DJ를 옹호하고 나섰으나, 그렇다고 한나라당의 공세가 수구러들 것 같진 않다.

특히 민주당 한화갑 대표가 6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국민의 정부 시절에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가지고 국민들이 좀 의아해 하는 것 같은데 사실상 과거에 독재국가든 민주국가에 있어서 정보기관의 도청은 상례”라고 말하는 등 DJ를 적극 옹호하고 나섰으나 역부족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다급하게 된 것은 열린우리당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열린우리당에 대한 호남민심 이반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호남의원들은 이로 인해 `DJ 죽이기’라는 정치적인 해석이 확산되지나 않을까 잔뜩 경계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이를 두고 `민주당과 DJ죽이기’라는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호남민심을 진정시키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장영달 의원은 7일 시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역감정으로 반사 이익을 얻거나 민주당의 존재를 부각시키고자 하는 정치적 계산은 옳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음모론이 확산되는 것을 우려했다.

장영달 의원은 특히 “DJ가 도청을 알고 묵인했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며 “DJ가 도청을 통해 얻는 효과가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그 어느 정권보다도 도청으로 인해 받을 타격이 가장 클 것을 알면서 도청을 묵인할 리가 있겠는가” 반문하면서 “과거 박정희 정권때부터 관행적으로 자행되던 도청을 역대 국정원장이나 정보원들이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죄”라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오히려 DJ를 겨냥한 한나라당을 향해 “한나라당은 입이 열 개라도 남의 탓 할 자격 없다”고 비난했다.

그는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도청 사실이 없다는 현 정부의 주장을 국민들이 명확하게 믿을 수 있도록 검증해줘야 할 책임이 있다”면서 “앞으로 정치권은 다시는 국민들이 도청 공포에 빠지지 않도록 국정원 감시감독 기능을 확실히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참여정부 초기 대북송금 특검을 실시했다가 호남민심 이반으로 곤욕을 치룬 바 있는 열린우리당으로서는 `국민의 알권리’라는 원칙을 고수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열린우리당= 열린우리당은 ‘국민의 알권리’를 선택하자니 `DJ 죽이기’논란에 따른 ‘호남민심 이반’이 우려되고, 호남민심을 선택하자니 자신들이 스스로 세운 원칙을 포기해야 하는 곤혹스런 상황에 처해있다.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이 같은 시각을 반영하듯 “DJ는 재임기간 불법도청을 용납하지 않았으나 국정원이 DJ의 지시를 어기고 물밑에서 불법도청을 저질러왔다”며 DJ와 불법도청 문제를 분리하려고 애쓰고 있다.

실제로 범동교동계로 분류되는 배기선 사무총장은 “김 전 대통령이 불법도청을 없애라고 지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이 잘못된 관행 속에서 일을 해온 것”이라며 DJ에게 책임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미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고, 특히 호남지역구 출신 의원들의 동요조짐이 속속 감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당내 일각에서는 이달 중 호남지역구 출신 의원들이 모여 이 문제를 두고 논의할 것이며, 논의 결과에 따라 열린우리당을 탈당하는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표시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 모 의원은 “국정원 발표 이후 호남지역에서 열린우리당 지지자의 대다수가 민주당으로 이탈하고 있다”며 “호남민심은 이제 더 이상 열린우리당 편이 아닌 것 같다”고 토로했다.

특히 문희상 의장은 7일 오전 영등포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DJ시절 정치공작을 위해 `미림팀’을 운영하는 일이 없었다는 것은 분명하고 확실하다”며 “국민의 정부 시절 불법도청이 있었다는 사실을 지금도 믿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문 의장은 또 ‘국민의 정부 초기 국가정보원 기조실장으로 재직하면서 도청 사실을 인지했을 개연성이 크다’는 한나라당의 문제 제기에 대해서도 “정보보고 라인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전혀 그런 사실을 몰랐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문 의장의 이 같은 기자회견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를 그냥 덮고 넘어가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한나라당, 특히 차기 유력 대권후보로 거론되는 이명박 서울시장측근들의 공세가 워낙 강경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우선 친이(親李)계열 이재오 의원과 김문수 의원이 공격의 포문을 열었다.

이 의원은 최근 당 홈페이지의 국회의원 발언대 코너에 ‘노무현 정부는 도청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그동안 국정원이 수차례에 걸쳐 ‘도청은 할 수도 없고 할 필요도 없다’고 강조했지만 최근 터져 나오는 언론보도에 의해 국민들의 신뢰는 무참히 깨졌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우리를 더욱 분노케 하는 것은 오랜 군사독재를 깨고 자타가 공인하는 민주정권인 김영삼, 김대중 정부 하에서마저 불법도청이 이루어졌다는 것에 대해서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그 태생부터 반 민주적·도덕적이며 부당한 정치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정치공작의 도구노릇을 해온 국정원은 해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특히 김대중 대통령은 지난 군사독재시절 도청의 최대 피해자였음을 스스로 강조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노벨평화상까지 받은 김대중 정부 하에서도 불법도청이 무차별로 이루어졌음이 드러났고, 그 불법도청의 주범들이 그것을 갖고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는 실정이니 어찌 경악하지 않겠는가”라며 “더욱이 그 불법도청을 미끼로 거래를 하려고 했던 사실에 대하여 민주와 인권을 주장했던 김대중 정부가 국민들에게 어떤 말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노골적으로 DJ를 향해 비난했다.

또 김문수 의원은 같은날 한나라당 홈페이지에 쓴 글을 통해 “헛되고, 헛되고, 또 헛되도다! 아! 노벨상이여! 민주화운동이여! 인권이여! 그리고 거짓말이여!”라고 통탄하면서 도청사건을 DJ정권 도덕성 문제로 확대하고자 하는 의도를 분명히 드러냈다.

김 의원은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고 모든 말은 정보기관이 듣고 있는 공포시대는 끝나야 한다”며 “국정원의 막강한 대공수사기능으로도 최근 몇 년 간 대공수사 실적이 전혀 없다”며 “국정원의 수사기능도 폐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이정현 부대변인도 6일 논평을 통해 “국정조사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신건씨를 포함한 전직 국정원장,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을 포함한 국민의 정부 실세들이 어떻게 관여했고 도청했으며, 어떤 정치공작에 이용했는지 현 정권을 창출한 국민의 정부 불법도청 관련 행적 전모가 규명돼야 한다”며 “도청 관련자, 도청 악용자는 물론 진대제 장관 등 국회 위증 모의 의혹도 규명돼야 한다”고 가세했다.

그는 “인권정부를 자처했던 집단이 계획적이고 광범위하고 더 지능적으로 불법도청을 했음이 드러나 배신감과 충격이 훨씬 크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임태희 원내수석부대표도 최근 브리핑에서 “DJ정부 시절 국정원의 실질적인 최고위 간부가 현 여권의 지도부”라며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왜 이제까지 숨겼는지 해명하라”고 주장했다.

다만 홍준표 한나라당 혁신위 위원장만 국민의 정부 당시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국가정보원의 도청 사실을 보고받았을 리 없다고 주장했을 뿐이다.

◇민주당= 국가정보원이 불법 도청 사건의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과 관련, 민주당 한화갑 대표는 6일 “참여정부는 이걸 다 공개하고 우리는 이런 일이 없다고 하지만 이 정부의 도청 여부에 대한 것도 시간이 지난 다음에 확인을 해봐야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이날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국민의 정부 시절에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가지고 국민들이 좀 의아해 하는 것 같은데 사실상 과거에 독재국가든 민주국가에 있어서 정보기관의 도청은 상례”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 대표는 특히 도청에 대한 김 전 대통령의 간접 지시 가능성에 대해 “대통령이 근절 지시를 내렸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그 원칙을 지켜갔으리라 믿는다”면서 DJ에게 책임이 없음을 강조했다.

한 대표는 오히려 국정원의 발표는 정치적 의도가 개입돼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국정원이 발표한 것은 국정원이 앞으로 갈 방향과 과거에 대한 반성을 표현한 점도 있지만 현 정부에서는 안 했다는 걸 강조하고 있는 것”이라며 “‘나하고 상관없다’, ‘내 정당하고는 관계없다’ ‘이 정권에서는 안하고 있다’는 식으로 문제를 다룬다면 이는 오히려 문제를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현재 불법도청 문제의 흐름이 이상한 방향으로 전개되는 느낌을 준다”며 정치적 의도를 경계하고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유 대변인은 “추가로 발견된 274개 불법도청 테이프의 공개 여부 및 수사와 관련한 당의 입장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 같다”며 “추후 도청 사건의 흐름을 지켜보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국민의 정부에 대한 폄훼 움직임에 대해 강력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이영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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