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전병헌 대변인은 31일 “정치권 모두 자성의 마음으로 국민통합을 위한 선거구제 개편 담론에 주목하고 참여해야 한다”며 야당의 수용을 거듭 촉구했으나, 당장 당내분위기부터가 심상치 않다.
전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우리당은 창당정신인 지역주의 해소와 국민통합을 위해서라면 전력을 다할 것이며 모든 기득권을 포기할 각오가 돼있다”고 밝혔다.
전 대변인은 특히 한나라당에 대해 “제1야당으로서 역사적 책무감을 갖고 대통령과 우리당의 제안에 진지한 검토와 사려깊은 대안 제시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민주당에 대해서도 “오해와 불신의 감정을 버리고 진정한 국민통합의 장에 함께 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연정’ 후폭풍으로 인해 열린우리당 호남지역구 의원들 일부가 탈당 조짐을 보이고 있는가 하면, 당청 관계도 삐걱거리고 있어 야당으로 시선을 돌리기보다 당장 당 내부부터 돌아보아야 한다는 볼멘소리가 높다.
탈당설에 불을 붙인 사람은 신중식(전남 고흥·보성) 의원이다.
신 의원은 이날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으로 정계개편이 빨라지겠으나 이는 고 건 전 국무총리 중심의 중부권 신당과 민주당 통합이 될 것”이라며 이달 중순 이전 탈당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현재 민주당 지지도가 올라가고 있고 충청권 신당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며 “여기에 국민 각계각층의 지지를 받고 있는 고 건 전 총리가 결합하는 3자 연합 형태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신 의원은 또 “차떼기 정당과 연정을 하자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노 대통령의 대연정 발언으로 당내 의원들이 동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은 특히 “내년 지방선거와 차기 총선을 고려한 호남권 의원들과 일부 수도권 의원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이) 연말쯤이나 올 줄 알았는데 의외로 빨리 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8월 탈당설과 관련, “오는 12일 중앙위원회를 소집하기로 한 만큼 논의 과정에서 당 지도부의 방향이 선회되지 않고, 이런 의도가 그대로 관철된다면 결단을 내리겠다”고 밝혀 사실상 탈당 결심을 굳혔음을 시사했다.
실제로 당 지도부는 일단 연정 구상의 연장선상에서 선거구제 개편에 대한 조기 공론화에 착수키로 한 것으로 알려져, 특별한 전환점이 없는 한 신 의원의 탈당은 기정사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신 의원은 탈당 후 거취와 관련 “지역 여론을 수렴해 본 결과, 열린우리당 탈당과 민주당 입당 여론이 압도적이었다”면서 민주당 입당 의사를 분명히 했다.
신 의원은 민주당과의 통합논의가 지지부진한 것에 대해 “현 지도부인 문희상 의장도 민주개혁세력의 전단계로 민주당과의 통합을 말했었다”며 “그런데 구체적인 행보를 보이는 게 없다. 사석에서 민주당 의원들을 만났다는 얘기도 들어본 적 없다”고 비판했다.
신 의원은 그러나 “1년간 몸담았던 정당에 대한 예의와 충격을 최소화하자는 차원에서 동지를 규합한다거나, 이사람 저사람 만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동반 탈당세력을 규합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신 의원의 탈당이 이뤄질 경우, 호남지역구 의원들의 탈당러시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당 전남도당위원장 유선호 의원도 당 홈페이지 올린 칼럼을 통해 노 대통령의 ‘연정’제안 방식과 이를 대하는 당 지도부의 태도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유 의원은 “대통령께서는 계속해서 연정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당은 어떠한 의견 수렴 절차도 거치지 않고 있다”며 “현재의 상황은 당으로부터 당원이 소외되는 현상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고 이는 당의 혼란과 무기력만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신 의원처럼 노골적으로 탈당 가능성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유 의원도 흔들리고 있음을 은연중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유 의원까지 탈당 대열에 가세할 경우 후폭풍은 걷잡을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신 의원이 탈당을 거론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신 의원뿐만 아니라 광주 전남권 의원 중 몇 명이라고 말할 순 없지만 많은 의원들이 탈당하겠다는 입장을 가진 것으로 파악된다”고 주장했다.
유 대변인은 이어 “대통령의 연정 제안에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심하게’ 동요하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서울시당 관계자도 “노 대통령이 말한 ‘한나라당 주도 대연정’은 곧 호남을 완전히 포기하자는 것과 마찬가지로서 서울 거주 호남출신을 자극해 민심이 흉흉하다”며 “서울에서도 탈당 의원들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대연정’ 제안으로 흔들리는 것은 호남지역구 출신뿐만 아니라 수도권 출신들까지 그 여파가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9일 12인 회의에 참석한 원혜영 정책위의장이 노 대통령의 ‘서신’과 관련해 “‘정권을 내놓겠다’, ‘한나라당과 정체성 차이가 크지 않다’는 등의 표현은 좀 이해하기 힘든 측면이 있는데…”라며 난처한 표정을 지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심지어 당내 일각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연정을 주도한 것은 청와대”라며 청와대를 향해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한 당직자는 “어느 인터네 매체에서 최인호 청와대 부대변인, 이호철 제도개선비서관, 송인배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 정윤재 총리실 민정비서관, 문재인 민정수석 등 청와대에 포진한 부산 출신의 노무현 대통령 측근 그룹이 주도했다는 설이 보도되기도 했다”며 “당청관계마저 균열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같은 날 이정현 한나라당 부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한나라당이 원하는 것은 경제회생과 민생안정이다. 그렇다면 열린우리당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냐”라고 물은 뒤 “노 대통령이 말하면 무조건 ‘예스’만 하는 것이냐”고 비꼬았다.
이 부대변인은 “노 대통령의 제안에 맞장구를 쳐주는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모습이 어찌나 보기에도 무겁고 소극적이든지 마치 마지못해 어디로 끌려가는 거시기의 모습”이라면서 “그간의 과정을 보면 연정 결정을 내리는데 여당 지도부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한 흔적은 전혀 없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이해찬 총리와 정동영, 김근태 장관과 마찬가지로 열린우리당 의원들도 연정에 대해 자신있게 국민을 설득할 확신과 논리를 갖춘 사람이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부대변인은 거듭 “노 대통령이 불쑥 불쑥 발표하는 엉뚱한 제안 속에서 열린우리당의 의견은 없고 항상 극소수 참모들만 있을 뿐”이라며 “그것은 국민들의 뜻과 다르고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을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더 잘 안다. 그럼에도 대통령 말이라면 졸졸 따라가는 여당 의원들의 행태는 소위 정치권에서 말하는 전형적인 예스맨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박영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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