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자료 수집 등 내사를 벌이고 있는 검찰은 참여연대의 고발이 접수되는 대로 검토 작업 등을 거쳐 정식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여 이번 사태의 진실규명문제는 검찰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참여연대 박근용 사법감시팀장은 이날 “X-파일에 등장한 재벌 임원과 언론사주 등에 대해 25일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할 것”이라며 “현재 고발 대상자의 범위와 적용 혐의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언론개혁국민행동 등은 지난 23일 중앙일보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홍석현 주미대사는 정경유착을 감시해야 할 언론사 사주 자격을 잃었다”며 해임 및 처벌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검찰 고위 관계자는 “자료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수사 여부를) 밝히기는 어렵지만 시민단체 등의 고발이 있으면 살펴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언급, 시민단체의 고발을 계기로 검찰이 수사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검찰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선적으로는 ‘X-파일’ 자체가 도청이라는 불법적인 방법에 의해서 만들어진 자료라는 점이 가장 큰 문제거리다. 사법처리를 전제로 해야 수사가 가능하지만 ‘X-파일’은 법적으로 증거자료가 안돼 수사착수의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만약 수사에 들어간다고 해도 다른 증거는 없이 ‘X-파일’상의 대화내용만 있는 상태에서 당사자들이 부인할 경우에는 추궁할 근거 역시 없게 된다.
게다가 공소시효 문제도 걸려 있다. 공직자가 5000만원 이상 뇌물을 받았을 경우만 공소시효(10년)가 남아 있을 뿐으로 불법도청을 처벌하는 통신비밀보호법(7년)과 정치자금법(3년)의 공소시효는 이미 소멸된 상태. 검찰간부에게 500~2000만원씩 명절 떡값을 돌렸다는 부분도 공소시효가 지났고, 감찰기간(2년)도 넘어버렸다.
24일까지 김종빈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 수뇌부가 ‘X-파일’ 수사에 명확한 결론 없이 큰 틀에서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도 이런 현실적인 배경이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
물론 현재로서는 검찰의 자체 의지와 상관없이 결국에는 검찰에서 수사를 시작하게 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당장 참여연대가 25일 ‘X-파일’에 등장하는 재벌임원과 언론사주 등을 검찰에 고발할 경우 싫든 좋든 간에 검찰에게 ‘공’이 넘어 올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더구나 삼성이 MBC를 비롯해 ‘X-파일’을 보도한 언론사에 대해 대규모 민·형사 소송을 제기할 경우 검찰은 이를 피할 수 없다.
▲X파일, 어떤 내용이 담겨 있나= MBC가 지난 22일 보도한 안기부 문건의 주요 내용은 지난 97년 대선 당시 삼성그룹이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을 통해 이회창 후보에게 100억원 이상의 돈을 건넸다는 것이다.
안기부 문건에 따르면 97년 대선 당시 삼성그룹 이학수 비서실장과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은 신한국당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이회창 후보측이 15억원 정도를 요구할 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말을 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회창 후보가 신한국당 대선 후보로 결정된 후 두 사람은 다시 만나 이 후보측에 30억원 플러스 18억원을 전달했다. 이와 함께 이 후보의 이미지를 만드는 작업을 위해 필요한 경비 11억원과 한달 후 다시 전달하라는 30억원 등 대화 내용대로 돈이 전달됐을 경우 총 비용은 100억원이 넘는다는 것.
특히 MBC는 이 같은 자금이 이회창 후보의 고교 후배인 서상목 의원과 중앙일보 편집국장을 지낸 고흥길 의원을 통해 전달했다는 내용도 보도했다. 그 후 대선전이 본격화되면서 자금 창구는 이 후보의 동생인 이회성씨로 일원화됐다고 했다.
MBC가 보도한 문건에는 당시 여당후보이던 이회창 후보 외 홍석현 사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도 접촉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론 당사자들은 모두 ‘발뺌’= 이른바 `X-파일’에는 지난 1997년 대선 및 당시 신한국당(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과 관련해 이회창 후보를 제외한 다른 후보들이 거론되고 있다. 이학수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장과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이 이들에 대한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하는 내용이다. 녹취록에는 4명이 거명되지만 1명에 대한 구체적인 자금 얘기는 없다.
97년 4월 녹취록과 안기부 내부 보고문건에 따르면 ㄱ씨에게는 신한국당 경선을 앞두고 처음 5억원, 경선을 선언하면 더 도와주는 쪽으로 되어있다. ㄴ씨는 삼성측에 `3개(3억원?)’를 더 요청한 것으로 돼있다.
또 같은 해 10월 녹취록에는 ㄷ씨가 10억원을 `좀 도와달라’고 한 것으로 나온다.
이에 대해 당사자들은 한결같이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ㄷ씨측 인사는 24일 “그 때 우리는 중앙일보, 삼성쪽과 관계가 아주 좋지 않았다”며 “그런 상황에서 돈을 달라고 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이 인사는 “ㄷ씨가 `있을 수 없는 얘기다. 그 때 중앙일보 등이 나를 죽이려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ㄴ씨 캠프에서 일했던 한 관계자는 “처음 듣는 얘기다. 당시 `김현철씨 쪽에서 경선 후보들 관리하는 차원에서 지원한다’는 소문은 있었지만 확인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ㄴ씨는 직접 돈을 관리했다. 삼성에서 돈을 받았는지는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ㄱ씨측 역시 “삼성으로부터 단 한푼도 받은 일이 없다”고 부인했다. 신한국당 대선과정을 지켜봤던 한 정치권 인사는 “녹취록을 보면 `그랬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며 “하지만 실제로 돈이 오갔다면 삼성과 당사자 모두 은밀히 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2002년 대선 불법자금 수사에서 드러났듯 기업들이 `보험금조’로 경선 때부터 후보들을 지원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이회창 전 총재측은 “터무니 없는 얘기”라며 관련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한 측근은 “당시 안기부에서 `미림팀’이라는 조직을 운영하며 비밀리에 불법도청을 했고, 이후 상당수 자료가 외부로 유출됐다고 하는데 다른 내용은 알려지지 않는 반면 유독 이 전 총재 관련 내용만 집중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도청자료 폭로 자체가 정치적 의도를 갖고 기획됐거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는 게 아니냐”며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홍석현 대사 거취 어떻게 되나= 홍석현 주미대사의 거취가 빠르면 25일쯤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25일 노무현 대통령이 주재하는 정례 수석·보좌관회의에 앞서 김우식 비서실장 주재의 정무관계 수석회의, 현안점검회의를 열어 홍 대사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24일 “현재 홍대사 문제와 관련해 `지켜보자’는 기본 입장에는 변동이 없다”며 “다만 내일(25일) 오전 비서실장 주재 정무관계 수석회의를 개최, 이 문제를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무관계 수석회의는 비정기적으로 주요사안이 있을 경우에 한해 열리는 것이라고 김 대변인은 설명했다. 앞서 노 대통령은 `X파일’ 공개 직후인 지난 22일밤 비공개 여권수뇌부 모임인 `12인회의’에 참석, 이번 사안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결국 그동안 “지켜보자”던 청와대 입장은 대책 논의로, 한단계 진전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어 열리는 수석·보좌관회의를 위한 사전 논의의 성격이 짙어 보인다. 홍 대사가 자진사퇴할 경우 `만류할 사안은 아니다’는 게 청와대의 기류다.
핵심관계자는 “그때 가서 결정할 문제”라고 즉답을 피하면서도 “(홍 대사 거취를) 6자회담하고 직접 연결해서 봐야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본인이 누구보다 (내용을) 잘 알텐데 사실이라면 계속 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며 “내일이나 모레쯤 입장표명을 하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
조기교체의 가장 큰 짐인 북핵관련 한미조율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란 시사이자 내심 홍 대사의 자진사퇴 형식을 기대하는 눈치로 읽힌다. 지난해말 비판여론을 감수하고 홍대사를 내정한 것을 생각하면 중도 경질이 부담스런 까닭이다. 하지만 홍 대사측 분위기는 아직 불투명하다. “적절한 시점에 자신의 입장을 밝힐 것이지만 6자회담 일정 때문에 고민 중”, “현재로선 사퇴를 표명할 생각은 없는 것 같다”는 분위기다.
주미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홍대사는 현재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내주에 있을 6자회담에 대해 모든 신경을 쏟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일각의 조기퇴진론에 대해 “대사직은 일반 공직과는 달리 상대방 국가와의 관계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홍 대사는 주말인 지난 23일 대외활동을 접은 채 거취를 숙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영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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