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이트와 뉴프로그레스는 각각 한나라당과 우리당의 사실상 장외지원그룹으로서 정책과 이념 문제 등에서 이들 양당을 대신하는 대리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정강정책 개정을 논의하면서 ‘공동체자유주의’를 표방함에 따라 최근 뉴라이트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에 맞서기 위해 열린우리당 내에서 ‘신진보주의’를 내세운 것이다.뉴프로그레스 준비모임측에 따르면 신기남, 김형주, 김태년 의원 등 현역 의원 9명과 함운경, 신동근 중앙위원 등 당내 활동가 107명은 지난 19일 저녁부터 20일 새벽까지 모임을 갖고 새로운 진보이념을 세우고 정치권 전반에 확산시키기 위해 ‘뉴프로그레스’를 창립하기로 하고 준비 모임을 결성했다.
공동대표에는 신동근 중앙위원과 장상훈 전 중앙위원이 선임됐다.
그동안 열린우리당이 “뉴라이트는 한나라당이 대안 세력이 될 수 없다고 보는 보수세력이 차기 대권창출을 위해 뭔가 해야 하지 않느냐는 상실감에서 시작된 운동으로서 실체가 없기 때문에 무시하는 게 기본”이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던 것에 비하면 상당한 변화다.
사실 열린우리당이 애써 외면하려고 해도 ‘뉴라이트 운동’이 세간의 주요관심사로 떠오르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특히 뉴라이트 세력이 분화하면서 한나라당내 이른바 ‘빅3’로 불리는 박근혜 대표,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도지사 등과 사실상 연대하면서 이들에 대한 관심은 더욱 고조되고 있었다.
실제로 이들 한나라당 대권주자들은 “수구좌파와 수구우파 극복”을 천명하고 나선 ‘뉴라이트 운동’에 끊임없이 추파를 던져 왔다.
따라서 열린우리당은 이들 한나라당 대권주자들이 ‘뉴라이트’와 연대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열린우리당이 서둘러 ‘신진보연대’를 구성하게 된 데는 이런 배경이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면 한나라당의 뉴라이트와 열린우리당의 뉴프로그레스가 정면으로 맞붙을 경우, 누가 이길까?
▲뉴라이트(New Right)= ‘뉴라이트(New Right)’는 최근 386 운동권 출신 전향자들이 주축이 된 ‘자유주의 연대’가 신보수를 내걸고 등장하면서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뉴라이트는 현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며 합리적이고 중도적인 보수주의를 구호로 내걸고 있다.
출발이 뉴프로그레스보다 앞선 만큼 이제는 어느 정도 조직력도 갖추게 됐다.
특히 한나라당 대권주자들로부터 호감을 얻음에 따라 정치적인 힘도 실리고 있다.
실제로 뉴라이트에 가장 적극성을 띤 손 지사는 최근 어느 대학 동창회 초청특강에서 ‘뉴라이트(New Right)’에 입각한 ‘중도통합론’을 강조했었다. 손 지사는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모 정책간담회에 참석, ‘뉴라이트’의 주창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 ‘자유주의연대’의 창립선언문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손 지사는 당시 “우리 사회의 주도세력이 수구좌파적 민주화 세력에서 미래지향적 자유주의 민주화 세력으로 시급히 교체돼야 한다”고 말했는가 하면, 어려운 국가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수구화된 좌파 민주화 세력과 치열한 이념적 대결을 벌여야 하며 한나라당 역시 산업화·근대화가 이미 지났음을 인식하고 이 시대에 주도세력을 키우는 등 새롭게 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라이트의 핵심인 자유주의연대나 손 지사의 주장은 마치 양측이 사전에 만나 조율이나 한 듯이 너무나 닮은꼴이다. 자유주의연대와 손 지사의 짝짓기가 이뤄졌다는 관측은 이 때문이다.
박 대표도 “법치가 흔들리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칙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그러한 운동(뉴라이트)이 벌어진다는 것은 우리나라를 위해 상당히 다행스럽고 좋은 일”이라며 “그분들이 주장하는 원칙은 한나라당이 추구하는 바와 다를 바가 없다”고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시장은 아예 노골적으로 ‘뉴라이트’라는 명칭을 딴 ‘뉴라이트 전국연합’이라는 단체와 짝짓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김진홍 목사(두레공동체 대표)를 상임대표로 선출한 전국연합은 지난달 말 명동 은행회관에서 ‘뉴라이트 전국연합 발기인대회’를 열었다.
이들이 이 시장과 손잡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은 우선 김 목사가 한나라당 내에서 대표적인 친이(親李·이명박 서울시장 측근) 진영으로 분류되는 수도이전 반대투쟁위원회(수투위) 소속 의원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수투위가 서울시의회와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수도분할반대 범국민운동본부’를 결성할 당시 김 목사는 수차에 걸쳐 이들과 만나 논의하는 등 운동본부의 한축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전국연합에서 김 목사와 함께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이영해 한양대 교수가 대표로 있는 ‘분당포럼’ 역시 `수도분할반대 범국민운동본부’에 동참하고 있으며, 당시 대회장에는 한나라당의 이재오, 박계동 의원 등 친(親)이 진영 의원들 다수가 자리를 함께 하기도 했다.
이로써 ‘뉴라이트’는 사실상 한나라당 대권주자들과 맥을 함께 하게 됐다.
한나라당내에서는 “당에서 힘을 쓰려면 뉴라이트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따라서 이들이 갖는 힘은 막강하다.
하지만 뉴라이트 진영내의 갈등이 문제다.
실제로 뉴라이트의 원조격인 자유주의연대는, 전국연합의 출범과 관련해 “기존 정당에 관계하고 있는 인사들이 개인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뉴라이트 용어를 이용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는가 하면, 심지어 자유주의연대의 신지호 대표는 “‘뉴라이트 전국연합’은 정치적 독립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전국 지역 모임이 생기기도 전에 간판부터 내건 조직”이라며 “새 단체로 인해 뉴라이트가 분열됐다는 표현보다 차라리 ‘짝퉁’이 하나 생긴 것”이라고 비난했다.
따라서 이들이 한 목소리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공동의 적인 뉴프로그레스가 탄생할 경우, 이들이 재결집할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뉴프로그레스(New Progress)= 지난 19일 전국에서 모인 진보적 정치활동가들이 20일 새벽까지 토론 끝에 ‘신진보주의 총론’을 채택하고, ‘신진보연대 준비모임’을 결성했다.
이들은 ‘새로운 진보를 향한 우리의 결의’라는 결의문을 통해 “과거 반공반북, 국가중심주의에 매여 있던 한국의 부수주의자들은 21세기를 맞아 ‘공동체 자유주의를 내걸며 변신을 꾀하고 있다”면서 “이에 비해 진보주의자들은 스스로의 이념과 노선을 확립하지 목한 채 세계화·정보화라는 변화의 물결 앞에 표류하고 있다. 현재 개혁진보세력의 주춤거림은 무엇보다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 갈 비전과 의지, 능력의 부족에 기인함을 우리는 통감한다.
그동안 사상적 게으름을 떨치고 새로운 이념적 기초를 다지는 노력만이 개혁진보세력이 한국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길임을 우리는 믿는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뉴라이트’를 염두에 둔 신보수주의 탄생이었음을 시인하는 것이다.
이날 준비모임은 핵심프로그램으로 자유롭고 공평한 시장경제, 교육혁신과 기술혁신을 통한 지속형 경제발전, 사회적복지의 심화를 통한 사회경제적 민주화, 남북한 평화체제 구축과 동아시아 교량역할을 제시했다.
이들은 또한 ‘신보수주의’는 ‘신자유주의와’와 ‘좌파근본주의’ 모두를 반대하며, ‘진보의 자기혁신’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진보연대’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배타적 진보가 아닌 ‘신진보’를 열린우리당의 좌표로 제시하고 이의 관철을 위한 세(勢)확대에 나설 뜻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은 보도자료에서 “개혁진보세력의 단결과 통합을 지향한다”며 “활동영역을 당내로 국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따라서 민주노동당과는 진보적 사회정책에서, 민주당과는 한반도 정책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으며, 특히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과의 연대 가능성도 예상된다.
물론 이들도 ‘뉴라이트’처럼 연린우리당내 대권주자들과 연대할 개연성은 충분하다.
단순히 참여 인사들의 면면만을 본다면 정동영 통일부 장관보다는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김 장관이 열린우리당내 후보로 선정되거나 가능성이 높아질 경우 이들의 활동 반경도 그만큼 높아지겠지만, 반대로 김 장관이 우세할 경우 이들 활동도 덩달아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따라서 당내 일각에서는 뉴라이트 분화처럼 뉴프로그레스의 분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신진보연대 정진우 간사는 시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모든 연대 가능성은 열려있되 분화는 아니다”고 일축했다.
정 간사는 또 당내 대권주자가 뉴프로그레스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에 대해서도 “기존 정당의 패러다임으로 보면 대권주자 진영의 흐름에 따라 움직일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우리가 가진 생각이 유력 대선후보군들이 자신의 비전을 세울 때 반영되길 바랄 뿐”이라고 가능성을 축소시켰다.
그는 이어 “우리가 제기하는 모든 문제점들이 한국 사회의 진보개혁들의 공통된 관심사로 고민되길 바란다”면서 “무엇보다 원내 1당에서 이런 문제제기가 최초로 이뤄진다는 부분을 높이 사주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뉴라이트가 당외에서 먼저 출발 한 것에 비해, 뉴프로그레스는 당내 세력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는 점은 치명적인 약점으로 지목된다.
이에 대해 정 간사는 “그동안 집권당이기 때문에 향후 비전에 대한 고민 적었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오히려 내부의 문제제기가 파급력이 더 클 것으로 본다”고 반박했다.
/이영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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