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해동기 없는 ‘계획살인’인듯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02-01 19:5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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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초등생 피살 남겨진 단서는 ‘목 부위 상흔(목 졸림 자국), 왼손 중, 환지와 오른손 시, 중, 환지 운동화 끈으로 묶임, 오른쪽 허벅지 부위에 까진 상처, 손 등에 남아 있는 모발...’

집 앞에서 실종된 뒤 인근 춘덕산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윤모(12·초등6년)군과 임모(11·초등5년)군은 비록 말없이 세상을 떠났지만 살인 용의자에 대한 여러 가지 단서를 남겼다.

윤군의 왼손 중지와 환지(네째 손가락), 오른손 시지(둘째 손가락)부터 환지까지의 3개 손가락은 운동화 끈으로 묶인 뒤 머리 위로 넘겨져 잡목에 함께 묶여져 있었다.

묶인 손가락 끝 마디 쪽으로 울혈(몸 안의 장기나 조직에 정맥의 피가 몰려 있는 증상)현상이 나타나 있었다. 이는 생물이 살아 있을 때만 나타나는 몸의 반응인 ‘생활반응’으로 윤군이 살아 있는 상태에서 손가락이 묶였다는 것을 말해 준다.

또 윤군과 임군의 어깨부위에 용의자의 신발로 보이는 족흔(운동화류로 추정)이 남아있는데 사체강직 후 흔적이 남겨지기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용의자가 이들의 뒤에서 발로 어깨를 밟고 끈으로 목 졸라 살해한 잔혹성을 드러낸다.

주목할 것은 윤군 손가락에 묶인 매듭으로 군, 경 등 특수한 단체에서 사용되는 특이한 형태의 매듭은 아니지만 무척 꼼꼼하게 두세겹으로 손가락을 묶은 것은 용의자의 성격이 무척 치밀하고 세심한 것을 짐작케 한다.

경찰은 한번 묶으면 안 풀어질 듯한 이 매듭의 형태로 봐서 용의자가 포장 등 매듭과 연관이 많은 일에 종사하는 사람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탐문수사중이다.

경찰은 성추행 등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음에 따라 ‘소아기호성 범죄자’는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추운 겨울에 두 아이의 옷을 벗기고 특히 윤군의 손가락을 운동화 끈으로 매듭을 지어 나무에 묶어 놓은 것은 용의자의 가학적 성향을 짐작케 한다.

또 성폭행을 목적으로 하거나 부모를 대상으로 어린이를 살해하는 지금까지의 범죄와 달리 범행 동기가 드러나지 않고 있어 용의자는 범죄분석가들이 말하는 ‘비정상(abnormal)’ 상태임을 알 수 있다.

경찰은 신장 150㎝ 안팎의 남자어린이 2명을 한밤중에 눈덮힌 깊은 산속 계곡으로 순순히 데려가고 실종이후 20일이 넘는 경찰의 대대적인 수사에도 꼬리를 잡히지 않은 것은 평소 범행현장 주변에서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계획살인’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관계자는 “남자어린이를 대상으로 하고 특별한 동기가 드러나지 않는 이번 살인사건은 국내에서는 극히 드문 범죄”라며 “이런 사건류의 용의자는 일반 살인범과는 다른 성향을 갖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윤군과 임군은 1일 한줌의 재가 돼 천국(天國)의 길로 떠났다. 부천 기독제일병원 장례식장에는 이른 아침부터 아빠, 엄마 품을 영원히 떠나야만 하는 두 어린 넋을 달래기 위한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오전 9시40분께 장례식장을 떠나 윤군과 임군이 살던 K주택가에서 20분간 진행된 노제는 동네 주민들이 오열을 터뜨려 통곡의 장으로 변했으며 두 어린 넋은 그리운 이웃들의 눈물을 뒤로한 채 인천시립공원묘지 화장장으로 떠났다.

/문찬식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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