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주체인 시(市)와 ‘문화도시 고양을 생각하는 문화예술인 모임(고생모)’이 그동안 수차례 모임에도 불구하고 합의점을 찾는데 실패한 이후 시는 당초 계획대로 건립을 추진하는 반면 고생모는 이를 저지하기 위한 집단 행동을 시작했다.
고생모 회원 9명은 2일 오전 일산구 마두동 일산문화센터 건립 현장 정문 앞에서 퍼포먼스를 겸한 기자회견을 갖고 공사 즉각 중지와 재설계를 요구하고 나섰다.
▲덕양문화체육센터와 일산문화센터
시는 총 3046억여원을 들여 지난 1999년 6월 덕양구 성사동 성라공원(21만5000여평)에 덕양문화체육센터를 착공한데 이어 지난해 9월 일산구 마두동에 일산문화센터 건립을 시작했다.
덕양문화체육센터에는 다목적 대공연장(1500석)과 소공연장(450석)이 포함된 문예회관·문화센터·운동장·실내빙상장·수영장·체육관이, 일산문화센터에는 오페라극장(2000석)·콘서트홀(1500석)·실험극장(250∼350석)·야외공연장·도서관·체육시설·전시시설 및 카페테리아 등이 들어선다.
덕양문화체육센터는 내년 4월에, 일산문화센터는 2005년말에 완공될 예정이다.
▲고생모 주장
고생모는 지난 4월 고양시 거주 문화예술인 100여명이 모여 만든 친목 단체로 토론회를 거쳐 ‘일산문화센터 재건립에 관한 제안서’를 내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고생모는 “일산문화센터는 지역 주민의 문화참여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지역 문화예술 창작의 중심지, 지역 문화교육 및 예술 정보센터가 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규모 조정과 시설의 최적화, 다양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페라극장을 다목적 공간으로, 콘서트홀을 전시장과 100∼300석 규모의 공연장으로 각각 바꾸고 창작 인큐베이터 기능을 할 수 있는 100석 미만의 공연장과 스튜디오·연습실·강의실·장애인 및 노약자 편의시설·야간 편의시설의 설치를 제안했다.
고생모 여균동(45.영화감독) 대변인은 “최근 지어진 지역문화시설 150여곳이 거의 부실 운영되고 있는 가운데 초대형 공연장이 과잉, 중복 건설되고 있다”며 “막대한 건설비에 비해 주민의 문화적 욕구를 전혀 충족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생모는 이 때문에 일산문화센터라도 공사를 일시 중지한 뒤 합리적으로 재설계하고 주민과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참여하는 공공위원회를 즉각 설치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고양시 입장
시도 주민과 문화예술인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공간 마련이 필요하다는데는 전적으로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 자문 결과 지하 골조물 공사가 거의 끝나 공정률이 15%를 넘은 상황에서 설계 변경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데 의견이 집약돼 당초 계획대로 추진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고생모의 제안을 수용하려면 450억여원의 추가 공사비가 필요한데 차라리 이돈으로 향후 진행될 3∼4곳의 택지개발지구에 필요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또 정상화에 10여년이 걸린 서울 예술의 전당을 예로 들며 2 곳의 문화체육시설은 고양시 뿐만 아니라 수도권 서북부지역 주민을 타깃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과잉시설이 아니며 빠른 시간내 정상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박성복 문화체육담당관은 “일산은 고급 오페라 전용극장으로, 덕양은 대중 콘서트 전용극장으로 차별화하고 나머지 공연장은 200∼300석 규모의 소규모 공연장과 전시시설 등으로 활용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올해말까지 문화재단을 설립하고 내년말까지 운영 프로그램 개발 용역을 모두 끝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망
고생모는 요구사항 관철을 위해 조만간 서명운동을 시작하고 이를 바탕으로 청원 또는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다양한 시도를 계속할 예정이다.
고생모는 문화관광부가 전국도시 중 한곳을 지정, 문화영향평가를 실시해 다음달말까지 보고서를 마련한다는 방침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고양시가 시범 도시로 지정되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는 고생모의 주장에 충분히 공감하는 바가 크지만 그동안의 토론과 자문, 공사 진행 과정을 고려할때 당초 계획대로 건립이 불가피하다는 입장 정리를 마친 상태여서 논란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이번 논란이 새로운 형태의 문화체육시설 건립과 운영에 대한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
고양=이영란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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