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은 공기총으로 잔혹하게 살해된 피해자가 미모의 명문여대생이고 주변인물이 명문대생, 변호사와 판사 등 법조인, 국내 중견기업의 가족 등이어서 세간의 관심을 끌어왔다.
납치, 살해 용의자인 윤모(41), 김모(40)씨가 1년여동안 해외로 도피하는 바람에 베일에 가려졌던 이 사건은 지난 11일 체포된 이들이 윤씨의 지시로 납치·살해했다고 자백함으로써 전모가 드러났다.
△사건의 발단과 범행준비
윤씨가 자신의 사위(30. 법조인)와 이종사촌 사이인 하씨가 불륜관계였다는 소문을 듣고 둘 사이를 의심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99년 11월.
막연한 의심을 하던 윤씨는 2000년 3월 사위의 휴대폰으로 걸려온 젊은 여자의 목소리를 듣고 누구냐고 물었다가 사위가 하씨가 아닌데도 하씨라고 대답하자 불륜관계를 확신했다.
윤씨는 2001년 9월 조카와 현직 경찰관, 심부름센터 직원 등 20여명을 고용, 이들에게 5000여만원을 주면서 하씨를 밀착 감시토록 지시했다.
△납치·살인 및 사체유기
조카 윤씨와 김씨, 납치를 위해 고용한 전모(23)씨 등 3명은 다음날 오전 5시 37분께 하씨가 수영장을 가려고 집을 나오자 준비해 간 승합차에 하씨를 강제로 태웠다.
윤씨와 김씨는 전씨 등을 돌려보낸 뒤 하씨의 손발을 노끈으로 묶고 눈을 청색테이프로 가린 뒤 경기도 하남시 검단산으로 끌고 갔다.
이어 김씨가 공기총으로 하씨의 머리에 총알 6발을 발사해 살해한 뒤 쌀포대에 넣은 채 등산로에 버렸다. 윤씨는 범행 직후인 오전 9시께 집 근처 공중전화에서 “(납치. 살인) 성공했다”고 고모 윤씨에게 알렸다.
△시신 발견 및 경찰수사
하씨의 시신은 살해 열흘뒤인 3월 16일 오전 9시께 검단산 등산로에서 등산객에 의해 발견됐다.
하씨는 3월 6일 가족들에 의해 서울 강남경찰서에 가출신고가 된 상태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결과 하씨는 근접거리에서 머리에 5.0㎜ 공기총 실탄6발을 맞았으며 왼팔이 부러지는 등 잔혹하게 살해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 강남경찰서에는 수사본부가 차려졌고 경기도 광주경찰서도 지원수사를 시작했다.
△윤씨·김씨의 도피행각
윤씨는 범행 보름뒤인 3월 20일 아버지가 있는 베트남으로, 김씨는 다음달 5일 홍콩으로 달아났다. 그러나 경찰의 추적을 받자 7월초 윤씨와 김씨는 각자 중국으로 밀입국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눈과 코를 성형수술하고 부러진 앞니 1개를 바꿨으며 윤씨는 동생 명의의 위조여권을 갖고 다녔다.
△핵심용의자 검거 및 범행자백
도피행각을 벌이던 윤씨와 김씨는 지난달말 중국 옌지에서 현지 공안당국에 붙잡혀 지난 11일 국내에 송환됐다.
1년여만에 붙잡힌 이들은 경찰조사에서 납치는 인정했으나 살인은 제3자가 했다고 버티다 마침내 윤씨 고모의 지시로 하씨를 납치,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경찰은 13일 윤씨와 김씨에 대해 살인 및 사체유기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윤씨의 고모에 대해 살인교사 혐의를 추가했다.
광주=이백상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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