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호수 풍경 담은 '문가든'… 300여종 수목·초화류 장관
수국동백정원등 곳곳에 볼거리
산이정원·포레스트 수목원엔 예술·동화·꽃 이야기 가득
| ▲ 산과 저수지를 품은 호수 전망 정원 '문가든'. (사진=해남군청 제공) |
[해남=정찬남 기자] 정원을 찾아가는 여행에는 저마다 다른 이유가 있다. 꽃과 나무 사이를 걷기 위해서일 수도 있고, 멀리 펼쳐진 산과 물을 바라보거나 아이와 함께 새로운 공간을 경험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해남군에는 이런 여행의 목적에 따라 골라볼 만한 정원 네 곳이 있다. 저수지와 산을 풍경으로 품은 문가든, 옛 다랑이논을 여러 주제의 공간으로 바꾼 비원, 자연에 예술과 놀이를 결합한 산이정원, 식물자원의 보전까지 맡고 있는 포레스트 수목원이다.
네 곳은 규모와 조성 과정, 관람 방식이 서로 다르다. 개인이 오래 가꿔 민간정원으로 등록한 공간이 있는가 하면, 대규모 정원형 식물원과 전문 수목원도 있다. 화려한 꽃이 피는 시기에만 주목하기보다 정원이 만들어진 배경과 구역별 특징을 알고 둘러보면 계절에 관계없이 살펴볼 거리가 많다.
이에 <시민일보>는 네곳의 정원에 대해 자세히 살펴본다.
■ 아버지의 과수원에서 시작된 호수 전망 정원 '문가든'
해남군 계곡면 오류골길의 문가든은 정원 밖 자연까지 풍경에 끌어들이는 공간이다. 정원에서는 오류제 저수지와 흑석산을 함께 바라볼 수 있다. 철새가 찾아드는 물가와 날씨에 따라 빛깔을 달리하는 산이 나무와 화초 사이로 이어진다. 주변 경관을 정원 일부처럼 활용하는 ‘차경’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은 처음부터 정원이었던 땅이 아니다.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정원정보에 따르면 과거 정원 조성자 문홍식씨의 아버지가 밭과 과수원으로 경작하던 땅으로, 1988년 다른 사람에게 팔렸다가 22년 뒤 문씨가 다시 사들였다. 문씨는 퇴직 후 본격적으로 정원을 가꾸기 시작했고 2021년 6월 문을 열었다. 같은 해 12월 27일 전남 민간정원 제18호로 등록돼 해남의 첫 번째 민간정원이 됐다.
정원누리에 등록된 면적은 1만689㎡다. 1만여㎡에 300여종이 넘는 꽃과 나무를 배치했으며, 원래 있던 수림과 새로 심은 식물이 함께 자란다. 공간은 가족 이야기를 담은 8개 구역으로 나뉜다. 아버지를 기억하는 ‘춘포의 땅’과 어머니를 생각하며 만든 ‘어머니길’이 대표적이다. 정원을 조성하게 된 개인의 사연이 산책로의 이름과 구성에 남아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나무와 초화류를 따라 걷다가 저수지가 보이는 곳에 잠시 머물면 문가든의 풍경이 선명해진다. 전남도 민간정원 소개자료에는 2층 카페와 목재 캐빈 5동, 산책로 주변 쉼터도 안내돼 있다. 해가 진 뒤에는 정원 조명이 켜져 낮과 다른 경관을 만날 수 있다. 산책과 휴식을 함께 즐기며 산과 물이 한 화면에 들어오는 전망을 찾는 여행자에게 어울린다. 이곳에서는 정원을 꾸미기 전부터 있던 과수원의 기억과 새로 가꾼 정원 구역, 그 너머 자연 경관을 한꺼번에 살펴볼 수 있다. 일반적인 꽃구경 외에도 땅을 다시 매입해 정원을 만든 과정 자체가 방문객에게 전해지는 이야기다.
■ 다랑이논을 따라 만나는 다섯 개의 주제정원 '비원'
삼산면의 비원은 두륜산 자락 옛 마을에 놓인 다랑이논의 지형을 활용했다. 김미정 정원주는 2006년 고향 해남으로 돌아와 정원을 가꾸기 시작했고, 2017년부터 직접 나무를 구해 심으며 공간을 조성했다. 정원은 2024년 전남도 예쁜정원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받았고 그해 12월 전남 민간정원 제28호로 등록됐다. 2025년 5월에는 정식 개방을 알렸다.
정원누리의 등록 면적은 1만769㎡이며, 등록된 녹지면적은 8846㎡다. 전남도 자료에서는 정원 앞쪽에 옥산, 뒤쪽에 우달메골이 자리해 야트막한 산들로 둘러싸인 지형도 소개하고 있다. 산비탈의 높낮이를 평탄하게 바꾸기보다 원래 지형을 살려 산책로와 식재 공간을 구분했다. 길을 따라 걸으면 한울정원, 바위정원, 바람의 정원, 수국동백정원, 장미정원 등 다섯 개 주제정원이 차례로 나타난다. 오래된 농경지의 형태가 여러 층의 정원 풍경으로 바뀐 셈이다.
대표 공간인 한울정원은 약 100년 된 아까도철쭉과 자연암반 폭포가 어우러진다. 전남도의 정원 소개에 따르면 ‘한울’에는 ‘바른 우리의 터전’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낮은 언덕과 연못, 굽이진 산책로를 지나 바위정원으로 이동하면 자연 지형이 이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비원에는 크고 작은 연못 9개가 조성돼 있어 정원 곳곳에서 물과 식물이 어우러진 장면을 만난다.
바위정원을 지나 높은 곳의 바람의 정원에 이르면 정원 전체와 주변 들판을 내려다볼 수 있다. 별빛전망대도 해남 들녘을 조망하는 장소다. 수국동백정원에는 수국과 동백이 함께 식재돼 있고, 별빛전망대에서 이어지는 장미정원은 약 60m 길이로 조성됐다. 정원이 여러 구역으로 분리돼 있으면서도 산책길로 연결돼 있어 하나의 풍경보다 공간마다 다른 식물과 조망을 차례로 살펴보기에 좋다. 전남도 설명에는 수국동백정원이 약 6611㎡ 규모로 소개돼 있다. 바위와 연못, 폭포가 있는 구역에서 들녘을 내려다보는 높은 지점으로 이동하는 동안 정원 내부와 주변 마을의 풍경이 번갈아 나타나는 구성이 돋보인다.
■ 자연에 미술과 놀이를 더한 정원형 식물원 '산이정원'
산이면 솔라시도 기업도시의 산이정원은 규모와 공간 구성이 특징인 정원형 식물원이다. ‘산이’라는 이름에는 지역명 산이면과 ‘산이 곧 정원이 된다’는 의미가 함께 담겼다. 보성그룹이 솔라시도에 계획한 9개 정원 가운데 ‘태양의 정원’에 이어 두 번째로 준공된 공간으로, 2024년 5월4일 1단계 구역을 일반에 공개했다.
전체 계획면적은 52만8925㎡이다. 전체 계획 규모와 당시 개장 규모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1단계 조성에는 약 4년의 준비기간이 투입됐다고 사업 시행 측은 설명했다. 1단계 개장 자료에서 확인되는 주요 공간은 맞이정원, 노리정원, 물이정원, 동화정원, 약속의 숲, 생명의 나무 등 여섯 가지다.
맞이정원은 바다를 떠올리게 하는 꽃길로 방문객을 맞고, 노리정원은 어린이의 상상력과 놀이에 초점을 맞췄다. 동화정원은 어린 왕자의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하늘마루에는 큰 사람 형상의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산책로를 따라 놓인 미술작품이 나무와 꽃 사이에서 새로운 시선을 만들고, 정원별로 구성이 달라 식물 감상에 예술작품 관람을 더할 수 있다.
원래 제공된 해남군 자료에는 약 500종의 식물과 미술관, 카페, 친환경 놀이시설이 소개돼 있다. 교육 프로그램과 정원 투어, 계절별 행사도 운영해 왔다. 식물만 집중해서 감상하는 정원보다는 여러 주제의 공간을 이동하며 가족 구성원이 각자 관심 있는 활동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2024년 개장 당시에는 정원을 무대로 어린이 사생대회와 공연·체험 프로그램도 열렸다. 공간을 개방한 이후 정원을 관람 장소뿐 아니라 문화예술 활동을 진행하는 장소로 활용해 온 사례다. 자연과 미술, 어린이 체험을 한 장소에서 경험한다는 점에서 다른 세 정원과 구별된다.
■ 꽃을 보는 공간에서 식물을 지키는 곳으로··· '포레스트 수목원'
현산면 봉동마을의 포레스트(4est)수목원은 약 19만8347㎡의 숲에 다양한 식물을 가꾼 곳이다. 해남군의 2026년 발표 자료에는 약 1400종의 식물이 식재된 것으로 소개돼 있다. 식물학을 전공한 김건영씨 부부가 약 5년에 걸쳐 조성한 곳이다. 2019년 해남 최초의 민간 사립수목원으로 등록됐으며, 동서양의 철학적 이상향을 표현한 소정원들을 ‘인문학과 수목원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배치했다.
꽃을 보기 위해 찾는 여행자에게는 대규모 수국정원이 눈에 띈다. 2026년 해남군 발표에 따르면 수국정원에는 약 400품종, 8000그루의 수국이 심겨 있다. 산 능선을 따라 수국을 감상할 수 있는 길과 수국 기찻길, 사진 촬영 공간도 마련돼 있다. 초여름 수국뿐 아니라 개미취, 핑크뮬리, 팜파스그라스, 댑싸리, 목수국 등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식물도 살펴볼 수 있다.
포레스트 수목원의 역할은 관람에만 머물지 않는다. 식물학을 전공한 김건영 씨 부부가 조성한 이곳은 산림청의 산림생명자원 관리기관으로 지정됐고, 2024년 12월에는 국립수목원의 국가희귀·특산식물 보전기관으로도 지정됐다. 당시 해남군 발표에 따르면 대흥란 등 희귀식물 56종과 좀비비추 등 특산식물 29종, 모두 85종의 식물자원을 보전하고 있었다.
산림생명자원 관리기관 지정은 2023년에 이뤄졌으며, 수목원은 2024년 전라권역 희귀·특산식물 조사·수집 업무에도 참여했다. 수국 품종원에는 전국에서 수집한 희귀 수국 약 50종도 보유한 것으로 발표됐다. 수집한 식물을 관리하고 증식하는 활동은 수목원이 갖는 또 다른 기능이다. 정원에서는 꽃과 나무의 색과 형태를 감상할 수 있지만, 보전기관이라는 지정 내용은 식물자원을 오랫동안 지키기 위한 관리와 교육이 함께 이뤄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다양한 식물을 천천히 살펴보고 그 이름과 특징을 알아보는 관람에 관심이 있다면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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