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암 등 환아 지원 3000억··· 13년전 약속 이행
[시민일보 = 여영준 기자]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유족이 이 회장이 남긴 유산 중 1조원을 우리나라 의료사업을 위해 기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13년전 이 회장이 공언한 사재출연 약속도 지켜지게 됐다.
삼성전자는 28일 이건희 회장 유족이 감염병 전담병원 건립과 관련 연구에 7000억원, 소아암·희귀질환 등 어린이 환자 지원에 3000억원 등 1조원을 의료공헌을 위해 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족들은 국가경제 기여, 인간 존중, 기부문화 확산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역설한 이 회장의 뜻을 기리기 위해 기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의 사재출연 약속은 13년 전인 2008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 회장은 차명계좌를 통한 조세 포탈 등 혐의로 조준웅 특별검사팀으로부터 기소되자, 삼성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차명 재산을 모두 실명으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이 회장은 "실명 전환한 차명 재산 가운데 벌금과 누락된 세금을 납부하고 남은 것을 '유익한 일'에 쓰겠다"고 약속했다.
특검 수사로 4조5000억원대 차명재산이 드러났는데, 이 중 1조원 가량이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돼 왔다.
재판에 넘겨진 이 회장은 2019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됐으나, 형 확정 후 4개월 만에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활동 등을 이유로 특별사면을 받았다.
이후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을 통해 '유익한 일'에 대한 환원과 관련해 현금 또는 주식 기부, 재단설립 등 여러 방안이 검토되다 실행이 지연됐고, 2014년 이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지면서 관련 논의가 중단됐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사재출연 약속이 이 회장 명의의 재단 설립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지만,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부각된 감염병 대응의 중요성 등을 고려해 의료공헌으로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 유족이 기부하는 1조원은 감염병 대응에 7000억원, 어린이 환자 지원에 3000억원이 쓰인다.
이 회장 유족들은 코로나19로 전세계가 고통받고 있는 가운데 인류의 최대 위협으로 부상한 감염병에 대응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을 위해 7000억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5000억원은 한국 최초의 감염병 전문병원인 '중앙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에 사용될 예정이다.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은 일반·중환자·고도 음압병상, 음압수술실, 생물안전 검사실 등 첨단 설비까지 갖춘 150병상 규모의 세계적인 수준의 병원으로 건립될 계획이다.
나머지 2000억원은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의 최첨단 연구소 건축 및 필요 설비 구축, 감염병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한 제반 연구 지원 등 감염병 대응을 위한 인프라 확충에 사용될 예정이다.
어린이 환자들을 위해 사용되는 3000억원 중 2100억원은 앞으로 10년간 소아암, 희귀질환 어린이들 가운데 가정형편이 어려운 환아를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치료, 항암 치료, 희귀질환 신약 치료 등을 위한 비용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백혈병·림프종 등 13종류의 소아암 환아 지원에 1500억원, 크론병 등 14종류의 희귀질환 환아들을 위해 600억원을 지원한다. 향후 10년간 소아암 환아 1만2000여명, 희귀질환 환아 5000여명 등 총 1만7000여명의 어린이가 지원을 받게 될 전망이다.
아울러 소아암과 희귀질환 임상연구, 치료제 연구를 위한 인프라 구축 등에도 9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유족들은 서울대어린이병원을 주관기관으로 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소아암, 희귀질환 어린이 환자 지원 사업을 운영하기로 했다.
서울대와 외부 의료진이 고르게 참여하는 위원회는 전국의 어린이 환자들이 각 지역에 있는 병원에서 검사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어린이병원의 사업 참여를 유도하고, 접수를 통해 도움이 필요한 어린이 환자를 선정하기로 했다.
이 회장은 생전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사업은 기업의 사명"(2010년 5월 사장단회의)이라고 강조하는 등 의료분야 사회공헌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왔다.
대표적으로 삼성서울병원은 선진국 수준의 병원을 만들겠다는 고인의 강력한 의지 속에 1994년 개원했다.
아울러 이 회장은 회장 취임 후 첫번째 사회공헌 활동으로 어린이 복지 사업을 추진하고, 삼성복지재단을 통해 저소득 가정 아동을 지원하는 등 아동 복지에도 힘써왔다.
한편, 유족들은 이 회장이 남긴 삼성생명,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계열사 지분과 부동산 등 전체 유산의 절반이 넘는 12조원 이상을 상속세로 납부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우리 정부의 상속세 세입 규모의 3~4배 수준에 달하는 금액이다. 유족들은 연부연납 제도를 통해 이달부터 5년간 6차례에 걸쳐 상속세를 분납할 계획이다.
유족들은 "세금 납부는 국민의 당연한 의무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전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 상속세 납부와 사회환원 계획은 갑자기 결정된 게 아니라 그동안 면면히 이어져온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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