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돼온 종합부동산세법(종부세)에 대해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13일 “평등권을 침해 하는 것이 아니다”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날 재판부는 종합합산과세대상 토지분 종부세의 부과규정 및 종부세를 국세로 한 규정에 대해 재판관 전원 일치의 의견으로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합헌 결정을 선고했다.
다만 ‘세대별 합산 과세’ 조항에 대해서는 위헌 결정을 내렸다. ‘종부세’에 대한 헌재의 판단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헌재 전원재판부는 이날 A씨 등이 “세대별 합산과세를 규정한 조항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등 위헌소원 사건에서 “혼인과 가족생활의 보장에 관한 헌법 제36조1항에 위반된다”며 재판관 7(위헌)대2(합헌)의 의견으로 단순위헌 결정을 내렸다.
재판관 7인의 위헌 의견으로 위헌결정을 선고하는데 필요한 정족수(6인)를 충족해 세대별 합산 과세 조항은 최종적으로 위헌 결정으로 결론이 난 것이다. 이에 따라 세대별 합산 과세 조항은 이날부터 효력을 잃게 되며,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
재판부는 “납세의무자 중 적어도 주거 목적 1주택 보유자로서 일정기간 이상 보유하거나 그 보유기간이 이에 미치지 않는다 하더라도 다른 재산이나 소득이 없는 자 등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헌재의 이번 결정으로 정부가 현행 종부세를 ‘세대별 합산’에서 ‘인별 합산’으로 전환하는 입법 절차에 착수하고, 인별 합산으로 과세됐던 2005년 12월 종부세를 제외한 2006년과 지난해 12월에 거뒀던 종부세를 돌려주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9월 발표한 종부세 종합대책에서 ‘세대별 합산’에 대해 헌재의 결정에 따라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여야 각 정당은 이날 일제히 논평을 냈다.
한나라당은 ‘반(反)시장경제적 코드정책은 국민을 편안하게 할 수 없다’는 사실이 검증된 셈’이라고 환영했으나 자유선진당을 제외한 야당들은 ‘사실상 종부세 무력화’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종부세 자체는 합헌이라고 하고 종부세 취지를 살릴 수 없게 세대별 합산에 위헌 판결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것”이라며 “정부가 발의한 종부세법 개정안은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 종부세 자체가 합헌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강조했다.
최재성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세수 감수가 예상되는 만큼 정부 개정안은 재정악화를 초래할 수 밖에 없다. 세수 손실분은 경제 위기와 맞물려 다른 세수를 통해 메꿔야 하는데 서민에 대한 전가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라며 “부자감세법을 철회할 때까지 민주당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결의했다. 특히 이번 판결로 세수 감소를 충당하기 위해 서민 증세와 같은 정부의 방침이 시행이 되면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고 결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헌재의 오늘 판결은 조세 회피를 조장하고 부동산 투기를 방조하고 사회 통합을 저해할 우려가 매우 큰 판결이라는 지적이 있었다”며 “민주당이 요청한 판결 연기의 이유가 강만수 장관의 대정부 질의 답변 과정에서 나온 헌재 접촉 사실에 대해 지적한 것이고 헌재 판결의 정당성과 국민적 공감을 얻어내기 위해서 요청한 것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강만수 장관이 예측한 결과가 나왔다. 헌재 권위를 위해서도 연기를 했어야 옳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민주노동당은 “국민의 84%가 찬성했던 종합부동산세가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시행 4년 만에 무력화됐다”고 안타가움을 표시했다.
민노당 박승흡 대변인은 “세대별 합산 위헌판정으로 이제 인별합산으로 돌아가고, 과세기준이 9억원으로 상향조정된다면 최소 18억을 보유한 부동산 부자들까지 종부세 부과대상에서 제외된다. 종부세는 이제 걷잡을 수 없이 폐기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헌법재판소는 행정부와의 사전접촉에 대한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선고를 강행했다. 결과 또한 강만수 장관이 얘기한 그대로다. 사전접촉을 했다는 사실을 확정하는 판결”이라며 “전체 국민 중 1%가 내는 세금에 불과한 종부세가 위헌 판정을 받음으로써 이제 이명박 행정부에 이어 헌법재판소 또한 1%의 특권층을 대변하는 사법 권력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오늘 헌법재판소의 독립성과 중립성은 운명을 고했다. 이제 국민이 나서서 헌법재판소를 심판할 차례”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종부세에 대해 다소의 이견이 있더라도 헌재 결정은 존중되어야 한다”며 다른 야당과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그는 “이제는 위헌결정 또는 헌법불합치 결정이 난 부분에 대해 법적 보완작업에 신속히 착수하고, 사후대책을 신중하고 면밀하게 수립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윤상현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헌재의 결정으로 계층간·지역간 편 가르기로 갈등만 부추겨 온 ‘노무현 표 부동산 포퓰리즘’의 벽 하나가 치워졌다”며 “반(反)시장경제적 코드정책은 국민을 편안하게 할 수 없다’는 사실이 검증된 셈”이라고 평가했다.
같은 당 조윤선 대변인은 “위헌 결정이 난 부분은 제도 개선을 이뤄야 하는 까닭에 현재 국회에 상정돼 있는 종부세법 개정안의 내용과 함께 종합적으로 종부세 개선을 위해 논의하도록 하겠다”며 “헌재가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공정하게 판단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영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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