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상으로는 ‘신당창당’과 ‘재창당’으로 갈리고 있으나, 이는 사실상 ‘노무현 배재 불사’(신당창당)를 주장하는 인사들과 ‘노무현 중심 결집’(재창당)을 고수하는 인사들로 갈려 있기 때문이다.
일단 우리당은 지난 29일 당내외 진로모색의 기로에서 격론을 벌인 끝에 “질서 있고 체계적인 논의를 거쳐 결정하자”고 입장을 유보한 상태지만, 논의 자체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신당창당’을 주장하는 진영과 ‘재창당’을 주장하는 진영가운데 누가 더 센가.
◇신당창당= 당내에서 가장 많은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정동영 전 의장과 김근태 의장이 최근 ‘열린우리당 창당 실패론’을 들고 나오면서 범여권통합을 향후 진로로 정한 상태다. 또한 창당주역이던 천정배 의원도 가세해 공식적으로 신당 창당을 주장하고 나섰다.
여기에 우리당 정대철 상임고문마저 지난 30일 당내 정계개편 논란과 관련, “국민이 원하고 집권여당으로서의 참다운 모습으로 가려면 신당 창당을 통해 대통합으로 가야 한다”고 신당창당 쪽에 힘을 실었다.
정 고문은 이날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이몽룡입니다’에 출연해 “정부와 여당이 국정운영 실패에 대해 자인해야 되고, 대선 승리를 이끌어 갔던 선거구도를 해체시킨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재고해야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정 고문은 “내년 초까지는 제 세력의 통합을 이뤄내야 한다”면서 “노무현 대통령 임기 후 일어나는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기 때문에 노 대통령은 토론의 기본의제가 되지 않는다”고 ‘노 대통령 배제론’을 확인했다.
우리당이 통합신당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는 민주당은 이미 “여당이 일천번 재창당해도 결국은 노무현당이 될 것”이라며 노 대통령과의 결별 및 헤쳐모여식 통합신당에 나설 것을 압박하고 있는 마당이다.
즉 우리당과 민주당의 통합은 ‘노무현 대통령 배제’를 전제로 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신당창당’쪽으로 급격히 힘이 쏠리는 것처럼 보인다. 당장 여론조사 결과도 ‘신당창당’쪽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당 경기도당은 지난달 20일부터 30일까지 10일간 정치여론조사 기관인 리서치 뷰에 의뢰, 도내 당원 5430명을 대상으로 우편 및 전화조사를 벌였다. 신뢰수준은 95%이며 표본오차는 ±1.5%포인트.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당의 향후 진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는 합당 등을 통한 정계개편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54.4%, 반한나라당연대구성 16.4%로 나타난 반면 정체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은 36.1%에 불과했다.
즉 도내 당원들은 재창당보다는 신당창당을 선호하고 있다는 뜻이다.
합당 등을 통한 정계개편시 함께 할 수 있는 정치집단으로는 민주당(47.7%)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고 건 중심의 희망연대(23.0%)과 민주노동당(9.4%) 국민중심당(6.7%) 한나라당(6.2%) 등 순으로 꼽았다.
◇재창당= 그러나 당내 친노그룹들은 노무현 대통령 배제론에 반기를 들며 당 사수론을 주장하고 있으며, 신기남·장영달 의원의 경우에도 “열린우리당을 키워야 정계개편이든 뭐든 이룰 수 있다”는 선 자강론을 펴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신당 창당 주장에 대해 ‘도로 민주당식 정계개편’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특히 ‘참여정치실천연대’ 대표인 김형주 의원은 민주당과의 헤쳐모여식 정계개편에 대해 “우리가 가장해서는 안되는 일이 민주당과 DJ 그늘에 들어가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노 대통령도 ‘신당창당’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실제 노대통령은 최근 자신과 가까운 한 의원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작은 꾀로 대선에서 승리할 수는 없다. 1000만명을 어떻게 작은 꾀로 움직일 수 있느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노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당내에서 대세를 이루고 있는 민주당과의 통합론, 이른바 통합신당론에 대한 분명한 반대 입장으로 해석되고 있다.
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광재 의원도 “노 대통령은 `도로 민주당’이 돼선 절대 안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갖고 있다”는 말로 노 대통령의 생각을 분명하게 전했다.
이른바 `당 사수론’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에 누가 동참할 것인가.
최근 청와대 정무팀에서 계파 또는 지역성향이 뚜렷하지 않은 지역구 의원들을 만나 ‘열린우리당을 지키자’고 설득 중이고 1차 목표는 40여명이라는 보도까지 나오는 것을 보면, 과거 ‘꼬마 민주당’보다는 조금 많은 수의 ‘꼬마 노당’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현역의원들을 모으기보다는 당외 세력확장에 한층 박차를 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친노 핵심인사들의 최근 노사모 재건 움직임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실제 노 대통령의 386 측근 그룹 주요 인사인 안희정씨와 여택수 전 청와대 행정관이 ‘노사모’의 재건을 위해 비밀리에 전국 투어를 하고 있으며 이들은 ‘열린우리당 사수’, ‘노 대통령 역할론’를 확산시키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래저래 범여권의 정계개편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꼬마 노당’에 현역 의원이 몇 명이나 남게 될지가 최대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어쩌면 2일 의원총회에서 다시 한번 정계개편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기 때문에, 이날 그 윤곽이 드러날 수도 있다.
/이영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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