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잠룡 빅3’로 입지 굳힌듯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6-10-08 18:5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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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평가 우량주’ 손학규 100일 ‘민심대장정’ 마무리 지난 7일로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민심 대장정에 나선 지 꼭 100일이 됐다. 이런 정치 실험이 한나라당 내부의 대선주자 양강구도를 3강구도로 바꿔놓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지난 6월30일, 손학규 전 지사는 “권력은 (여의도가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더 이상 세몰이나 패거리 정치로 민심과 멀어진 정치가 되어서는 안된다”라며 민심대장정을 시작했다. 그는 102일 동안 몇가지 원칙을 정하고 실천했다.

이동수단은 대중교통만 이용했다. 택시 기사, 시외버스 기사들도 민심을 토해냈다.

또 반드시 노동을 하고 밥을 먹었다. 단 한번도 호텔에 머문 적이 없었고 오로지 마을회관, 민가, 여관 등에서 잠을 잤다. 이런 강행군 도중에 두어 차례 몸살 기운으로 고생도 했으나 강한 투혼으로 100일 민심대장정을 완주했다.

더부룩한 머리와 수염, 검게 그을린 얼굴, 작업복과 효자손이 삐죽이 꽂혀 있는 배낭 그리고 수첩은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도지사 재임시 말끔한 정장차림으로 지구촌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콧대높은 글로벌 CEO들을 상대로 외국기업 141억달러어치를 유치했던 그가, 이번에는 서민의 입장에서 서민의 모습으로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돌며 새로운 정치의 가능성을 모색한 것이다. 그것은 값으로 따질 수 없는 값진 여행이었다.

그가 대중교통을 타거나 걸어서 이동한 거리는 총 12만475km에 달해 3만리가 조금 더 된다. (십리=4km) 이것은 삼천리 강산이라는 한반도를 남쪽 끝에서 북쪽 끝까지 5번 왕복한 거리이며, 서울-부산 천리길을 15회 왕복하는 거리에 해당한다.

실제 손 전지사는 102일동안 택시 247회, 시외버스 64회, 기차 14회, 지하철 4회, 선박 8회, 비행기 2회(제주도 방문) 등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했다. 그밖에 어로작업을 위해 어선에 3번이나 몸을 싣기도 했다.

손 전 지사 측은 “택시는 기사와 더불어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국민의 사랑방이었다. 그냥 헤어지기 아쉽다고 하여 목적지에 같이 내려 식사를 한 기사도 있었고 한사코 요금을 안받겠다는 기사도 있었으며 자신의 지난 역경을 얘기하다 울음을 터뜨린 택시 기사도 있었다”고 전했다.

손 전 지사의 100일 민심대장정은 그로 하여금 광부, 농부, 축산종사자, 과수농가, 환경미화원, 어부, 사회복지사, 장애인 도우미, 용접공, 도장공, 염색공, 조립공, 제빵직, 항만근로자, 어판장 청소부, 지게차 운전사, 대형마트 판매원, 재래시장 상인, 집배원, 양식업자 등 총 93개 직업의 노동을 총 105회에 걸쳐 체험토록 하게 했다.

특히 지난 7월29일 태백의 경동탄광과 9월11일 충북 보은의 마로탄광에서는 일반 광부들과 똑같이 지하 수백m의 막장까지 내려가 4시간, 8시간씩 채탄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손 전 지사 측은 “외부 방문객이 이렇게 막장까지 내려간 것도 최초이며 이렇게 채탄작업을 벌인 것도 최초”라고 말했다.

그는 대장정 102일 동안 시 단위 51곳, 군 단위 40곳, 면 단위 42곳, 읍 단위 21곳 등 총 154개 마을을 찾았다. 동으로는 독도, 남으로는 해남 땅끝마을은 물론이고 제주도 마라도까지 그의 발길이 닿았다.

가는 곳마다 거의 매일 거르지 않고 간담회를 열어 총 153회의 간담회를 가졌고 간담회 참여자가 1회당 평균 10명 안팎이었으니 대략 1500명과 대화를 나눈 셈이다. 이는 단순히 만나서 악수를 나누거나 의례적으로 식사를 한 인원을 제외하고, 한 두 시간 이상 무릎을 맞대고 진지하게 고민과 대화를 나눈 사람들의 숫자이다. 그 대상도 농민, 어민, 광부, 택시기사, 샐러리맨, 가정주부, 직업군인 아내, 대학생, 중고생, 교사, 아내모(아파트값내리기를 목적으로한 사이버 커뮤니티) 등 각계각층을 망라했다.

아울러 대장정 도중 노인요양시설, 급식시설, 아동시설, 장애인 시설, 원폭피해자 시설 등 총 11개 시설을 방문하여 봉사활동을 펼쳤다. 이것도 단순히 의례적인 방문이 아니라, 실제로 한나절 이상 청소, 빨래, 식사 도우미 등 실질적인 봉사활동을 벌인 것이다.

처음에는 대장정을 ´정치적 쇼´로 치부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취지에 공감하고 격려하는 목소리가 많아졌고 이는 손 전 지사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실제 손 전 지사의 민심대장정에는 당내 소장파 의원을 포함해 많은 인사들이 동참했다.

한나라당 남경필 임태희 정병국 의원 등 경기도 출신 의원들이 손 전 지사를 격려 방문한 것을 비롯해 김진홍 상임의장 등 뉴라이트 전국연합 지도부와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 등이 손 전 지사의 민심대장정 현장을 찾았다.

뿐만 아니라 한 때 이명박 진영의 사람으로 분류되던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손 전 지사의 행보를 응원하는 사실상 지지의 글을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다.

심지어 그의 홈페이지(www.hq.or.kr)에는 민심대장정에 자원봉사로 동참할 수 없느냐는 문의도 빗발쳤다.

실제 손 전 지사가 수해지역 자원봉사를 한다는 일정이 홈페이지에 사전 공지되면 온라인으로 자원봉사자가 자연스럽게 모였다. 7월13일, 14일 진주 마호마을을 시작으로 7월20일, 21일의 단양지역, 7월 24일, 25일의 강원도 인제 등 올해 유난히 많았던 수해 때마다 대장정 일정을 조정하여 일손이 시급한 지역으로 수해복구 작업을 하러갔다.

이러한 자원봉사 참여 프로그램은 대장정 중후반을 지나면서 그 참여하고 싶다는 사람이 많아지자 주말을 아예 ‘자원봉사의 날’로 정했다.

대장정에 동참해 자원봉사를 펼친 국회의원은 강재섭 대표, 권오을·권철현·안경률·김학송·박계동·임태희·이방호·심재철·최구식·남경필·원희룡·정병국·박승환·김명주·정종복·김기현·박찬숙·이계경·진수희 의원 등 42명이다. 그중에 2번, 3번 참여한 경우도 있어 그것을 감안하면 국회의원의 참여수는 총 54명이다.

지난 4일 울산에서는 정몽준 의원(무소속)이 대장정 현장에 격려 방문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저평가 우량주라는 손 전 지사에 대한 꼬리표처럼 이 같은 여론의 주목에 비해 좀처럼 오르지 않는 그의 지지율은 우선적으로 풀어야할 숙제다.

실제 손 전 지사의 지지율은 5% 전후로 박근혜, 이명박 두 유력주자에 비해 아직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 일각에선 손 지사의 행보가 진정한 생활 정치, 이른바 ‘손학규식 정치’로 재확인되기 위해서는 대장정 과정에 나온 국민의 목소리를 어떤 식으로 구체화하고 정책으로 담아내느냐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즉 9일 오후 서울에 복귀하는 손 전 지사가 민생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며 느낀 민심의 소리를 어떻게 정책으로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하다는 것.

손 전 지사는 “대장정 기간동안 가는 곳마다 수첩을 꺼내들고 민심의 소리를 담았다. 간담회는 물론이고 택시 기사의 이야기도 적었고 식사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도 새겨들을만하다 싶으면 여지없이 수첩을 꺼내 들었다. 깨알같은 기록이 수첩으로 무려 9권이나 된다. 그 ‘민심수첩’은 100일 대장정의 보물”이라고 밝혔다.

그는 9일 귀경 이후 우선 2-3주 동안 이 민심수첩을 다시 펼쳐보며 각 분야 전문가들과 민생에 밀착된 정책을 가다듬을 예정이다.

실제 그는 10월 중에는 10일 동작동 국립묘지 참배, 14일 KBS-TV ‘파워인터뷰’ 출연 이외에는 일체 외부 일정은 잡지 않고 있다.

그러나 11월부터는 민심대장정을 통해 보고 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자문그룹 및 시민사회단체들과 정책토론을 이어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목청높은 소수가 좌지우지하는 정치를 말없이 땀흘려 일하는 다수를 위한 정치로 바꾸어내겠다’, ‘정쟁, 편가르기, 지역주의, 세몰이 등 구태정치를 바꿔내고 국민의 삶을 돌보고 국민과 마음이 통하는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을 추구하겠다’고 말한 손 전 지사가 ‘손학규식 새 정치’를 어떻게 펼쳐나갈 것인지 주목된다.

/이영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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