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어제(8일) 소방방재청이 현재까지 보급한 국민방독면 35.5%인 41만여개가 화재용정화통 불량이라는 충격적인 양심선언을 했다”며 “정부가 세계적으로 전무한 화생방 및 화재대피용 겸용방식의 ‘국민방독면’을 보급하겠다더니 결국 136억원의 혈세를 들여 국민 잡을 불량방독면을 만들어냈던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정작 박 의원이 이처럼 불같이 화를 낸 이유는 그동안 관련기관이 국회를 상대로 허위자료를 제출하면서 거짓답변을 하는 등 위증을 해왔다는 사실 때문이다.
박 의원은 지난 2004년 소방방재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화재용정화통이 불량인 제품은 현재 리콜 중인 2000년도 생산제품 17만2000개 외에도 무려 33만개가 더 있다”는 주장과 함께 이미 보급된 국민방독면의 성능 전반에 대한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제기한 바 있다. 그는 또 2002년도 8월 이후 생산된 국민방독면의 두건 재질에 대한 규격의 적정성 여부에 대한 엄격한 성능시험을 강력히 요구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박 의원의 이같은 요구는 번번이 묵살되고 말았다.
관련 공무원들이 국회에 허위자료를 제출하는가 하면, 위증을 했기 때문이다.
박 의원에 따르면 박 의원은 국회에서 ‘민수용 다용도 방독면의 규격 제정과 성능시험을 군사관련 연구기관인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실시한 이유’를 따져 물었었다.
당시 행자부 민방위재난관리국은 “산업자원부 산하 기술표준원에도 의뢰, 공업규격화(KS규격)를 추진했으나 성능검사 장비가 없는 등 규격 제정이 불가하다는 회신을 받았다”며 “따라서 국방부에 의뢰하여 군사용 방독면
개발 경험이 있고 민방위용 일반방독면 개발에도 참여한 바 있는 국방과학연구소의 관계연구팀이 우리 실정에 맞는 화재대피 겸용방독면의 개발을 목표로 규격 제정과 성능시험을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답변은 거짓이었다.
행자부가 국방부장관 앞으로 ‘새로 개발된 방독면에 대한 성능의뢰시험 실시협조’공문을 보낸 날과 행자부가 산자부 산하 기술표준원장 앞으로 ‘새로 개발된 방독면에 대한 규격화 협조의뢰’공문을 날이 모두 2000년 3월3일로 동일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산업자원부 산하 기술표준원에 규격화를 의뢰했으나 ‘불가하다’는 회신을 받은 후, 국방부 산하 국방과학연구소에 규격제정과 성능시험을 의뢰했다고 한 설명은 거짓인 셈이다.
또 박 의원은 방독면 두건 재질이 면에서 폴리에스터로 슬쩍 바뀐 사실을 지적했었다.
박 의원에 따르면 두건의 원단은 2002년도 8월까지는 면에 부틸고무로 코팅하여 납품되고 있었으나, 2002년 8월 이후부터는 갑자기 폴리에스터 화학섬유로 바꿔 납품됐다.
두건은 화재시 발생하는 뜨거운 열로부터 얼굴보호를 위해 버너 불꽃 38mm를 15초간 접촉시 불연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폴리에스터 재질은 불과 6초만에 구멍이 뚫리고 말았다.
그런데도 관련 공무원들이 처벌을 받지 않고 오히려 영전에 영전을 거듭했다는 것.
박 의원은 “불량 방독면 보급시 민방위 관련 주요 보직자 모두가 영전의 영예를 안았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시민일보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방독면의 리콜 현장도 확인 한번 없이 묵인하고 있는 관련 공무원들의 직무유기가 오히려 ‘영전’으로 보답되는 현실에 분노를 금치 못하겠다”며 “4700만 국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지금, 직무유기 공무원들의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의원은 “(자신이) 방독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때마다 이들 관련 공무원들은 ‘성능검사 설비일체는 적절하며, 시험기기의 조작가능성은 없다’는 거짓답변을 일삼아 왔다”며 “관련 공무원들의 위증 앞에 이렇게 국회가 무력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절감했다”고 말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이들 관련공무원들은 ▲시험방법 및 절차는 KS규격(방연마스크)을 준수하고 있음 ▲일산화탄소 제거능력은 규격서기준(350ppm 이하)보다 월등히 우수한 10ppm 이하로 판정됨. ▲다용도 방독면은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미국, 쿠웨이트 등 외국에 수출되고 있음이라는 허위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했다는 것
박 의원은 “이 보고서로 인해 수차례 제기된 민원은 묻히게 되었고 그 결과 110만개, 360억원치의 불량 방독면은 지금도 보급 중에 있다”고 한탄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국민방독면의 규격 제정에서부터 보급에 이르는 불투명한 사업추진 전반의 문제점에 대해 감사원에 감사청구를 추진할 예정이다.
/이영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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