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과 고 건 전 총리는 12일 50여명의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약속 장소인 서울시내 한 음식점에 나란히 입장해 미리 준비된 포토라인에 서 악수를 하며 카메라 세례를 받았다.
먼저 고 전 총리는 “꽃샘추위 치고는 너무 춥다”고 운을 뗀 뒤 “정 의장이 어려울 때 중책을 맡았다”며 “좋은 정치를 부탁드린다”고 덕담을 건넸다.
그는 이어 “성추행과 골프 문제로 정치권이 옥신각신하는데 국민들은 이에 대해 말할 수 없는 배신감을 느낀다”면서 “요즘은 정치가 국민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고 있다”고 여야 정치권을 향해 뼈아픈 지적을 했다.
이어 “어려울 때 중책을 맡으신 정 의장께서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민생을 돌보는 정치를 해 달라”고 거듭 부탁했다.
이에 대해 정 의장은 “지금 정치권이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봄을 앞둔 꽃샘추위처럼 새로운 정치의 지평을 열기 위한 과도기적 진통”이라고 가볍게 응수했다.
정 의장은 또 “고 전 총리께서는 개인적으로 (서울대)선배이기도 하지만 참여정부의 초대 총리를 지낸 분이시기도 하다”며 “앞으로 거친 파도가 있을 수 있겠지만 열린우리당과 참여정부는 고 전 총리와 한 배를 탄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정 의장은 특히 “마침 2년 전 오늘은 탄핵소동이 빚어진 날”이라며 “고 전 총리께서 탄핵으로 빚어진 과도기를 잘 관리해 참여정부의 문을 열어 준 데 감사드린다”고 예의를 표했다.
이에 대해 고 전 총리는 “탄핵으로 인한 소동은 해소됐지만 정치 리더십(위기)은 해소되지 않았다”며 “새 정치의 패러다임에 맞는 리더십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는 자신이 주창하고 있는 ‘창조적 실용주의’를 은연 중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두 사람은 5분여에 걸친 공개 대화 뒤 정 의장 쪽에서 민병두 의원, 고 전 총리 쪽에서는 김덕봉 전 총리 공보수석만을 배석시킨 채 비공개 회동에 들어갔다.
/이영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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