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계진 대변인이 지난 13일 서울 명동에서 `사학법 원천무효’ 장외투쟁을 한 뒤 밝힌 `소감’이다. 추위에 떨면서 전단지를 나눠주는 사람의 고통을 체험으로 알게됐다는 뜻이다.
한나라당의 가두투쟁이 19일로 일주일이 됐다. 2003년 12월 김혁규 경남지사 탈당 규탄 집회 이후 처음인 이번 거리집회는 뒷 얘기가 적지 않다. 대권예비주자의 신경전도 녹아 있다.
`드라이한’ 화법의 박근혜 대표는 연설을 통해 말투가 강해지고 수사도 화려해졌다. 박대표는 지난 15일 영등포역앞 집회 때 “한 마리 해충이 온 산을 붉게 물들일 수 있고 전국적으로 퍼져나갈 수 있다”며 사학법을 `해충’에 비유했다. 서울시장 예비주자들은 방송카메라용 연단에 올라 경쟁적으로 얼굴을 내밀고 있다.
인천의 70대 실향민 할머니는 의원들을 감격시켰다. 버스를 대절, 경로당 친구들을 이끌고 시청 앞 집회에 왔다. 한 당직자는 “이 할머니는 사학법도 모르면서 대통령에 대한 반감 때문에 왔더라”고 전했다. 전여옥 의원은 잠시 몸을 녹이려 찻집을 찾았는데 누군가가 차값을 내줬다. 반면 “플래카드가 통행에 지장을 준다” “사학법은 국회에서 막았어야지, 왜 여기와 장사를 방해하느냐”는 불만은 의원들을 맥빠지게 했다.
`사건’도 있었다. 지난 15일 신촌 집회도중 한 의원이 취객으로부터 얼굴을 맞았다. 사학법 반대 구호를 외치는 것을 욕한 것으로 착각해 생긴 일이었다. 이 사람은 해당 의원이 선처를 요청해 훈방됐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의원들은 홍보물 배포요령을 터득했다. 한 의원은 “사람들이 대체로 관심이 없지만 `추워서 손 빼기 싫으시죠’라고 웃으며 건네면 대부분 받아갔다”고 `비법’을 공개했다. `얼짱’으로 통하는 나경원 의원은 택시기사들이 알아서 받아가 남성의원들의 부러움을 샀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점거 농성중인 국회의장실 직원들은 `최대 피해자’다. 이들은 의원들과 마찬가지로 3교대로 나눠 의장실을 지키고 있다. 의장실 관계자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위스키, 꼬냑 등 술을 3차례나 갖고 들어가려고해 말리느라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김원기 국회의장은 외부인사 접견을 취소하는 등 업무를 제대로 못보고 있다. 결재도 일주일치가 밀렸다고 한다.
/이병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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