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민 안전, 동맹보다 중요”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5-12-12 16:2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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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美대사, 북한에 선제공격 뜻 내비치자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004년 4.15 총선 전부터 대연정을 구상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참여정부 국정 1기(정권 출범~탄핵 국면)동안 청와대 제1부속실 행정관을 지낸 이 진씨는 지난 11일 출간된 ‘참여정부, 절반의 비망록=노무현 왜 그러는 걸까’에서 노 대통령은 총선에서 여당이 패배할 경우 국정 안정을 위해 총리 주도의 동거정부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12일 전했다.

이미 그때부터 실질적 책임총리제를 구상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생각을 기록하는 일종의 개인 기록비서 역할을 했던 이 전행정관은 이 책에서 참여정부 초기인사들 임명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강금실 변호사의 경우 “언론도 호의적이지 않을 것 같다”고 스스로 걱정하자 노 대통령은 “걱정하지 마십시요. 제가 보호해 드리겠습니다”라고 자신감을 심어준 뒤 개혁과제를 부여했다는 것이다.

부시 미 대통령과의 에피소드를 포함한 한·미관계도 소개했다. 2004년 3월20일 오전 9시쯤 부시 대통령과 짧은 통화를 마친 뒤 노 대통령은 “나는 아침인데 이 양반은 `굿나잇’이라고 하네. `굿모닝’이라고 할 수도 없고”라며 싱거운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를 방문한 당시 제임스 레이니 주한 미 대사와의 대화에서 `한·미간 긴밀한 동맹관계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수 있었다’는 결론에 이르자 “한국민의 안전은 우방과의 동맹보다 더 중요하다”는 발언으로 레이니 대사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노 대통령이 언론의 불공정성에 대한 반감을 숨기지 않게 된 것은 1992년 `주간조선’의 오보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경험한 이후부터였다고 저자는 소개했다.

올해 1월 전직 대통령 초청 만찬에서는 노 대통령이 부부싸움을 화제에 올리자 전두환 전 대통령은 “옛날에는 권력이 있었으니까 괜찮았는데 요새는 시비 걸면 추워도 밖으로 나가 버립니다”고 말해 웃음바다가 됐다.

이밖에 경내를 걸어가던 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청솔모를 다 몰아내면 우리 토종 다람쥐들이 돌아오지 않을까요?”라고 하면서 경호실이 가을 내내 청솔모를 사냥했던 일 등도 소개했다.

이 전 행정관은 도덕성에 대해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의 결벽증 같은 것을 갖고 있는 노 대통령이라는 `섬’과 `국민’이라는 육지 사이에 다리를 놓아 그 섬을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책을 썼다고 했다.

그는 “노 대통령의 모든 정치전략의 출발점이자 종점은 지역구도 극복이었다”고 평했다.
다음은 비망록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노 대통령은 총선에서 여당이 패배할 경우 국정 안정을 위해 총리 주도의 동거정부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여겼다. 노 대통령은 탄핵안이 현실화된 시점에서 ‘탄핵을 받았을 경우와 받지 않았을 경우’, ‘총선에서 승리했을 경우와 실패했을 경우’의 수에 대한 개별적 상황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고민하면서 이같이 판단했다. 노 대통령이 이미 그때부터 실질적 책임총리제를 구상하는 등 2004년 4.15 총선 전부터 대연정을 구상했던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노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됐는데도 불구하고 “어디 내가 죽나”라며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고 이씨는 밝혔다. 노 대통령은 특히 대통령 직무정지에 따라 본관을 나서는 순간에도 웃음을 지어 보였고, 직원들의 눈물바다를 이룬 관저로 들어서면서 “밀가루를 뒤집어쓴 기분이로군”이라고 혼잣말을 하며 빙긋 웃었다. 노 대통령은 또 4.15 총선 당일 출구조사 결과 대구에 출마한 이강철 후보의 낙선이 확실시되자 “대구에서 35% 받으면 영웅입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2003년 7월 측근인 안희정씨를 관저로 불러 총선 출마를 포기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뜻밖의 제의를 했다. 노 대통령은 당시 청와대에 비서관으로 근무했던 이호철, 이광재씨도 동석한 만찬 자리에서 “나와 함께 일하고 나와 함께 끝을 내면 좋겠다”며 안씨의 손을 꽉 잡았다는 것이다. 순간 노 대통령의 눈에선 눈물이 핑 돌았다.

▲노 대통령이 최도술 SK자금 수수 등 잇따른 측근비리 의혹과 관련, 2003년 10월10일 국민에 재신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발표하기 직전까지 참모들은 완강히 반대했다. 특히 한 측근 참모는 노대통령을 기자회견을 하러 청와대 춘추관으로 향하고 있다는 보고를 접하자 부속실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막아요. 춘추관 못 가게 바짓가랑이라도 잡고 막아요”라고 소리쳤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2003년 8월 청주 나이트클럽 향응파문으로 물러났던 양길승 전 제1부속실장 사건 당시 알맹이가 부족한 보고를 올렸다가 호된 질책을 받았다. 첫 보고 때 양 실장이 저지른 부적절한 처신의 ‘구체적 내용’을 보고하지 않은 것이 뒤늦게 문제가 되자 노 대통령이 “자네들은 참 이상한 놈들이야. 날 잘 알잖아. 내 성격을. 그러면 판단 자료를 잘 조사해서 보고했어야지. 그런 자료도 안주고 나한테 (양 실장 거취) 판단을 하라고 했던 건가. 너희들은 뭐한다고 거기 가 있는 거야”라고 언성을 높였다.
▲노 대통령이 참여정부 초기인사들을 임명할 때 강금실 변호사의 경우 “언론도 호의적이지 않을 것 같다”고 스스로 걱정하자 노 대통령은 “걱정하지 말라. 보호해 드리겠다”고 자신감을 심어준 뒤 개혁과제를 부여했다.

▲노 대통령은 2004년 3월20일 오전 9시쯤 부시 대통령과 짧은 통화를 마친 뒤 노대통령은 “나는 아침인데 이 양반은 ‘굿나잇’이라고 하네. ‘굿모닝’이라고 할 수도 없고”라며 싱거운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올해 1월 전직 대통령 초청 만찬에서는 대통령의 부부싸움이 막판 대화 소재 중 하나였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옛날에는 권력이 있었으니까 괜찮았는데 요새는 시비 걸면 추워도 밖으로 나가 버립니다”고 말하자, 다른 전직 대통령이 “저는 마루에 나가 보기 싫은 신문도 보고 그래요”라고 말해 폭소가 터졌다는 것. 경내를 걸어가던 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청설모를 다 몰아내면 우리 토종 다람쥐들이 돌아오지 않을까요”라고 말한 후 경호실이 가을 내내 청설모를 사냥했다.

/김영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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