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을 비롯해 올 들어 호가 상승을 부추겼던 분당, 용인 등의 경우 가격을 대폭 낮춘 급매물들이 나오면서 뚜렷한 조정 양상을 보이고 있다. 광역개발 등 공급 확대 방안에 따라 수혜를 누릴 것으로 보이는 강북지역의 경우 뉴타운을 중심으로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개발과 상관없는 지역의 경우 가격이 빠지는 등 약세가 여전하다. 각종 호재를 안고 있는 지방 토지시장 역시 지역별로 희비가 엇갈리는 양상. 이런 가운데 호재가 있는 지방 땅을 통해 투기심리를 부추겨 온 기획부동산의 경우 정부의 집중단속으로 인해 상당수가 활동을 중단한 상황이다.
◇거래 두절된 강남, 급매물 등장 = 서울 강남지역의 경우 아파트 거래가 끊긴 가운데 매물이 쌓이고 있다. 다주택 보유자들의 세금 강화가 예상되면서 일부 급매물의 경우 최고 1억원 이상 가격이 폭락해 벌써부터 ‘8월 대책’의 영향을 실감케 하고 있다.
24일 강남지역 부동산 중개업소에 따르면 세금을 회피하려는 매물들이 증가하고 있으나 매수 문의는 완전히 끊긴 상태다. 일부에서는 ‘일찍 팔아버리는 게 낫다’는 식의 투매현상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중개업자들은 매물 적체와 가격 하락폭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가장 하락폭이 두드러진 부분은 재건축 대상아파트와 재건축 아파트 조합원 지분으로 나온 분양권. 최고 1억원 가까이 떨어진 매물도 보인다. 최근 송파구 가락시영아파트의 경우 13평형이 5억5000만~5억6000만원대에 가격이 형성돼 있었으나 한달새 5000만~6000만원 가량 낮아진 선에서 가격이 형성돼 있다.
인근 부동산뱅크 공인 한 관계자는 “세금을 의식한 매물들이 늘고 있지만 매수 문의는 전혀 없다”면서 “부동산대책이 나오면 당분간 부동산 거래는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재건축 아파트도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올 초 분양한 잠실주공 2단지 분양권 시세가 최고 1억원 가량 떨어진 채 거래되고 있다. 은마아파트 31평형은 최고 8억5000만원 수준까지 올랐으나 7억7000만원대로 낮아진 상태. 지난 일주일 사이에는 무려 2000만원까지 내린 급매물도 등장해 눈길을 끈다.
시장이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응과 달리 강남 일대의 전 지역에서는 매물이 늘고 있는 양상이다. 개포동 한 중개업자는 “예전 같으면 한 달에 매물이 서너건에서 최근 10건 가량 늘었다”면서 “개포주공 1단지 15평형이 얼마 전까지는 7억5000만원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6억5000만원까지 내렸다”고 밝혔다.
◇강북지역, 대책 앞두고 ‘뒤숭숭’ = 강북지역 주택시장은 뒤숭숭한 분위기다. 종합대책에 뉴타운 등 강북 광역개발 계획이 포함, 개발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는 한편 세금 강화 방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은 것.
이에 따라 뉴타운 등 개발 호재지역의 아파트값은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개발 영향권에서 벗어난 지역 아파트값은 약세로 돌아서는 등 불안한 모습이다. 뉴타운 영향권인 노원구 상계동과 강북구 미아동 아파트는 개발 호재를 톡톡히 보고 있다. 상계동 주공아파트의 경우 최근 1~2달새 2000만~3000만원씩 가격이 올랐다.
상계동 D부동산 관계자는 “2주택자 양도세 중과 소식이 전해지면서 소형 평형 매물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었는데 전혀 움직임이 없다”며 “뉴타운, 광역개발, 강남급 복합도시 등 개발계획에 대한 기대감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동대문구 전농동과 성동구 왕십리동 등 뉴타운이 추진되고 있는 지역도 비슷한 분위기. 전농동 M공인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세금에 대한 부담보다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큰 것 같다”며 “정부의 부동산대책 윤곽이 드러나고 있지만 매물이 늘거나 가격 하락 조짐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개발 영향권에서 벗어난 지역은 세금 인상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는 등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노원구 중계동 J공인 관계자는 “정부 정책의 타깃은 강남이지만 이곳도 여파가 미치지 않을 수 없다”며 “지난해 3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을 앞두고 가격이 급락했던 것처럼 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성동구 행당동 S공인 관계자도 “아파트 매매시장이 전반적으로 약세로 돌아선 데다 양도세 중과 등을 피해 2주택자들이 매물을 쏟아낼 가능성이 큰 만큼 당분간 아파트값은 하락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114 김희선 전무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는 강남 대형아파트보다 강북 중소형아파트 시장에 더 큰 파장을 가져올 것”이라며 “강북에서도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간 분위기가 크게 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토지시장, 지역마다 ‘제각각’ = 8월 대책 발표를 앞두고 정부의 부동산시장 조기경보시스템(EWS)이 가동되고 있는 가운데 행정중심복합도시나 기업도시, 혁신도시 등 호재를 안고 있는 지역마다 각기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행정중심도시나 기업도시 선정지역들의 경우 표면적으로는 별다른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토지거래허가구역내에서 땅을 매입하는 경우 최장 5년까지 되팔 수 없는 ‘전매제한’ 조치가 8월대책에 포함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자칫 장기간 자금이 묶이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적잖은 부담이다.
설령 자금에 여유가 있다 해도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 방안까지 나올 가능성이 높아 개인투자자들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더구나 농지에 대해서도 내년부터는 외지인이 구입한 경우 공시지가가 아닌 실거래가로 양도세를 내야하기 때문에 중과세까지 더할 경우 땅을 팔 때의 세부담은 예상보다 훨씬 높다는 것도 부담이다.
산업교역형 기업도시로 지정된 전남 무안의 경우 외지인들의 발길이 끊겼다. 자연스럽게 땅값도 주춤하는 양상이다. 무안읍 J공인 관계자는 “지난 3월 허가제 지정 이후 가뜩이나 거래가 어렵게 되면서 문의조차 없는 상황”이라며 “최근에는 짐을 싸는 중개업소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가 들어 설 충남 연기군도 비슷한 상황. 이 지역 K부동산 관계자는 “높은 호가때문에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다 전매제한 조치 소식이 전해지면서 매수자들이 붙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손익계산을 해가면서까지 땅매입에 나서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기업도시 유치에 혁신도시마저 거머쥐려는 강원도 원주시의 경우 인근 평창과 횡성지역으로 투자자들이 움직이는 양상을 띄고 있다.
특히 평창의 경우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 특수로 최근들어 펜션이나 전원주택시장이 활발해지면서 토지매입을 위한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잠수한 ‘기획부동산’ = 기획부동산 시장도 위축되고 있다. 이미 국세청 세무조사 등으로 한차례 타격을 받은 상황에서 각종 세제강화 조치로 토지시장 열기가 수그러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JMK플래닝 진명기 사장은 “토지시장 전체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기획부동산도 맥을 못 추고 있다”며 “대부분 관망하고 있거나 활동을 접는 곳도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기획부동산은 마케팅 방식이 단순해 정부 정책에 순발력 있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이들은 전화를 통한 무작위 판촉 방식이나 주변 인맥을 활용하는 방식 등이 고작이다.
이 가운데 자금력이 떨어지는 곳은 토지시장 위축에 따라 문을 닫는 곳이 늘어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최근 경기침체로 인해 조기명퇴자들이 늘어나면서 꾸준히 기획부동산으로 흘러들어가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직 기획부동산 관계자는 “오갈 데 없는 명퇴자들이 결국 기획부동산으로 활동하는 사례가 많다”며 “이들은 전직장에서의 인맥을 활용해 실적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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