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지대 분란의 경우를 보면 정부의 ‘사학 죽이기’의혹을 떨쳐 내기 어렵다는 게 사학 관계자들의 말이다.
상지대는 지난 2001년 11월 이사회에서 설립자와 상관없는 최모씨 등 9명을 정이사로 선출, 교육부에 취임승인을 신청했다. 물론 당시 교육부는 이들의 이사승인신청을 거부했었다.
심지어 교육부는 이의 취소를 요구하는 임시이사회와 법정싸움까지 벌였었다.
그러다 갑자기 지난해 12월23일 윤덕홍 교육부총리는 앞서 17일자로 사표를 제출한 상태에서 그동안의 불가입장을 바꿔 변모씨 등 새로 선임된 9명에 대해 상지대 정이사취임을 승낙했다.
이로써 교육부가 법인설립자 배제와 ‘시민대학안’이라는 학교의 성격전환을 기정사실화시켜준 셈이다.
이에 대해 설립자 김문기 전 이사장은 “임시이사들의 정이사 선임은 사립학교법이 규정하는 임시이사회 권한 밖의 일로 이를 승인한 교육부의 처분은 무효”라며 “이번 정이사진에 본인은 물론 임시이사 체제 이전의 기존 이사진이 한명도 포함되지 않은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이사장은 특히 “교육부와 시민대학 추진세력이 사학을 탈취하려는 음모로 보인다”고 주장해 파문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김 전 이사장 측은 춘천지법 원주지원에 ‘이사 직무정지 가처분’과 ‘이사회 결의 무효 확인청구의 소’를 제기, 내달 5일 첫 공판을 앞두고 있다.
상지대 사태를 지켜보는 사학경영자들은 ‘도미노’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한 사학 관계자는 “설립자의 입장에서 볼 때에 당초 학교 설립을 위해 출연했던 모든 사재들을 졸지에 ‘몰수’당한 것 아니냐”며 “다른 사학에서도 ‘학원분규-임시이사 파송-학원 몰수’의 일이 되풀이 될지도 모른다는 점 때문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학 관계자는 “사학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기분”이라며 “상지대 사건이 특정 대학만의 문제가 아닌 사학 전체의 위기일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임시이사가 자의적으로 정이사를 선출하는 것은 집수리를 의뢰받은 사람이 집수리를 마치고 나서 그 집에 들어앉아 살려고 하는 것과 같다”며 “임시이사제도는 법인의 분규문제를 수습하기 위한 것인 만큼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학교 운영을 정상화시켜 학교설립자에게 돌려주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감독청이 일방적으로 정이사를 뽑아 학교경영권을 넘겨주는 것은 결과적으로 사학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것으로 자본주의 경제 체제를 근간으로 하고 있는 우리사회의 기본을 붕괴시키는 일“이라며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사실 이같은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전국 149개 4년제 사립대학 가운데 13개교, 143개 사립전문대학 가운데 5개교와 고등학교 27개 교 등 모두 45개 학교에 임시이사를 파송해 놓고 있는 상태다.
이중 조선대학교는 16년, 영남대학교는 15년이 넘도록 임시이사가 학교 경영을 맡고 있다.
고등학교의 경우는 임시이사 체제가 20년을 넘긴 경우도 있다.
임시이사의 임무는 어느 경우건 ‘법인의 현상유지와 원만한 사태수습’에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사실상 임시이사가 학교의 운영을 도맡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히 문제로 지적될만하다는 게 중론이다.
언론인 김창열씨는 “학교법인의 임시이사 파송은 사립학교법에 근거한 교육부의 권능”이라며 “이는 법원이 재단법인의 임시이사를 선임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즉 임시이사 선임요건은 이사의 결원이 생길 경우 등 사립학교법(제25조2항)이나 민법(제 63조)이나 규정이 같다는 것이다.
더구나 임시이사의 직무는 사립학교법이 ‘조속한 시일안에 임시이사 선임사유를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민법은 ‘법원의 허가 없이는 임시이사가 법인의 통상사무에 속하지 아니한 행위를 할 수 없다’고 못박고 있다.
학교는 국가 소유의 재산이 아니라 법인소유의 재산인 만큼 관학이 아니라 사학이라는 말이다.
현재 상지대 총동창회, 시민단체, 해직교수 등이 모여 결성한 ‘상지학원·상지대학교 진실규명 및 설립자 학교찾아주기 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는 김 전이사장의 재단 복귀를 위해 10만 시민 지지서명, 시민궐기대회, ‘김문기만이 현 상지대사태를 원만히 수습하고 대학발전을 이해 헌신적으로 노력할 수 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지속적인 김 전 이사장 복귀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또 지난 8일엔 상지대 본관 앞에서 교육부의 불법 정이사 선임 규탄과 새로 선임된 정이사들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고 19일엔 400여명의 청중이 모인 가운데 상지학원 상지대학교 문제해결을 위한 시민대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운동본부 관계자는 “임시이사들의 정이사 선임은 사립학교법이 규정하는 임시이사회의 권한 밖 의 일로 이를 승인한 교육부 처분은 원천무효”라며 “불법으로 선임된 정이사들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국회 국정감사 등에서 시민대학 추진의 불법성과 정이사 선임의 부당성을 인정해왔던 윤덕홍 전 교육부장관이 사표를 제출한 상태에서 이례적으로 정이사를 승인했다”며 “이는 교육부와 시민대학 추진세력에 의한 초법적 사학 탈취행위”라고 비판했다.
특히 상지대교수협의회 일원이었던 임병천 전 상지대 교수는 “대학 측이 김문기 전 이사장의 복귀를 막기 위해 도립화 추진을 모색하다가 여의치 않게 되자 이번에는 초법적인 ‘시민대학’ 프로그램으로 사학탈취를 획책하고 있다”며 “이는 명백한 헌법 파괴행위”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대해 강만길 상지대 총장과 학교 측은 사뭇 다른 입장이다. 정이사 선임은 교육부에서 승인한 국가정책이니만큼 교육부와 해결할 문제라고 주장하는 한편 학교 측의 민주적 학사운영과 재정상태 등을 고려해 정이사 승인이 결정된 것이라고 말한다.
상지대 법인 사무실 김형복 과장은 “임시이사체제 실시 이후 학교는 교수와 학생 등 학내구성원들이 참여하는 학교구성원대표회의를 구성, 운영하면서 전국 181개 사립대학 중 가장 투명하고 민주적인 학사운영을 실시하고 있다”며 “수입구조가 학생들의 등록금에 의해 거의 대부분 충당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학교부채가 없기 때문에 학사운영상 문제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현재 추진하고 있는 시민대학은 대학과 지역사회의 공동발전을 꾀하기 위한 것으로 지역인사를 비롯 다양한 계층의 인사를 대학운영에 참가시켜 교육의 공공성을 강화시키는 것”이라며 “이미 다른나라에서도 이같은 형태의 시민대학이 운영되고 있다”는 논리로 항변했다.
/이영란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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