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추상미술의 색채 언어, 튀르키예와 만나다…이인우 작가 개인전

김민혜 기자 / [email protected] / 기사승인 : 2026-10-20 17: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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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세리 에르지예스 문화센터서 10월 27일 개막
회화 18점 통해 시간과 기억의 의미 조명
 
한국 추상회화의 조형적 언어를 해외에 소개하는 전시가 튀르키예에서 열린다. 중견 미술가 이인우 작가가 오는 10월 27일부터 31일까지 튀르키예 카이세리 에르지예스 문화센터(Erciyes Kültür Merkezi)에서 개인전을 개최하고, 색채를 통해 시간과 기억의 관계를 탐구한 회화 작품 18점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한국과 튀르키예의 미술 관계자가 기획에 참여한 국제 미술교류의 자리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한국의 김주옥 미술비평가(서울과학기술대학교)와 튀르키예 에르지예스대학교의 미술비평가 외즐렘 괵(Özlem Gök)이 전시를 기획했으며, 김성헌이 국제협력 기획을 맡았다. 에르지예스대학교와 에르지예스 문화센터, 아리안갤러리가 후원한다.

이인우 작가의 회화는 자연의 풍경에서 출발하지만 눈에 보이는 대상을 그대로 재현하는 데 목적을 두지 않는다. 바다와 바위, 오랜 시간 풍화된 지층에서 발견한 색과 형태를 추상적인 화면으로 옮겨 자연의 변화와 인간의 기억이 지닌 공통적인 속성을 탐색한다.


작품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화면을 가로지르는 색채의 층이다. 붉은색과 푸른색, 녹색과 보라색 등 서로 다른 색면이 겹쳐지거나 대비를 이루면서 독특한 공간감을 형성한다. 색과 색 사이에는 이전 작업의 흔적이 남아 있고, 일부는 새로운 색채에 가려져 화면 아래로 스며든다.


이처럼 하나의 화면에 여러 시간의 흔적을 남기는 제작 방식은 작가의 회화 세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다. 캔버스 위에 남겨진 드로잉과 기호는 새로운 색면으로 덮이지만 완전히 소멸하지 않는다. 과거의 흔적이 현재의 색채와 함께 존재하는 구조는 기억이 축적되고 변화하는 인간의 삶과 닮아 있다.

 

 
작가는 붓과 나이프를 활용해 색을 반복적으로 쌓고 밀어내며 화면을 구성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손과 팔, 몸의 움직임은 화면에 물리적인 흔적으로 남는다. 색의 두께와 질감, 미세한 균열과 경계는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축적된 시간과 행위를 보여준다.


특히 이번에 소개되는 회화에서는 수평으로 확장되는 색면 구성이 두드러진다. 화면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색의 흐름은 때로는 바다의 수평선을, 때로는 대지의 지층이나 멀리 펼쳐진 풍경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작품은 특정 장소를 묘사하기보다 관람객이 자신의 경험과 감정에 따라 다양한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도록 열린 구조를 유지한다.


이러한 표현 방식은 언어와 문화적 배경이 다른 해외 관람객들에게도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제공한다. 작품에 담긴 개인적인 기억과 감정은 구체적인 설명보다 색채와 질감, 화면의 리듬을 통해 전달된다. 관람객은 작가의 색채를 감상하는 동시에 자신이 지나온 시간과 경험을 작품에 투영할 수 있다.

회화에서 색은 오랫동안 사물의 형태를 설명하거나 공간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반면 이인우의 작업에서 색은 그 자체로 화면을 구성하는 주체가 된다. 색이 겹쳐지고 충돌하며 다시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 작품의 구조를 형성하고, 그 안에서 시간과 공간의 감각이 만들어진다.


이는 회화가 단순히 완성된 이미지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작가의 행위와 시간이 축적된 결과물이라는 점을 드러낸다. 한 화면에 함께 존재하는 다양한 색의 층은 서로 다른 시기의 기억이 현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모습과도 연결된다.


이번 개인전의 또 다른 의미는 이인우 작가가 국내에서 이어온 작품 활동을 국제적인 미술교류의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는 데 있다.


이 작가는 서울과 부산, 창원, 마산 등 국내 도시를 비롯해 일본 도쿄, 독일 베를린, 튀르키예 카이세리 등에서 총 14회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국내에서는 성산아트홀과 상상갤러리, 아리안갤러리, 창동갤러리, 뮤지엄 남해 등의 개관 초대전에 참여했으며, 아트부산과 화랑미술제, 부산국제아트페어 특별전, 경남국제아트페어 등 주요 미술행사에 작품을 출품했다.
해외 활동도 이어왔다. 미국 뉴저지 KOH갤러리의 '한국현대미술의 모색전', 일본 도쿄도미술관의 '한·일 미술교류전', '창원–스페인 현대작가 교류전' 등에 참여했다. 중국 베이징 현대미술관과 독일 베를린 The Ballery B, 프랑스 낭트 트레스 갤러리 등에서 개최된 '無그룹전'을 통해서도 작품을 선보였다.

 

또한 대한민국미술대전과 대구미술대전, 전남미술대전 심사위원을 역임했으며, 성산미술대전과 김해미술대전, 3·15미술대전에서는 심사위원장을 맡았다. 경상남도미술대전 우수상, 경상남도미술인상, 창원미술인상, 남도미술상 등의 수상 경력도 있다.


이인우 작가의 이번 튀르키예 개인전은 색채를 매개로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과 기억을 조명하는 자리다. 동시에 한국 작가의 독자적인 회화 세계를 현지 관람객들과 공유하고,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추상미술이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해석될 수 있는지 살펴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시 개막식은 10월 27일 오후 3시에 열리며, 전시는 31일까지 이어진다. 전시 장소는 튀르키예 카이세리 에르지예스 문화센터(Köşk Mah., Talas Blv. No:65, 38030 Melikgazi / Kayseri, Türkiye)다. 전시 관련 문의는 아리안갤러리를 통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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