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일보 = 문민호 기자] 공사대금 과다 책정에 따른 업무상배임죄의 재산상 손해 발생 여부는 공사 중단 시점이 아닌 계약 체결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법상 배임과 업무상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모 종중 회장 A씨와 총무 B씨에게 징역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
사건은 종중 토지에 건물을 증축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종중원들은 2020년부터 주차장으로 사용하던 공터에 건물을 증축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시기와 규모 등을 놓고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그러자 A씨와 B씨는 종중 총회 의결 없이 친지들의 서명만 받은 회의록으로 건축 허가를 받은 뒤 2022년 10월 친분이 있던 무등록 시공업자 C씨와 3층 건물 증축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상 공사대금은 실제 공사비 15억3000만 원에 A씨가 돌려받기로 한 2억 원을 더한 17억3000만 원이었다. 공사대금은 계약일 3억 원, 골조 공사 완료 후 5억 원, 내외부 공사 착공 시 5억3000만 원, 준공 후 2억 원으로 나눠 지급하기로 했다.
A씨 등은 2023년 4월까지 공사대금 10억7000만 원을 지급했지만, 석 달 뒤 공사가 중단됐다. 당시 건물은 외관만 완성됐을 뿐 내부 공사는 진행되지 않은 상태였다.
결국 이후 A씨 등은 공사대금을 과다 책정해 종중에 재산상 손해를 끼치고, 공사대금을 부풀려 2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A씨의 업무상횡령과 사인위조 등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을 선고했지만, 배임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적정 공사대금을 객관적으로 산정할 자료가 부족해 종중의 재산상 손해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2심은 공사 중단 당시 시공업자가 기성고 비율에 따라 받을 수 있는 보수 상한을 8억8000여만원으로 산정했다. 이미 지급한 10억7000만 원이 이를 초과한 만큼 차액에 해당하는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고 업무상배임죄를 유죄로 인정했다. 이에 A씨에게 징역 2년, B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배임죄의 손해 발생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시점부터 잘못됐다고 봤다.
대법원은 "공사대금이 과다하다고 볼 수 있는지는 계약 체결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공사 중단 무렵 지급한 공사대금이 기성고 비율에 따른 보수 상한을 초과했다는 사정만으로 부당하게 과다한 공사대금을 정해 계약을 맺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임무 위배 행위가 없었다면 더 낮은 공사대금으로 계약할 수 있었다는 가능성만으로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공사대금을 미리 지급했더라도 이에 상응하는 공정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가 중단됐다는 사정만으로는 A씨 등에게 종중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려는 인식이나 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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