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지하(69)가 ‘못난 시들’(2009) 이후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또 다시 시집을 펴냈다. 거침없는 언변만큼이나 거침없이 써 내려간 시 305편에게 작명된 그 이름 ‘시 삼백(詩 三百)’이다. 공자의 ‘시경’에 대한 일종의 오마주로써 이 시대의 천태만상을 알린다.
“답답해서 썼죠. 답답하니까. 시 쓰는 사람은 시밖에 재주가 없잖아요. 호소할 데가…. 난 공산주의 조직에 들어간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그런데 인터넷에서는 나더러 배신자라고 난리고, 우울 안 할까? 그렇게 떠드는데 기분이 좋을 리 없잖아. 시가 2년 동안 수백편이 쏟아진 거예요.”
짧은 시간에 무려 300여편의 시를 토해낸 김씨는 스스로도 “정신병자 수준”이라고 진단한다. ‘김지하, 지가 뭔데…’란 냉소적 시선에 대한 정면대응으로 시를 살포하기로 한다. “시 쓰는 사람은 반은 정신병자인 게 맞아. 엉뚱한 생각이 떠올라. 수백편을 한꺼번에 공장처럼 쓴다면, 그것도 ‘지가 뭔데’ 속에 들어갈까…”란 생각이었다.
촛불집회를 우주적으로 풀어낸 김지하 작 ‘못난 시들’, 작가는 이번 ‘시 삼백’도 연장선상이라고 밝혔다. 촛불집회에서, 최근 두 어머니(생모·장모)를 잃은 자리에서도 촛불을 목도한 작가에게 촛불은 괴상한 존재였다.
하지만 못난시들이 김지하의 자기비하라면, 시삼백은 공자 가라사대다.
공자의 시경과 시삼백을 견주는 김씨는 “시경이 당시 천태만상 사람들의 마음을 들어 올린 것이예요. 이번 시집하고 비슷하게 돼 있어요”라고 전했다. 공자가 시경을 썼던 나이가 자신의 나이와 같다는 점도 특기했다.
물론, 본인이 공자의 경지라는 것은 아니다. “세상 사람들이 스스로 공자라고 해서 내놓았다고 생각할 것 아냐. 질적으로 같단 건 아니니까 오해 마시라”면서 “시가 좋거든 아, 공자를 흉내내려 했구나 하시고, 시가 개 똥구녕이면 지가 뭐 공자라고 해도 좋습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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