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의 만학도 할머니가 12일 학생들과 함께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게 돼 눈길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서울 마포에 위치한 학력인정 2년제 주부학교인 일성여자중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조재구 할머니(77). 조재구 할머니는 1933년에 태어나 올해 나이 77세다.
조 할머니는 충남 부여가 고향으로 부유한 집에서 태어났으나, ‘여자가 바깥활동을 하면 안된다’는 유교의식을 가진 아버지의 영향으로 중학교에 입학할 수 없었다.
공부를 하고 싶다는 꿈을 접은 채 결혼을 해서 2남 3녀를 낳아 모두 출가를 시키고 이제 할머니만의 인생을 찾아야겠다고 마음먹을 즈음 남편을 먼저 하늘로 보내고 말았다.
조 할머니는 자신의 곁에 아무도 없다는 생각에 무료한 시간을 홀로 지내다 우울증까지 겪게 됐다.
그러다가 공부를 다시 시작하라고 권유하는 아들의 성화에 못이겨 할머니는 74세에 일성여중에 입학해 중학교 새내기가 됐다.
매일 왕복 4시간이 걸려 통학하면서 오전 9시까지 등교해 일반학생들과 똑같은 교육과정을 받기란 할머니에게 쉽지 않았으나 조 할머니는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남들보다 더 노력했다.
조 할머니의 이러한 노력은 그 결실을 맺게 돼 처음 중학교만 졸업해야겠다고 시작한 공부가 고등학교 진학으로, 또 대학까지 진학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바뀌게 됐다.
조 할머니의 꿈은 일본어를 전공해 대학졸업 후 번역가나 가이드를 하는 것.
조 할머니는 수시전형으로 경인여자대학 일본어학과에 당당히 합격하고, 이달 12일에는 201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도전한다.
조 할머니는 “난 77세의 수험생이 아니라 19살의 수험생이고 싶다”며 “내가 수능에 도전하게 됐다는 사실이 아직도 가끔 믿기지 않지만 올 수능에서 나는 누구보다 당당한 모습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의지를 보였다.
변종철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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