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지리멸렬 이어 한나라 구태정치 횡행”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참여 문제 등을 놓고 고심하던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19일 기어코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말았다.
손 전 지사는 이날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한나라당은 원래 민주화세력과 근대화세력이 30년 군정을 종식시키기 위해 만든 정당의 후신이지만, 지금의 한나라당은 군정의 잔당들과 개발독재시대의 잔재들이 버젓이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고 비판한 후 “저는 오늘 한국정치의 낡은 틀을 깨뜨리기 위해 저 자신을 깨뜨리며 광야로 나선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한 때 한나라당의 개혁을 위해 노력했던 일부 의원들과 당원들 조차 대세론과 줄 세우기에 매몰되어 시대적 요청을 외면하고 있음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며 “새로운 정치 질서 창조의 길에 저를 던지고자 한다”고 결연한 의지를 밝혔다.
손 전 지사는 “100일 민심대장정 때 국민의 바다 속에서 깊이 느꼈던 낡은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분노 그리고 그 분들의 삶 속에 배어있는 눈물과 꿈을 떠올렸다”며 “결국 망설임없이 더 어려운 길, 더 험한 길을 택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길을 열기 위해 그동안 제가 지니고 있던 모든 가능성과 기득권을 버리기로 결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 전 지사는 “저는 ‘새로운 한나라당을 만들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한나라당을 바로잡고 새 기운을 불어넣어 미래, 평화, 통합의 새시대를 여는 정당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노력해 왔으나 실패했음을 그리고 저의 책임도 크다는 것을 솔직하게 자인한다”고 말했다.
손 전 지사는 또 “문제는 한나라당뿐만 아니라 한국정치의 낡은 구조 그 자체”라며 “집권세력의 실정이 거듭되고 여권이 지리멸렬상태에 빠지자, 한나라당도 대세론에 안주하며 구태정치, 과거회귀의 방향으로 쏠려가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손 전 지사는 “낡은 수구와 무능한 좌파의 질곡을 깨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새길을 창조하기 위해 한나라당을 떠나기로 했다”며 “주몽이 왕자들과의 패자경합을 포기하고 부여를 떠난 것은 부여가 낡은 가치에만 매달려 있었기 때문”이라고 비유적으로 표현했다.
그는 “주몽은 새로운 가치로 운영되는 새로운 나라를 원했다. 그리고 결국 고구려를 건국했다. 주몽이 부여를 떠난 이유, 그것이 지금 제가 한나라당을 떠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래, 평화, 통합의 시대를 경영할 창조적인 주도세력을 만드는데 저 자신을 바치겠다”고 역설했다.
손 전 지사의 이같은 발언은 범여권의 대통합신당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편 손 전 지사의 탈당에 대해 원희룡 의원은 “한나라당내에 줄 세우기라든가 아니면 세몰이 과정에서 나오는 구태 등에 대해 정말 깊이 절망하고 있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에게 너무나 많이 공감한다”고 밝혔다.
원 의원은 같은날 ‘김신명숙의 SBS전망대’에 출연해 “(한나라당의) 문제는 어제 오늘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원 의원은 “현재로서는 (손 전지사가) 탈당하더라도 새로운 정치 세력을 짜나갈 그런 동력이나 기반이 약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손 전 지사에 대한 존경과 애정이 있기 때문에 그 점에 대해서는 정말 짚어봐야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우려했다.
고진화 의원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한나라당 개혁세력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탈당을 발표한 것은 당원과 국민 모두에게 큰 충격”이라며 “당 지도부와 대선 예비후보들이 당의 노선과 체질개선을 위한 근본적인 노력과 변화를 하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손학규 사태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 의원은 또 “시대정신과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을 찾기 위한 근본적인 당의 노선 변화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경선 준비과정에서 계파간 줄세우기, 불공정 경선행위 조장, 당의 사당화(私黨化) 등이 갈수록 심화됐다”고 비난했다.
앞서 한나라당 초선모임인 ‘초지일관’소속 의원 39명은 이날 오전 “손학규 전 지사는 경선에 끝까지 참여해 정권교체를 이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권교체를 통해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하는 것은 국민의 간절한 소망이자 한나라당에 부과된 역사적 소명”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들은 또 “초지일관 회원 일동은 공정한 경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경선 지킴이 역할을 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애석하다 탈당철회하고 국민과 나라의 미래를 위한 정권교체에 힘을 합쳐주길 바란다”며 “여전히 손 전지사와 대화하고 만나길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영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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