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대선 승리를 위한 당의 단합’ ‘원만한 합의가 되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등 원론적인 입장에 ‘공감’하는데 그쳤을 뿐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견을 나타냈다.
따라서 다음달 10일까지가 활동시한인 당 대선후보 경선준비기구 ‘2007 국민승리위원회’(위원장 김수한)의 논의 과정에서 경선 시기 조정 문제 등 세부적 사안들을 놓고 각 주자 진영간 적지 않은 충돌이 예상된다.
박근혜 전 대표, 이명박 전 시장, 손학규 전 지사 등 이른바 ‘빅3’는 경선 시기와 방법 등 ‘경선 룰 변경’ 문제에 대해 가장 큰 견해 차이를 보였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서 진행된 당 대권주자 간담회에서 “당헌·당규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면서도 “아무리 명분이 있더라도 후보간 합의만으론 (경선 룰을) 고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행 당헌·당규상의 관련 규정이 어렵사리 당원들의 의견을 모아 만든 것인 만큼 (변경을 하더라도) 가능한 한 원칙과 절차에 맞게 해야 한다”는 지적.
박 전 대표는 또 “후보들이 대리인을 내세워 이 문제(경선 룰)를 합의하는 게 과연 ‘공당’으로서 합법적이냐”면서 “그동안 원칙을 지켜온 사람들은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하고 반문하기도 했다.
박 전 대표 자신은 지난해 당 대표 재임 당시 주변의 만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집단지도체제 도입’ ‘시·도당으로의 공천권 이양’ 등 당 혁신위원회의 당헌·당규 개정안을 받아들여 통과시키도록 했고, 또 이를 지키기 위해 임기 만료 전에 대표직에서 물러났다는 것.
결국 박 전 대표의 주장은 ‘경선 시기는 늦출 수 있어도 방식(선거인단 구성)은 바꿀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아울러 그는 “한나라당은 그동안 ‘부정부패 정당’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어려운 길을 걸어왔다”며 “경선 절차와 과정에서는 금품 거래 등 어떤 불법성 시비도 있어선 안 된다. 만일 그런 일이 있을 경우 후보 사퇴는 물론, 관련자들의 ‘당원권 정지’나 ‘출당’ 등의 엄정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시장은 “경선의 시기와 방법은 당내 공식기구인 ‘국민승리위원회’에서 결정할 일”이라며 “그 결과에 따르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전 시장은 그러나 “내가 경선 룰에 대해 자꾸 왈가왈부하면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대리인의 재량권이 축소된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그는 “만일 당헌·당규를 개정할 부분이 있다면 당원들에게 묻는 게 당연하다”며 “당에 대한 국민들의 걱정이 많고, 당이 깨지기를 바라는 외부 세력들도 있는 만큼 이 문제를 해소할 수 있도록 함께 잘 해내기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최근 자신에 대한 검증 논란과 관련, “당과 국민에 걱정을 끼쳐 송구스럽다”면서 “정인봉 변호사의 문제 제기는 순수하게 받아들이고 더이상 이의를 달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손 전 지사는 이 자리에서 “당내 경선은 최종적으로 본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를 선택하는 과정”이라며 “룰은 이런 원칙에 맞춰 정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특정 후보를 정하기 위해 들러리를 세우는 룰에는 합의해줄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사실상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 ‘양강’에 초점을 맞춘 당내 경선 관련 논의에 불만을 표한 것.
이와 관련, 손 전 지사는 간담회가 진행 중이던 오전 9시50분쯤 ‘약속이 있다’며 자리를 떠 참석자들 사이에 ‘충돌’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손 전 지사는 이 자리에서 ‘선(先) 검증 후(後) 경선’론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다른 당내 대권주자인 원희룡 의원은 “최근 국민승리위가 발표한 ‘대선후보 조기 등록’ 방침이 경선 시기에 대한 합의와 엮어지지 않아 아쉽다”면서 현행 당헌·당규상 6월 실시 예정인 경선 일정에 “탄력을 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고진화 의원도 “후보 조기 등록의 경우 만일 경선 시기를 늦추게 된다면 ‘경선 2개월 전에 후보를 등록한다’는 당헌·당규상의 규정에도 맞지 않는다”면서 “혹시라도 나중에 경선에 참여코자 하는 사람들을 사전에 차단키 위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당내 계파간 ‘줄 세우기’ 현상과 관련, 후보들의 ‘무(無)계파 선언’을 제안했으며, 후보 검증 문제에 있어서도 외부 인사로 구성된 ‘국민검증위원회’를 설치할 것과 다른 후보들과 마찬가지로 국민승리위에 자신의 대리인도 참여시켜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강재섭 대표는 “국민승리위에서 (경선 룰 등에 대해) 결론을 내리더라도 그대로 확정되는 게 아니다. 의원총회와 상임전국위원회의, 필요하다면 전당대회까지 거쳐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각 후보들간에 쌓인 오해를 풀고 국민들을 안심시키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룰과 후보 검증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당 분열 위기로까지 비치는데 대한 지도부로서의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결국 이날 간담회의 ‘목적’이자 ‘결론’인 셈.
다만 강 대표는 “경선 시기의 경우 지난해까지는 혁신위 안(案)의 원칙을 유지했으나, 올해는 국민들과 정치 시장의 변화, 여권의 동향 등을 참작할 필요가 있다”면서 “(당헌·당규를) ‘한 글자도 못 고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각 후보들에 대한 ‘검증’ 차원에서 “여의도연구소, 당 정책위원회 등이 참여하는 권역별·주제별 정책토론회를 진행하는 한편, 외부 인사들을 포함한 검증기구 설치해 ‘후보 청문회’를 1~2회 정도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각 후보 측근들의 무절제한 언동을 자제해달라는 의미에서 ‘캠프 대변인’을 임명해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편 나경원 대변인은 이날 간담회 결과 브리핑을 통해 “국민승리위에서 다음달 10일까지 경선 시기와 방식 등에 대한 원만한 합의가 도출되도록 최선을 다 하는 동시에 당 검증기구의 결정을 신뢰하고 경선 결과에 흔쾌히 승복한다는데 각 후보들이 ‘공감’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각 후보들이 ▲근거 없는 상호 비방 및 폭로 배격 ▲권역별·주제별 정책토론회 개최 및 매니페스토(참공약 선택하기) 운동 적극 전개 ▲당 지도부와 경선준비기구의 엄정 중립 ▲필요시 당 지도부와 후보간 수시 모임을 통한 긴밀한 협의 개최 등에도 “공감했다”고 밝혔으나 문자 그대로 ‘공감’일 뿐이어서 각 후보 진영간 갈등의 불씨는 여전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당 지도부는 이날 각 주자 간 합의문 형태의 간담회 결과 발표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일부 주자측에서 “현실적인 문제에 이견이 있는 상황에서 일반론에 대한 합의문이나 공동선언문을 만드는 것은 단지 모양만 보기 좋게 하려고 하는 것은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며 반대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나경원 대변인은 “모두가 ‘공감’한 사항이고 여러 번 말해 온 것인 만큼 그 형식은 별로 중요치 않다”며 “특별히 ‘다른’ 내용은 없다”고 강조했다.
맹형규 국민승리위 부위원장도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후보들 가슴 속 얘기를 진지하게 들어볼 수 있는 자리였다”면서 “향후 논의 과정에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희망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홍종필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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