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관련, 동아일보는 16일자에서 현 정부 국정홍보 라인 실세들이 지난해 3월 국정홍보처 소속 영상홍보원 장동훈(51) 원장에게 사표를 내도록 직간접으로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국정홍보 방송인 KTV를 운영하는 영상홍보원의 원장은 공모를 통해 선발되며, 장 전 원장의 계약기간은 2003년 9월부터 2005년 12월까지 2년 3개월로 당시 9개월의 임기가 남아 있었다.
장 전 원장은 “지난해 3월 새로 임명된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이 (나를) 사무실로 불러 ‘청와대 대변인,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국정홍보처장 등 국정홍보 라인이 바뀌었으니 원장도 사표를 내야겠다’고 압력을 넣었다”고 말했다는 것.
그는 또 “청와대 대변인과 국정홍보처장이 바뀌는 게 영상홍보원장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면서 “김 처장이 사표 제출을 종용하기 전 3~4개월간 위로부터 견디기 힘든 압력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 1, 2월에는 갑자기 국정홍보처에서 사람들이 와서 내 개인에 관련된 서류와 직원평가 서류, 다면평가 결과 등 일체의 서류를 싣고 가기도 했다. 처음엔 이 조직의 관례인가 했는데 직원들이 그런 적은 없다고 했다.
한 조직의 기관장으로서 그런 압력을 받으면 계속 일하기 어렵다”고 외압의 구체적 행태를 털어놨다.
또 장 전 원장은 “당시 이백만(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국정홍보처 차장이 ‘프로그램을 이런 식으로 해라, 자막은 이런 식으로 하고 색깔도 이런 식이 좋겠다’는 지시를 직간접으로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차장이 영상홍보원의 4, 5급 실무자에게 지시하기도 하고, 직접 찾아와 내가 지켜보는 가운데 스튜디오에서 지시하는 월권행위를 하기도 했다”며 “계약직이라 일방적으로 그만두게 할 수 없으니까 사표를 내도록 그런 식으로 압력을 넣은 것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아리랑 TV와 한국영상자료원에 총리 비서관 출신 인사와 ‘노무현을 지지하는 문화·예술인 모임(노문모)’ 출신 배우를 추전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청와대는 그러나 “통상적 인사협의였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들은 총리 비서관 출신인 K씨를 아리랑TV 부사장으로 추천(청와대측은 인사협의라고 주장)한 것은 맞지만 부사장 자리 자체가 없어지면서 없던 일이 됐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영상자료원장에도 ‘노문모’ 출신 L씨를 추천했으나 공모에서 탈락하면서 끝난 일이라고 말했다.
영상자료원이 국회 문화관광위 소속 박찬숙 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청와대가 추천한 L씨는 영상자료원 추천위 평가위원 7명 전원으로부터 최하위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영상자료원에 재공모를 지시했지만, L씨는 응모하지 않았다면서, 이를 청와대가 개입하지 않은 증거로 내세웠다.
특히 청와대는 이른바 ‘배째드리죠’ 논란에 대해서도 강하게 부인했다.
청와대측 인사가 인사청탁을 거부하는 유 전 차관에게 “배째 달라는 말씀이시죠? (그럼) 배째 드리죠”라고 말했다는 설이 있었다.
청와대는 당초 이 발언이 있었다는 보도에 대해 일일이 대응하지 않았지만 고흥길 한나라당 의원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이 발언은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것으로 이 말을 (유 전 차관에게) 한 사람은 단순한 전달자에 불과한 것 아니냐”고 공개질문하자, 청와대 정태호 대변인이 나서 “내부 조사 결과 청와대의 어느 누구도 그 같은 발언을 한 사실이 없음을 밝힌다”고 했다.
또한 청와대는 한국영상자료원장 공모가 청와대 추천인사가 최종 후보군 3명에서 탈락한 데 대한 보복으로 전문성 부족을 핑계 삼아 최종 후보들을 부적격 판정하고 재공모를 실시했다는 주장에 대해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영상자료원장 추천위에서 압축한 3명 후보의 인사검증 과정에서 도덕성 면에서 공공기관의 장으로 재직하기 힘든 결격사유가 발견됐고, 청와대 검증결과를 바탕으로 문화관광부에서 재공모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당사자들의 명예와 사생활 비밀을 보호하기 위해 대응을 자제했으나 일부 언론의 계속된 오보를 더이상 방치할 수 없어 정확한 사실을 밝힐 필요가 있다”며 “어떤 후보는 뇌물수수 전력이 있었고, 다른 후보는 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어 인사조치를 당한 분이고, 또 다른 후보는 여직원들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등 검증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문화관광부도 해명자료를 통해 “청와대가 추천한 후보자 탈락에 대한 보복으로 재공모를 결정했다는 보도는 사실 왜곡”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지난해와 올해, 1차 추천 후보들이 탈락돼 2차례 이상 공모를 했던 기관은 소프트웨어진흥원, 수자원공사, 가스공사, 석유공사, 증권선물거래소, 국민연금관리공단, 철도공사, 지역난방공사, 무역투자진흥공사 등 9곳이다.
소프트웨어 진흥원은 지난 6월, 3명의 원장 후보를 추천했지만, 이사회는 재공모를 결정했다. 정통부 관계자는 “당시 청와대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후보자들에 대해 불가(不可)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안다”고 했다.
수자원공사는 지난 한 해 3번이나 사장 공모를 했다. 최고경영자(CEO) 출신과 교수 등이 사장 후보로 추천됐지만, 청와대는 “적임자가 없다”며 계속 돌려보냈다. 결국 전직 장관이 지난해 9월 사장에 내정됐다. 인천공항공사도 5개월 동안 무려 4번이나 사장 공모를 반복했다.
가스공사와 석유공사도 지난해 각각 2번과 3번의 공모 끝에 사장이 임명됐다. 추천위의 심사를 거친 후보 명단이 청와대에 올라갔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최종 임명된 사장 중 한 명은 노 대통령의 고교 선배였다.
2004년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 공모 때는 처음 추천된 3명의 이사장 후보가 갑자기 자진 사퇴했고, 후보추천위원 중 한 사람이 청와대 외압설을 제기했다. 열린우리당 후보로 총선에 출마했다 낙선한 사람이 최종 낙점을 받았다.
/이영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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