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 절벽 앞에서 드리는 고언

시민일보 / [email protected] / 기사승인 : 2026-09-21 10:5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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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복 경민 미래평생교육대학 대외협력처장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주민들이 직접 선출하도록 한, 지방자치제도가 도입된 지 어느덧 30여 년이다. 하지만 마주하게 되는 현실을 보면 우려가 많은 게 사실이다.


실제 저출생과 고령화, 청년 인구의 수도권 유출이라는 거대한 인구 절벽 앞에서 존립을 위협받고 있다.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는 세입 기반이나 주민 생활에 필수적인 행정적·재정적 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구조를 방치할 경우, 살아남을 지방정부가 과연 몇 개나 될까 싶다.

문제는 실질적인 권한과 재정이 여전히 중앙부처에 집중돼있는 현실이다.


주민이 선택한 단체장이 지역 행정을 총괄하고 주민의 생명과 안전, 복리 증진을 책임져야 하는 명실상부한 '지방정부'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행정의 하위 조직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중앙정부는 국가적 차원의 정책을 결정하고 각종 사무를 지방으로 일방적으로 떠넘기면서도, 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재원과 권한은 이양하지 않는다. 그 결과 정책 집행에 따르는 막대한 비용과 민원은 지방이 고스란히 떠안고, 성과는 중앙이 가져가는 기형적 구조가 고착된다. 무엇보다 대다수의 지방정부가 지방교부세와 국고보조금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게 된다.

지방재정 위기가 전적으로 중앙집권적 구조에서 비롯됐다는 건 아니다.


사업의 지속 가능성보다 표심을 의식한 가시적 성과에 치중하는 지방정부 내부의 방만함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단체장이 '민심을 살피는 일'과 '다음 선거의 표를 얻기 위해 혈세를 낭비하는 일'은 확연히 다르다. 하지만 일부 단체장들이 취임 직후부터 백년대계에 입각한 지역 사업보다는 지지 세력을 위한 단기적 사업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 적지 않다.


임기 내 완공이 불가능한 대규모 토건 사업을 타당성 검토 없이 밀어붙이거나, 실효성이 불투명한 대형 축제, 전시성 시설, 일회성 선심성 지원 사업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는 일이 반복되기 일쑤다.

철저한 감시로 지방정부 예산 낭비를 차단해야 할 지방의회 역시 이러한 방종과 포퓰리즘 행태에 천작하는 모습이다. 지방재정은 주민 모두가 피땀 흘려 이룩한 공동의 재산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선심성 예산 편성에 앞장서는 부끄러운 자화상을 아랑곳 않고 있다.


집행부와 의회가 이해관계를 타협하며 혈세를 낭비할 때 재정 파탄의 고통은 고스란히 현재를 사는 주민과 미래 세대의 몫으로 전가된다는 사실을 간과한 탓이다.


이처럼 구조적 한계와 내부적 방만이 얽혀 있는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긴축 재정이나 조직 축소 등의 미봉책을 넘어, 제도 자체의 판을 갈아엎는 근본적 수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특히 선거 공학적 유혹에 흔들릴 수밖에 없는 정치 구조 혁파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장 단임제 전환을 본격적인 공론의 장에 올려야 할 시점이 아닐까 싶다.


연임이 허용되는 현재 구조는 단체장으로 하여금 취임 순간부터 사실상 재선 운동에 돌입하게 만드는 치명적인 결함을 안고 있다. 다음 선거를 의식하다 보니 장기적 안목의 인프라 투자나 필수적인 구조조정은 뒤로 밀리고, 환심을 살 수 있는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단체장 단임제는 단체장이 표심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오직 지역 발전을 위해 소신 행정을 펼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강력한 제도적 대안이 될 수 있다.

물론 단임제가 만능열쇠는 아니다.


임기 말로 갈수록 행정의 책임성이 약화되거나 정책의 연속성이 단절될 위험성이 존재하는 만큼 현행 제도를 절대 선으로 맹신하지 말고, 단임제 논의와 함께 주민의 삶과 지방의 생존에 가장 부합하는 최적의 선출 및 통제 시스템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임기 조정, 전문 행정 관료 체계의 실질적 강화, 주민소환 및 주민감사 제도의 실효성 확보, 그리고 지방의회의 감시·견제 기능을 본 궤도에 올려놓는 보완 입법 추진 등이다.

오늘의 인기를 위해 내일의 재정을 끌어다 쓰는 무책임한 관행은 종식되어야 마땅하다.


진정한 지방자치는 '권한에는 반드시 엄중한 책임이 따르고, 예산에는 미래 세대에 대한 의무가 따른다'는 불변의 원칙 위에서만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 지방소멸을 입버릇처럼 걱정하면서 정작 낡은 제도와 기득권의 성벽을 허물지 않는 것은 명백한 모순이다. 지방이 무너지면 중앙정부 역시 온전할 수 없고, 대한민국의 국가적 미래 또한 담보할 수 없다.

이를 위해 매표를 위한 일회성 행사에 혈세를 낭비하기보다는 주민의 일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필수 공공재에 대한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


중앙정부는 통제 중심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재정과 정책 결정권을 지방에 돌려주고, 단체장은 사익을 위한 권한 포기, 지방의회는 감시와 견제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 주민들 역시 ‘당장의 선물’에 치중할 게 아니라 성숙한 주권 의식으로 보조를 맞춰야 한다.

지방자치 30년은 자축의 화려한 피로연이 아니라, 준엄한 성찰과 대수술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지금 당장 결단하지 않는다면 30년 뒤에는 바꾸고 싶어도 바꿀 수 있는 지방조차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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