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단체장·기초의원 정당 공천제폐지 바람직”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8-07-28 19:2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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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지방의회, 어떻게 살릴 것인가’ 공청회 중앙정당-단체장-후보자간 카르텔 형성돼
중선거구제 취지잃고 되레 ‘1당지배’ 굳혀


서울시의회 김귀환 의장의 ‘뇌물사건’이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28일 서울시의회에서 지방자치 관련 공청회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민주당 서울시의회 한나라당 뇌물사건 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2시 서울시의회 별관 2층 대회의실에서 ‘위기의 지방의회, 어떻게 살릴 것인가?’를 주제로 지방자치 살리기 시민 참여 공청회를 개최했다. 정청래 전 국회의원의 사회로 진행된 공청회에서 명지대학교 행정학과 임승빈 교수가 발제를 맡았고, 한국 지방행정연구원의 금창호 박사와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오관영 사무처장, 서울시의회 이금라 의원과 서울 강서구의회의 임화숙 의원이 참여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날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인사말에서 “서울시의회 의장 선거에서 드러난 뇌물수수 사건을 보면서, 정치인으로서 국민을 볼 면목이 없다. 아직까지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럽고 참담하다”며 “한나라당은 ‘일벌백계, 엄중조치’를 말하지만, 그들의 지난 행적을 볼 때 공염불이 될 것이 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 대표는 “민주당은 ‘한나라당 서울시의회 뇌물사건 대책위원회’를 가동시켜 이번 사건의 진상을 철저하게 밝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의회 한나라당뇌물사건 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민석 최고위원은 “이번 서울시의회 한나라당뇌물사건은 서울시가 다시 과거의 복마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킨 사건”이라며 “1000만 서울시정을 감시해야 할 시의회가 복마전이 되면 시정이 복마전이 되는 것은 순식간”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대책위원회는 이번 사건을 다루는 과정에서 나타난 많은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 개선방안을 찾는 일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최규식 서울시당위원장은 “이번 사건은 서울시의회 106석 중 100석을 한나라당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했다. 절대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며 “문제 의원이 자진사퇴하지 않고, 한나라당이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주민들께서 나서서 소환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역설했다.


◆임승빈 명지대 교수= 발제자로 나선 임승빈(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서울시 의장 선거에서 각 후보자들이 현재의 의정비 연봉 6804만원이 적다고 8000여만원까지 올리도록 노력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그 얼마 후 지금은 의장으로 선출된 서울시 의원이 구속되었으며 30여명의 시의원이 부정한 목적을 지닌 현금 및 수표수령으로 국민의 비난이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서도 각 지방의회에서는 의정비 인상 문제로 주민과 갈등현상을 연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그러나 “지방자치에 있어 지방의회의 존재는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선진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집행부를 주민직선을 통해 구성하지 않는 경우는 많지만 의회를 구성하지 않는 지방자치는 없다는 것. 따라서 지방의회가 건전하고 합리적으로 발전해야 하는 것은 필연적인 과제라는 게 임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경기도의 ‘공직부조리 신고 보상금 조례’ 등은 특기할 만한 사항이다. 강원도의 의회는 조례는 아니지만 도의원 ‘공무국외여행 일부규칙개정안’을 의결한 것도 특기할 만한 사항이다. 조례의 자체 발의에서는 미미한 성적이지만 행정조사 및 감사 활동 면에서는 이전의 지방의회 보다는 의원들의 적극적이고 합리적인 활동을 하였다는 것이 2006년말 정기회의를 마치고 난 이후의 지역신문들과 지역의 시민단체들의 반응”이라며 “예산심의 과정에서도 대부분의 시도 의회들이 집행부의 단체장과 같은 정당임에도 불구하고 엄격하고 심도 있는 심의를 하여 불필요한 예산을 삭감한 사례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임 교수는 정당공천제 도입에 따른 종이(유령)당원, 당비대납 등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특히 중대선거구제도가 무색해진 선거구 획정에 대해 비판을 가했다.

그는 “정당공천제에 대한 비난을 잠재우기 위하여 도입한 중선거구제도는 그 취지를 잃었으며, 오히려 1당 지배를 공고히 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시도 지방의회의 선거구 획정위원회에서 확정한 4인 선거구는 크게 줄어든 반면 3인 및 2인 선거구는 크게 늘었다. 161개의 4인 이상 선거구는 39개만 남았고, 122개가 2인 또는 3인 이상 선거구로 쪼개졌다. 결국 3인 선거구는 381개로, 2인 선거구는 모두 607개로 늘어났다.

임 교수는 지방선거가 중앙선거의 대리전 형태로 진행되는 문제점도 꼬집었다.

그는 “지역사회비전과 이슈를 중심으로 유능한 지역일꾼을 뽑아야할 지방선거는 당초 취지와 달리 중앙정당의 대리전으로 왜곡되어 후보자의 정책과 공약에 따른 선택이 아닌 정당을 보고 선택하는 모습을 역력히 보여주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점”이라며 “정치권은 대선의 전초전, 현 정권에 대한 평가로 또다시 중앙정치에 예속된 지방선거로 만들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특히 임 교수는 “정당공천을 매개로 중앙정당,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지방의원의 후보자간의 카르텔이 형성되어 중앙정치의 예속과 정당에 따른 줄 투표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따라서 임 교수는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려면 기초단체장 및 기초지방의원 정당공천제는 폐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관영 사무처장= 토론자로 나선 오관영(함께하는 시민행동 사무처) 처장은 “지방정치를 지역 주민에게 돌려주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오 처장은 “정치를 중앙당을 중심으로 한 정당과 정치인이 독점함으로써 대의제 민주주의는 관객민주주의로 전락하였으며, 시민들은 정치의 주체가 아닌 대상으로 취급받고 있다”며 “이처럼 정당법에 의한 정당들이 정치를 독점하면서 투표율 저하 현상도 심화되고(4.13·총선투표율 46%), 정치적 무관심도 증폭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중앙정당의 독점적 기득권 구조를 해체하고 시민들에 의해 정치의 본질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며 “따라서 국고보조금, 정당별 기호부여제도, 선거규제의 철폐 등 정당의 기득권구조를 해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오 처장은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 개혁문제와 관련,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은 군소정당들에게 지급되지 않으므로 결과적으로 소수정당의 발전을 저해하고 각 정당들이 국고보조금에 의존하게 됨으로써 당원확보와 국민들의 적극적인 지지창출을 위한 노력을 저해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호부여제도 등의 문제와 관련해 오 처장은 “정당공천제가 확대된 지난 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의 경우 2번 기호의 ‘ㄱ’씨 성을 가진 사람이 앞도적인 당선이 되었다”며 “특정정당에 통일된 기호를 부여하거나 가나다순으로 기호를 부여하는 현행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외에 4인 선거구 확대를 통한 선거구제도의 문제, 지방단체장 선거와 의회 선거를 분리해 집행부와 의회 간의 견제와 균형 등을 시민에게 정치를 돌려준다는 관점에서 재검토되어야 한다는 게 오 처장의 주장이다.

특히 오 처장은 주민참여 제도의 실효성 강화문제에 대해 “이번 서울시의회의 부패사건을 보면서 많은 시민들이 지난해 도입된 주민소환제도를 떠올렸다. 주민소환은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 등 지방정부 선출직 고위공직자를 주민투표에 의해 즉시 해임시킬 수 있는 제도로서 가장 강력하고 높은 수준의 주민참여제도라 할 만할 뿐만 아니라 자치단체의 주요 결정사항을 주민이 직접 투표로 결정하는 주민투표제도, 자치단체의 위법한 재무회계행위에 대해 주민이 직접 소송을 걸어 해당사업의 중지부터 손해배상청구 등 낭비예산 환수까지 요구할 수 있는 주민소송제도 등 강력한 주민참여제도가 연이어 도입되었다”면서도 “하지만 정작 중요한 내실은 화려한 외형에 크게 못 미치는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가장 큰 문제는 주민참여제도가 잘 안 쓰인다는 것.
오 처장은 “법규 자체가 활용을 저해하는 요소를 갖고 있는 것은 물론 홍보 부족, 실효성 불신 등으로 인한 국민의 낮은 인식, 공무원과 행정기관의 비협조적, 소극적 자세 등을 모두 지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례로 함께하는 시민행동 조사결과 주민감사청구제도가 시행된 2000년 1월부터 2004년 6월까지 총 청구 건수가 43건, 즉 연 평균 10건이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더구나 그 중 42%인 18건은 각하 처리돼 실제 주민감사청구에 의해 감사가 실시된 경우는 고작 25건, 연평균 5.6건에 불과했다.

또한 주민투표제는 2004년 7월 시행 이후 약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주민의 청구에 의한 실시사례는 단 1건도 없으며, 그외 시행사례도 단지 3건(그 중 1건은 중앙정부 요구로 4개 지역에서 동시 실시된 이른바 ‘방폐장 주민투표’)에 불과했다.


◆이금라 서울시의회 의원= 이금라 시의원은 “지방의회 의장의 역할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지방선거에서 중앙정치에 대한 심판 성격의 투표행위로 인하여 서울시의회 집권당이 뒤바뀌고 집권당 점유율이 재적 과반수를 훨씬 넘을 정도로 과대하다”며 “시의원 공천권이 지역구 국회의원과 국회의원 지역구를 관장하는 지역위원장에게 사실상 있어 지역위원장이 교체되면 현역 시의원도 의정활동에 대한 평가와 무관하게 교체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의회의 다선은 매우 적게 된다는 것.
이 의원은 “3대부터 의정활동을 한 5선, 4대부터 활동한 4선은 한 명도 없다. 짧은 지방자치 실시 기간에 대해 전반적인 인식을 갖춘 중진이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의원은 이번 뇌물사건을 겨냥해 “소수의 후보군에서 의장단 선거 경합이 벌어지는 관계로 인물·정책 중심보다 금권·향응 중심으로 경쟁이 벌어지게 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 의원은 “의회 지도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초의원 정당공천 배제, 광역의원 비례정수 확대를 강조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또 지방의원 선거 시기를 조정해 2년마다 재적 ½ 씩 선출, 즉 국회의원 선거와 동시에 선거 및 구청장선거와 동시 선거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이 의원은 광역의회 의장단 선거에 공직선거법을 적용해 시도선관위가 주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화숙 강서구의회 의원= 임화숙 의원은 “우리나라는 기관 분립형 중에서도 강력한 强수장-弱의회형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지방의회 권한이 상대적으로 매우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임 의원은 “단체장과 지방의회 사이에 빚어지는 많은 갈등이 정책 대결이 아니라 고압적인 단체장과 무시당한다고 느끼는 지방의원 간의 감정싸움이 많다. 또 의원들이 지역구 사업의 지원 등과 관련하여 호감을 사기 위해 단체장의 들러리를 서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단체장과의 이런 대결 또는 종속 구도 속에서 지방의회의 바람직한 역할인 정책형성기능을 창의적으로 주도하기 어려워 ‘심의ㆍ의결권 확대’ 등을 비롯한 지방의회의 권한을 크게 늘려야 지방자치가 제대로 실현된다”며 “하물며 대부분의 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의 구성원이 어느 특정 정당이 독식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저런 구도가 당연히 심화되지 않겠는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집행부의 공무원에게 질의내용은 물론 답변내용을 부탁하는 사례도 있고, 연구에는 소홀한 반면 지역의 경조사에는 빠짐없이 참석하여 재정 부담은 물론 시간 낭비가 많다”고 폭로했다.

이어 그는 “입법 범위가 제한돼 있고 정보가 불충분하다는 문제도 있다. 집행부의 자료 제출 요구에 대한 무성의한 대응, 예산 심의에 대한 의회의 재량권 부족 및 전문성 결여 등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민은 사회의 주인이고, 의원은 시민의 참여, 결정을 조정하고 매개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많은 지방의원들은 자신들 이외에는 시민의 대표성을 인정하지 않는 권위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권위의식의 청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종속적인 위치를 자임하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보 공천권을 가진 정당 및 국회의원과의 관계에서 수직적 관계 하에 지방의원 활동이 종속적일 것이 요구되기도 하지만 지방의원 스스로 종속적 위치를 자임하여 의정활동을 제한하게 된다는 것.
이밖에 임 의원은 ▲‘안면주의’를 극복해야한다 ▲의회 내 권력다툼이 심각하다 ▲의장단 자리는 돈, 권한, 명예의 자리라는 점 등을 지적했다.

/이영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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