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기회를 놓치면 오는 5월29일 17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은 자동폐기되기 때문에 사실상 이번 임시국회가 각종 민생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다.
폐기된 법안을 다음 국회에서 다시 발의하고 통과시킨다면 부처협의나 입법 예고 등 제입법 절차에 따른 불필요한 시간 소요와 예산·인력 낭비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여야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산적한 민생법안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은 모두 3195건에 달한다. 이 중 정부제출안 260건 가운데 시급을 요하는 법안건수만 해도 100건 이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월 양당 정책위 의장이 처리키로 합의한 법안은 모두 29건.
처리 대상 법안의 범위는 양당 원내대표간 회담을 통해 합의돼야 할 사항이긴 하지만 이들 29개 법안 이외에도 시급을 요하는 민생법안에 대해서도 조속한 처리가 필요하다는데에는 여야간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한나라당은 미성년자 납치 등을 방지하기 위한 ‘혜진·예슬법’, 성폭력 사범을 상대로 한 전자발찌 의무화법, 먹거리 안전을 위한 식품안전기본법,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낙후지역개발촉진법, 지자체장이 지방투자 활성화 촉진 단지를 조성하면 재정지원 및 조세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지방투자촉진특별법, 군사시설 인근 개발 및 지원법 등을 이번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할 민생법안으로 꼽고 있다.
지방투자촉진특별법과 낙후지역개발촉진특별법을 발의한 한나라당 권경석 의원은 “현실적으로 지방과 낙후지역에는 투자 유치가 쉽지 않아 발전에 저해 요소가 되고 있기 때문에 지방 투자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각종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며 “지역균형발전과 민생 경제 살리기를 위해서는 법 통과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물가상승률 이상 수업료를 인상할 수 없도록 한 등록금 상한제, 고유가 시대에 무차별적인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한 유류세 10% 인하 법안, 신용불량자 양산을 막기 위해 현금서비스 수수료 상한선을 금감위에서 규제할 수 있도록 한 여신금융업법 개정안, 아동 대상 보호 특별법, 지방교육행정기관 및 학교에 대한 평가업무를 중앙에서 지방으로 이양토록 하는 초중고 교육법 개정안 등을 우선 통과시켜야할 법안이라 보고 있다.
등록금 상한제법안을 발의한 민주당 정봉주 의원은 “대학이 자율화라는 미명 아래 등록금을 무차별적으로 인상해 서민 경제를 어렵게 하고 있다”며 “이 돈이 어디에 쓰여지는지도 명확하지 않아 등록금이 대학의 돈벌이 수단이 되고 있다. 사유를 명백히 밝혀 대학 경영의 투명화와 서민 경제의 안정을 동시에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등록금 상한제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법안 통과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이외에도 사회보험료 부과법 개정안, 임대주택법 개정안, 건강정보보호법안 등도 조속한 처리가 필요한 민생법안들이다.
사회보험료 부과법 개정안은 4대 사회보험의 적용 및 부과 징수 업무를 통합함으로써 사회보험 시스템의 효율성을 강화하고 국민 편익을 증대시키기 위해 발의된 법안.
임대주택펀드 설립과 펀드 손실에 대한 재정 보전 대책 등을 담은 임대주택법 개정안은 서민·중산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비축용 임대주택 공급 등 공공부문의 역할 강화를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사회복지사업의 비중이 크고 재정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예산을 보조토록 한 사회복지예산보조금 지원 특례법 개정안도 사회적 약자·소수자 보호와 지원을 위해 반드시 통과시켜할 시급한 현안 중 하나다.
일반인이 긴급 환자에 대해 응급처리를 했다가 환자의 건강에 손실을 입혔을 때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다고 확인될 경우 형사사의 책임을 묻지 않도록 한 응급의료법 개정법률안도 처리를 기다리고 있는 민생법안이다.
개인 건강정보에 대한 유출을 방지함으로써 개인 사생활을 보호하는 동시에 건강정보에 대한 정보 표준을 구축해 각종 의료 서비스에 활용토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건강정보보호법안도 통과될 경우 의료 품질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건강정보 보호법안을 발의한 윤호중 의원은 “지금은 개인의 건강정보가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프라이버시 침해는 물론 각 개인이 범죄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며 “개인의 건강 정보에 대한 보호·관리를 강화하는 동시에 사생활 침해 우려가 없는 나머지 정보에 대한 정보관리 표준을 구축한다면 국민의 건강을 증진하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양당은 FTA비준동의안과 출자총액제한제 폐지를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적대적 M&A를 막기 위한 상법 개정안 등 기업규제 완화 법안에 대해서는 현격한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지만 민생법안 처리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어 무난히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FTA 비준동의안과 규제완화 법안 처리를 놓고 양당간 극심한 진통이 예상돼 자칫 17대 마지막 임시국회가 공전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 때문에 민생법안에 대한 조속한 처리가 가능할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민주당 김효석 원내대표는 “FTA 비안과 규제완화법률은 피해발생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규제완화 법안은 기업 투자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관련된 법안인 만큼 조속히 처리돼야 한다”며 FTA 비준안과 규제완화 법안도 결국 경제 활성화를 위한 토대 마련이라는 점에서 민생법안과 다를 바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병화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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