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3조2항의 엄격한 해석에 반발하면서 당무를 거부했던 강재섭 대표가 이방호 사무총장에 대한 사퇴 요구를 철회하고, 이 사무총장 역시 “잘 모시겠다”고 고개를 숙임으로써 향후 친박계 의원들의 행동 방향에 촉각이 곤두세워지고 있다.
일단 친박계 의원들은 공천 기준 완화에 대해 신중하면서도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친박계 일부 강경파가 당헌·당규의 엄격한 적용을 요구하면서, 이 사무총장의 사퇴에 대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향후 친박계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된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지난 2일 오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부정부패 전력자에 대한 공천 불가를 규정한 당헌 3조2항과 관련, 벌금형 전력자도 공천 신청이 가능하도록 기준을 완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당규 9조에 비춰볼 때 당헌 3조2항에서 말한 최종심 확정의 경우는 금고 이상의 형을 의미한다고 해석된다”면서 안건을 상정했고, 당 지도부는 만장일치로 안건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 자리에 친박계인 김무성, 김학원 최고위원은 참석하지 않았다.
당헌 3조2항은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으로 최종심에서 형이 확정된 경우 공직 후보자 추천 신청의 자격을 불허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당규 9조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재판 계속 중에 있는 자’를 공천 부적격자로 규정하고 있다.
안 원내대표는 이어 “공직 후보자 신청을 한 사람을 대상으로 적격 여부를 심사할 때 부적격 대상자로 금고 이상을 선고받고 재판 계속 중인자임을 감안할 때 그보다 더 가혹한 3조2항은 금고 이상으로 해석해야 균형이 맞는다”고 덧붙였다.
이후 당 지도부는 이 사무총장과 함께 공천 심사 기준의 엄격한 적용에 반발하면서 당무를 거부하고 있던 경기도 분당 강재섭 대표 자택을 찾았다. 안상수 원내대표를 비롯해 한영 전재희 정형근 최고위원과 이한구 사무총장, 나경원 대변인이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이 사무총장은 “내가 대표를 모셔왔는데 의사소통이 잘 안 됐다”면서 “좀 앞으로 잘 모시도록 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에 강 대표는 “내가 이방호 사무총장에게 진짜 불신이 있어서 (같이) 일을 못하겠다고 하면 내가 해임하면 된다”면서 “내가 그렇게 한 것은 시정하라고 한 것이고, 그 부분을 본인이 시정한 것이다. 앞으로 힘을 합쳐서 잘 하도록 하자”고 사과를 받아들였다.
앞서 지난 1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이방호 사무총장과는 일을 할 수 없는 입장”이라며 이 사무총장에 대한 경질 의사를 밝힌 강 대표와 “절대 사퇴할 의사가 없다”면서 각을 세우던 이 사무총장이 화해를 한 것이다.
이날 당 지도부가 당헌·당규의 해석 범위와 관련해 중재안을 제시하고, 강재섭 대표와 이방호 사무총장의 화해로 벼랑 끝까지 갔던 당내 공천 갈등은 일단 수습 국면에 들어선 모양새다.
특히 당 지도부가 경제 사정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계파 싸움만 하고 있다는 비판을 인식, 당 화합에 주력하자는데 뜻을 모아 공천 갈등 해결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공은 다시 친박계 의원들에게 돌아갔다. 일단 친박계는 4일 당 지도부와 이명박 당선인, 이방호 사무총장 등의 반응을 지켜본 후 국회의원·당협위의장 연석회의를 다시 갖는다고 밝혀 그 전까지는 개별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한 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전날 친박계 의원 및 당협위원장 70여명이 대규모 회동을 통해 당 지도부에 요구한 것은 ▲선거법 위반자, 파렴치범, 윤리위원회 징계자를 포함한 공천신청 자격 박탈 ▲이방호 사무총장 사퇴 ▲이명박 당선인의 수습이었다.
일단 친박계가 요구하고 있는 이방호 사무총장의 사퇴는 불발됐지만 ‘공천 신청 자격에 벌금형도 포함된다’는 중재안이 도출되고 당이 화합 제스처를 취하면서 외부적으로는 갈등의 원인이 해소돼 가는 모양새다.
특히 강재섭 대표가 이방호 사무총장에 대해 “기군망상(欺君罔上·임금을 속이는 것)”이라고 날선 비판을 하면서 친박계와 입장을 같이했다가 사실상 화해를 선언하면서 친박계 역시 갈등을 봉합하는 쪽으로 가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친박계 일부 강경파가 이방호 사무총장의 사퇴에 대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친박계의 향후 대응 방향에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친박계 의원은 “강 대표가 그렇게 쉽게 사퇴 요구를 철회할 것 같으면 왜 그렇게 강하게 사퇴를 요구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면서 “하극상과 비슷한 사태에 대해 당 대표가 이를 철회했다면 당 대표의 권위에 대해 당원들의 의문이 생기지 않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강 대표 입으로 (이 사무총장에 대한) 사퇴를 요구했고,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는 말까지 했다”면서 “이 사무총장이 사퇴를 거부한 것은 하극상인데 이렇게 되면 한나라당이 공당으로서 체신이나 당원들이 보기에도 대표 권위나 체면이 말이 아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또 다른 친박계 한 관계자 역시 “달라진 게 뭐가 있느냐. 김무성 최고위원을 흠집냈으면 모든 분란과 갈등이 됐던 이방호 사무총장도 깨끗하게 물러나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강경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친박계 일부 강경파의 반발과 함께 향후 개별 공천 심사 과정에서 공천 부적격자를 놓고 또다시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것도 변수다.
당규 9조는 공천 부적격자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재판 계속 중에 있는 자 ▲파렴치한 범죄 전력자 ▲부정 비리 등에 관련된 자 ▲탈당·경선불복 등 해당행위자 등 11개 항을 규정하고 있어 또다시 논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무성 최고위원이 공천 신청을 하더라도 부정·부패에 대한 범위를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당규 9조의 적용을 놓고 또다시 논란이 될 수 있어 공천 갈등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강재섭 대표가 당무에 복귀하는 4일, 친박계가 다시 모인다. 당 지도부가 공천 갈등 봉합에 의지를 드러내고, 강재섭 대표와 이방호 사무총장과 화해하는 수순으로 가면서 향후 친박계가 어떤 선택을 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일 생일을 맞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축하난을 전달한 것으로 3일 알려졌다.
이 당선인 측에 따르면 생일 전날인 지난 1일 오후 임태희 당선인 비서실장을 박 전 대표의 삼성동 자택에 보내 축하난을 전달하고 축하의 말을 전했다는 것.
이 당선인의 축하 인사가 국정의 동반자로서 통상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당내 공천 갈등이 불거진 상황인 만큼 화합의 메시지를 전달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올해로 56회 생일을 맞은 박 전 대표는 지난해 깜짝 ‘자택개방’과 같은 특별한 행사없이 조용히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영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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