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개편안 가시적 큰 성과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8-01-27 16:4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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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인수위 출범 한달 “백지 위에 그림 그리는 심정으로 가야한다. 그런 점에서 매우 창조적인 인수위가 돼야 한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12월26일 인수위 구성을 마친뒤 첫 전체회의에서 인수위원들에게 강조한 말이다.

숨가빴던 한 달이 지났다. 출범 1개월을 맞이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그동안 정부조직 개편안, 대학 자율화 3단계 방안 등 굵직한 이슈들을 쏟아냈다.

인수위는 지난 26일 당선인의 지시로 ‘특별 휴가’를 받은 것을 제외하고 줄곧 ‘노 홀리데이(NO Holiday)’였다. 인수위 지도부는 물론 분과별 인수위원 등 상근자들은 연이은 강행군에 피곤한 표정들이다.

당선인은 출범 초기부터 ‘더 빨리, 더 구체적으로’를 외치며 인수위를 재촉했다. 그는 조각 작업과 외부 일정으로 바쁜 와중에도 이따금 인수위를 ‘기습 방문’해 인수위원들을 독려했다.

국민들과 당선인의 기대가 큰 만큼 빠른 시간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 놓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인수위를 짓눌렀다. 이런 부담감이 당선인의 말대로 ‘창조적인 인수위’로 가시화됐는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최소한 ‘속도’ 면에서는 합격점을 받을 만하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 2일부터 57개 중앙 행정부처를 상대로 일주일여 간 진행된 업무보고는 차기 정부의 정부조직 개편안 ‘바로미터’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인수위는 일찌감치 각 부처에 보고 예시문을 발송해 차기 정부의 국정과제 실천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숨가쁜 업무보고 일정이 마무리되면서 ‘이명박 정부’의 국정 운영 윤곽이 드러난 것은 물론이다.

인수위는 지난 13일 부처 업무보고 결과와 국정과제를 취합해 이 당선인에게 종합 업무보고를 실시했다. 국정과제는 분야별로 경제 52개, 사회교육문화 24개, 외교통일안보 54개, 정무법무행정 17개, 경쟁력강화 8개 등 155개였다.

인수위는 이 자리에서 이명박 정부의 시대정신으로 ‘발전과 통합’을, 국가비전으로 ‘선진화를 통한 세계 일류국가’, 국정철학으로 ‘화합적 자유주의’, 행동규범으로 ‘창조적 실용주의’ 등을 제시했다

‘신(新)발전체제’라는 국정 목표 아래 ▲알뜰하고 유능한 정부 ▲활기차고 열린 시장 ▲능동적 복지와 고(高) 신뢰사회 ▲인재대국을 지향하는 평생학습국가 ▲글로벌 코리아의 실현 등 ‘5대 국정지표’를 보고하기도 했다.

이 와중에 현행 18개 부처를 12개에서 15개 정도로 대폭 축소한다는 안이 언론을 통해 ‘솔솔’ 새어나오면서 공직사회가 바짝 긴장하기 시작했다. 지난 16일 인수위가 대대적인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우려는 현실로 드러났다.

인수위는 이날 현행 18부4처18청10위원회인 중앙 행정조직을 13부2처17청5위원회로 축소하기로 했다. 통폐합 결정이 난 통일부, 해양수산부, 정보통신부, 여성부, 과학기술부 등 5부는 울상이 됐다.

재정경제부는 경제정책·세제 등 정책이 기획예산처로 통합되면서 ‘기획재정부’로, 금융정책은 신설되는 ‘금융위원회’에 이관되는 방향으로 재편됐다.

산업자원부는 정보통신부의 IT 산업정책, 과학기술부의 산업기술정책, 문화관광부의 방송산업진흥 기능을 통합해 ‘지식경제부’로 조정됐다.

농림부는 해양수산부와 보건복지부의 일부 기능이 통합돼 ‘농수산식품부’로 확대됐지만 농촌진흥청은 정부 출연연구기관으로 전환되면서 사실상 폐지됐다.

건설교통부는 해양수산부의 일부 기능과 농림부 소속 산림청, 행자부 일부 기능이 이관되면서 ‘국토해양부’로 바뀌었다. 교육부는 핵심 규제 기능을 민간에 넘기는 대신 과학기술부와 산업자원부의 일부 기능이 합쳐져서 ‘인재과학부’로 조정됐다.

보건복지부는 여성가족부와 통합돼 ‘보건복지여성부’로 확대됐으며, 행정자치부는 중앙인사위원회의 인사제도와 운영기능 등을 이관받아 ‘행정안전부’로 개편됐다. 통일부는 외교통상부와 통합되면서 ‘외교통일부’가 되면서 사실상 폐지됐다.

청와대와 총리실도 ‘조직 슬림화’ 광풍을 비켜가진 못했다. 현행 4실10수석 체제인 청와대는 1실1처7수석 체제로 축소되고 무임소 특임장관 2명이 신설됐다.

비대한 조직의 군살을 ‘쏙’ 빼겠다는 이 당선인의 의지를 반영한 결과 대통령비서실과 대통령경호실은 ‘대통령실’로 통합됐다.

기존 비서실의 비서실장-정책실장-외교통일안보실장을 ‘대통령실장’으로 통합하는 등 대통령실 정원을 20% 감축하고 대통령실장 산하에 경제 외교안보 국정기획 정무 인재과학 수석 등 7개 수석을 두기로 했다.

인수위는 기존의 12개 국정과제위원회도 대부분 폐지하고 일부는 유관부처로 이관하기로 했다. 행복도시건설위원회는 국토해양부, FTA 국내대책위원회는 기획재정부로 각각 이관된다.

인수위의 ‘고속 질주’에 소외감을 느낀 한나라당이 섭섭한 속내를 드러내자 당-인수위 간 실무협력기구를 설치하는 등 ‘정치권 달래기’ 작업도 병행했다.

이 당선인도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와의 회동에서 “당과 인수위가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며 그간의 오해를 불식시키고자 했다. 차기 정부의 국정과제가 원활하게 수행되려면 총선 압승은 물론 당과의 협력 체계 구축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당선인이냐 당선자냐 말이 많았던 것도 인수위 측을 곤혹스럽게 했다.

인수위 측은 당초 “’당선인’이라고 불러 달라”고 언론에 요청했지만 헌법재판소 측에서 “헌법에 따르면 ‘당선자’가 맞다”고 반박하자 난색을 표하면서도 “당분간은 ‘당선인’으로 하겠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내놨다.

청와대와의 ‘껄끄러운 관계’도 인수위를 압박했다. 이 당선인이 노무현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전임자를 예우하는 아름다운 전통을 만들겠다”고 밝혔지만 참여정부의 정책과 반대로 가는 인수위에 대한 노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는 누그러지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줄곧 “인수위는 호통 치는 곳이 아니다”라며 업무보고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한편, 정부조직 개편안을 정면 비판하는 등 인수위의 질주에 제동을 걸어왔다.

인수위는 노 대통령의 비판에 일단 ‘무대응’으로 일관하다가 인수위가 발표한 ‘광역경제권 5+2 구상’은 참여정부의 작품이라며 표절 의혹을 제기하자 “광역경제권은 결코 현 정권의 전매특허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앞서 인수위는 전국을 5대 광역경제권(수도권 충청권 호남권 대경권 동남권)과 2대 특별광역경제권(강원권 제주특별자치도)으로 나눠 지역발전을 추진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창조적 광역발전’ 전략을 발표한 터였다.

공직사회에 대한 이 당선인의 뿌리 깊은 불신이 인수위에 전이된 것도 특기할 만하다.

이 당선인은 ‘대불공단 전봇대’ 발언으로 적대적인 공무원관을 드러냈으며, 당선인의 최측근이자 인수위 정무분과 간사인 진수희 의원도 이미 중앙인사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공무원은 철밥통이라는 국민들의 인식은 인사행정에 많은 과제를 남기고 있다”며 공무원들을 정조준한 바 있다.

외국인도 공무원 임용을 허용하겠다는 등 파격적인 밑그림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농촌진흥청 폐지 문제와 더불어 통폐합 부처들의 반발을 어떻게 무마하느냐는 인수위 및 차기정부의 숙제로 남게 됐다.

정부조직 개편안 및 조각 작업으로 인한 인사청문회의 순조로운 국회 통과도 인수위 측에 부담으로 남게 된 가운데 남은 한달 동안 인수위가 어떤 식으로 대한민국 개혁에 앞장설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응일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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