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양자 회동으로 인해 내년 4월 총선 출마자들의 공천 문제를 둘러싼 한나라당내 갈등 기류가 진정국면으로 접어 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공천시점’을 둘러싼 두 사람의 견해차로 인해 언제 다시 갈등이 폭발할지 알 수 없게 됐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 박 전 대표는 이날 언론에 공개된 회동 모두에서 원칙에 기초한 공정한 공천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정면으로 문제제기를 시도했고, 이 당선자도 동감을 표시하긴 했지만 이후 비공개 부분에서 완전한 의견일치를 봤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공천문제에 관해 두 사람이 갈등요인을 완전히 털어내지 못했기 때문에 회담내용이 비밀에 부쳐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예상했던 대로 4개월여 만에 만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 박근혜 전 대표의 화두는 역시 '공천'이었다.
두 사람은 오는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도록 협력하자는 데는 인식을 같이 했지만 최근 당내 갈등 요소로 표면화된 공천 문제에 대해서는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이날 회동은 특히 이 당선자가 언급한 '희생'이란 단어를 둘러싸고 친박(親朴)계 의원들이 예민한 반응을 보이면서 박 전 대표가 활발한 정치 행보를 딛고 있는 때에 마련된 터라 더욱 주목받았다.
박 전 대표는 이 당선자의 대선 승리로 10년 만의 정권교체가 이뤄진 점을 언급하면서 ""선택을 받기까지 국민들에게 굉장히 많은 약속을 했으니 더 큰 책임감을 갖고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운을 뗐다.
그러자 이 당선자는 ""긴 시간 동안 반성을 하고 오랫동안 애썼다""면서 ""사실은 2004년에도 (한나라당이) 공천 개혁을 진짜 제대로 했다""고 말을 받았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 가결을 둘러싸고 국민적인 지탄을 받던 한나라당이 최대 위기에 처했을 때의 기억을 되돌린 것.
그러나 미묘한 시기인 만큼 이 당선자의 '공천 개혁' 언급에 대해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를 겨냥한 '기선 제압용'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묘한 기류가 흐르는 가운데 박 전 대표가 즉각 ""사실 공천 문제는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초석인데 거기서부터 삐걱거리고…""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자 이 당선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럼요. 내 생각도 똑같습니다""라고 받아쳤다.
이 당선자는 이어 ""국민들이 볼 때 '이 사람들이 밥 그릇 챙기나' 그렇게 볼 테니 (공천은) 아주 공정하게…""라며 ""국민들이 정치권에 바라는 게 있고 또 한나라당에 바라는 게 있지 않나""라고 강조했다.
정권교체를 이룬 마당에 총선을 앞두고 당내 지분 다툼이 불거지면 대국민 이미지가 안 좋아지지 않겠느냐는 명분을 내세운 것.
박 전 대표는 이에 ""(이제) 대통령이 됐으니 정치가 발전하도록 해 달라""며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갖고 계속 (정치가) 발전해 나가도록 해 달라""고 응수했다.
이 당선자가 과반수 의석 확보에 기여할 수 있는 인사들로 공천을 진행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반면, 박 전 대표는 '정치발전'이란 표현 아래 친박계 의원들의 공천 배제 가능성에 대한 불만을 녹여냈다.
40여분 간 진행된 이날 회동에서 이 당선자와 박 전 대표는 적어도 공천 문제에 관해서는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헤어졌다.
그간 이 당선자측은 내년 2월말 공천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고, 이에 대해 박 전 대표측은 ""우려했던 숙청 작업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이에 따라 당내 일각에서는 대선후보 경선 기간에 나타났던 친이(親李)-친박(親朴) 인사들간 극한 대립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양측이 공천시기 문제를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이 대통령 당선자 취임일(2월25일) 때문이다.
이 당선자의 핵심측근인 이방호 사무총장은 1월말께 공천심사위원회를 구성해 2월말께 공천을 완료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으며, 당선자 측근들의 좌장격인 이재오 전 최고위원 역시 비슷한 발언을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30일 시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당 선자 공신들은 대통령 취임 이후, 즉 이 당선자의 영향력이 크게 확대되는 시점에 공천을 실시함으로서 자신들의 뜻대로 공천권을 휘두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새 정부 출범을 위해 필요한 작업을 모두 마친 뒤 한 쪽(박근혜 진영)을 떼어 내려는 것 아니냐”고 강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실제 박 전 대표 측 인사들은 2월말 공천이 완료될 경우 자신들이 대거 `희생양'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박근혜 측 한 관계자는 “후보 등록에 임박해 공천을 함으로써 반대파를 힘 한번 못 쓰게 하고 쳐내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며 “그런 가능성에 대해 확신이 들 경우, 대거 이회창 신당으로 자리를 옮겨 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따라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 측과 이 전 총재 측이 손을 잡을 가능성을 배제 할 수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영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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