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 ‘즉각 사퇴’ 촉구
“실체와 범죄행위 만천하에 드러나”
시민단체 “한나라, 특검 수용을”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BBK 설립을 자랑한 동영상 공개로 대통합신당 등 각 정당은 물론 시민사회단체 등으로부터 사퇴압력에 시달리는 등 최대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이 이날 해명서를 발표했지만,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대통합신당=먼저 대통합민주신당은 16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한 대학교 강연에서 2000년 1월 BBK 설립 사실을 자인한 동영상 CD를 공개하고 이 후보의 사퇴를 촉구했다.
신당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2000년 10월17일 광운대학교 최고경영자 과정 특강에서 이 후보가 ‘BBK라는 투자자문회사를 설립했다’며 자신이 BBK를 설립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신당이 공개한 문제의 동영상에서 이 후보는 “내가 요즘 한국에 돌아와서 인터넷 금융회사를 창립했는데, 금년 1월에 BBK라는 투자자문회사를 설립하고 이제 거기 필요한 업무를 위해 사이버 증권회사를 설립하려고 정부에 (관련 서류를) 제출해서 며칠 전에 예비허가가 나왔다”며 “오늘 사실 MBC에서 인터뷰를 했는데 그 사람들이 내게 ‘요즘 기업구조, 대기업 구조조정을 하는데 대기업 출신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더라. 그래서 내가 (BBK 설립 상황을 설명하면서) 대답을 이렇게 했다”고 말했다.
이명박 후보는 “MBC 방송에 나갈 거니까”라며 “미국에서 1년 반 동안 있으면서 21세기에 맞는 인터넷 금융그룹을 만들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또 “어제 신문에 ‘(이명박이) 증권회사를 만든다’고 나왔다. 금융감독원에서 뭐라고 하냐면, ‘수지가 어떻게 되겠느냐. 이익이 날 지 연도별로 뽑으라’고 하길래 ‘우리는 첫년도부터 이익이 난다’는 계획을 넣었다. 내가 하려고 하는 것은 종합금융회사에서 이익을 낼 수 있는 수익모델, 새로운 수익모델로 첫 해 부터 (수익을) 내려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그는 “새로운 금융기술을 한국 금융계에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다. BBK 투자자문회사는 금년에 시작했지만 이미 9월 말로 28.8%의 이익이 났다. 첫 해지만 바로 이익이 났고, 금년에 허가가 나오면 1월1일부터 영업을 하더라도 흑자가 날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에 대해 이해찬 공동선대위원장은 “동영상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이 사건은 선거를 떠나 앞으로 진위공방이 벌어지는 사건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 위원장은 “피의자들이 공포에 사로잡혀 있다. (그들이) 마지막 단계에서 우리 측에 동영상을 제공한 근본 원인은 ‘목숨을 살려 달라’는 호소다. 김경준씨도 마지막에 그런 위협감 때문에 우리 측 변호사들에게 인간적으로 매달리면서 의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나라당에서 동영상의 진위를 갖고 또 다시 ‘위조다 가짜다 협박범들의 자료다’라며 주장하고 있는데, 분명히 말하지만 오늘 새벽 내내 내가 직접 (동영상을) 면밀히 검토했다”며 “이 자료는 광운대학교 최고경영자과정 서버를 관리하는 회사의 대표가 제공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금실 공동선대위원장도 “우리 국민이 피땀을 흘려서 민주주의라는 성과를 이뤘는데 이제와서 (또 다시) 민주주의를 이야기해야 하나 싶어서 참담하다”며 “21세 미래로 가는 시점에서 자유민주주의가 다시 위협을 받고 있는데, 국민들의 기본권을 위해 합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대철 공동선대위원장은 “새로운 증거가 나왔으니까 검찰이 재수사하는 것이 제일 현명한 것인데 그게 되겠느냐”며 “그러니까 특검을 하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근태 공동선대위원장은 “민주주의는 규탄해야 할 때 규탄할 수 있고 분노해야 할 때 분노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 후보가) 진정 정치지도자라면 사실을 깨끗이 인정하고 국민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신국환 공동선대위원장은 “우리가 선진국으로 우뚝 서는데 꼭 필요한 게 지도자의 정직함과 도덕성”이라며 “국민들이 진실 위에서 신성한 주권을 행사해서 선진국 대통령을 뽑을 진정한 기회가 왔다”고 말했다.
이회창 후보 측 김정술 변호사는 동영상 CD에 대해 제보받았던 과정을 설명하면서 “(그동안) 우리 국민이 최면술에 걸린 것 같았는데 이 일로 인해 최면 상태에서 깨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시민사회단체도 이명박 후보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날 부패정치세력 집권저지와 민주대연합을 위한 비상시국회의,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한 종교인협의회 등도 “마침내 이명박 후보의 실체, 이 후보가 저지른 BBK 주가조작 사건의 범죄행위가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거짓말쟁이 이명박 후보는 국민 앞에 사죄하고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대통령이 되더라도 BBK와 관련된 문제가 있다면 대통령직을 걸고 책임지겠다’던 (이 후보의) 공언처럼 이제 이 후보는 모든 책임을 지고 대통령직을 사퇴해야 한다”며 “진실을 묻어 버리고 국민을 속이려 했던 이 후보와 한나라당을 반드시 심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검찰이 저지른 진실 은폐와 조작수사의 실체도 백일하에 드러났다”며 “이제 검찰은 부패한 권력과 야합하여 진실을 생매장하려 했던 자신의 범죄적 행위를 자백하고 국민의 심판을 달게 받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들은 “국회는 BBK 주가조작사건의 은폐된 진실을 남김 없이 밝혀낼 특검법을 즉각 통과시켜야 한다”며 “한나라당은 더 이상 진실을 억압하지 말고 특검법 처리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동익 민족의화해와통일을위한종교인협의회 대표는 “이번 동영상을 보며 검찰이 이렇게까지 엉터리 수사를 했나 싶어서 경악했다”며 “부정부패를 일삼는 그런 후보는 지도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시민사회단체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한나라당 긴급 해명=한나라당은 전날 대통합민주신당이 공개한 BBK 동영상과 관련, “정동영 후보와 정봉주 의원, 신당 관계자들이 협박범들과 거래를 하고 공모했는지는 전화 통화 내역을 비롯해 철저한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형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논평을 내고 “어제 잡힌 공갈범은 정동영 후보측에 30억원을 요구했고, 정동영 후보와도 직접 통화를 했으며, 정봉주 의원이 30억원 플러스 알파를 주겠다고 협박범을 회유했다고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정봉주 의원은 의원직을 걸고 언제 어디서 협박범들과 몇 차례 통화하고 접촉했으며 대화내용이 무엇인지 즉각 밝혀야 한다”면서 “정동영 후보도 협박범과 통화했는지 여부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후보가 “2000년 1월 BBK를 설립했다”고 언급한 동영상에 대해서는 “동영상에 나온 내용은 전혀 새로운 사실이 없다”며 “새로운 수익 모델을 갖는 금융 사업을 소개하면서 복잡한 사업들을 일일이 구분해서 설명하지 않고 동업자를 홍보하는 과정에서 나온 부정확한 표현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사건의 경위=앞서 서울 마포경찰서는 “이명박 후보와 BBK의 관계를 입증하는 동영상이 있다”며 대통합민주신당, 한나라당, 무소속 이회창 후보 측 등에 수십억원을 요구한 김 모(54)씨 등 인터넷 서버회사 직원 3명을 공갈협박 혐의로 붙잡아 조사 중이다.
이와 관련 신당 클린선거대책위원회는 한나라당 측에 문제의 동영상을 팔려고 접근했다가 경찰에 체포된 김 모씨와 여 모씨 등에게서 동영상 진위 여부를 확인한 경위를 설명했다.
클린선대위는 이날 오전 보도자료를 내고 “어제 오후 7시에 한나라당 박 모 공보특보와 마포구 서교호텔에서 만나 45분 간 면담을 했던 김씨와 여씨가 잠복 중인 경찰에게 체포됐다”며 “오후 9시30분에 정청래 박영선 의원 등이 마포구 홍익지구대에서 이들에게 (동영상 CD에) ‘내가 BBK를 설립했다’는 내용이 있다는 진술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클린선대위는 “김 모씨의 요청에 따라 당시 지구대에 있던 우리 측 변호사 임내현 정성호 본부장을 김씨의 변호사로 선임키로 했다”며 “당시 여 모씨가 ‘시끄러워지는 것이 겁이 났고, 소문이 나서 살해위협을 느꼈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영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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