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11일 오전 11시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정치 검찰 회귀 규탄 및 BBK 사건 재수사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국회에서는 BBK 특검법을 저지하기 위해 한나라당이 국회 본회의 '실력 저지'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소속 의원들이 이를 기피하려는 기색이 역력하게 나타나고 있다.
앞서 전날에는 기자협회가 <오보인가, 사실보도인가. 해당 언론사, 분명히 밝혀라>는 성명을 내고, 검찰과 언론사들을 압박하기도 했다.
특히 고기가 물 만난 격인 된 이회창 후보 진영은 이를 계기로 ‘노명박’ 의혹을 강력 제기하고 있는 상태다.
◇시민단체 반발= 이날 30여 명의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은 '정치검찰 규탄한다', '떡검찰 물러가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었으며, 전국 197개 시민사회단체들이 기자회견에 연명으로 참여했다.
민만기 녹색교통운동 사무처장은 ""대선이 임박한 상황에 시민사회단체가 정치 공방에 개입될까 주저했지만 국민적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사를 서둘러 종결시킨 검찰을 묵인할 수 없었다""며 기자회견에 참여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천준호 KYC 공동대표도 ""폭등하는 사교육비와 주택비에 고통 받는 서민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정책 경쟁이 있는 대선을 원했지만 비리 의혹으로 얼룩져버린 대선에 실망했다""며 ""검찰이 이 상황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줄 것이라 믿었지만 여전히 의혹이 남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학영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은 ""권력기관이 진실을 호도해서는 안된다""며 ""국민들의 일반적인 상식으로도 이해할 수 있게 BBK사건을 재수사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은 검찰의 수사결과에 대해 ▲이명박 후보를 소환조사하지 않은 점 ▲김경준과 이명박 후보의 실질적 관계에 대한 명확한 결론이 없는 점 ▲이명박 후보의 명함과 인터뷰에 대한 조사 없이 수사를 종결한 점 ▲'검찰이 자신을 회유 협박했다'는 김경준의 주장에 대해 녹음 · 녹화 자료나 수사기록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점 등 총 4가지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이들은 “검찰이 수사 발표에서 ‘(이명박 후보의 것이라는)증거를 못 찾았다’, ""명함과 인터뷰 등에 대해서는 수사하지 않았다‘고 말할 정도로 전체적으로 수사가 미진한 상황에서 수사를 종결한 것은 서둘러 이 후보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이어 이들은 ""우리는 검찰총장까지 연루된 삼성 뇌물수수 의혹으로 위기에 처한 검찰이 당선이 유력한 대선후보의 혐의를 덮음으로써 검찰 조직을 살리려 했다는 세간의 의혹이 사실이 아니기 바란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특검법 저지 국회 파행= 한나라당 소속 3~40여명의 의원들이 11일 오후 대통합민주신당의 BBK 수사검사들에 대한 탄핵소추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국회 의장석을 점거중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이날 오후1시30분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했음에도 불구하고 참석 의원은 친이명박계를 중심으로 20여명에 불과할 정도로 저조했다.
역사에 오점을 남기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실제 심재철 원내수석부대표가 국회의장석을 접수하고 진수희·차명진 의원 등이 그 옆자리를 지키는 등 한나라당 의원들은 신당 의원들과의 '일전'을 기다리고 있으나, 당당한 모습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특히 한나라당은 임채정 국회의장이 당적은 없지만 열린우리당 출신이어서 특검·탄핵안 단독처리의 조건이 만들어지면 대통합신당 편을 들어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판단 대문에 전전긍긍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안상수 원내대표가 ""국회의장은 국회의 선례를 존중하고 입법권이 잘못 남용되지 않도록 국민과 역사 앞에 무거운 책임을 지고 있다""며 ""만일 본회의 보고를 강행할 경우에는 한나라당은 그야말로 온몸을 던져서 탄핵안 저지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한 것은 이 때문이다.
◇기자협회 성명 발표= 앞서 전날에는 기자협회가 작심한 듯 성명서를 발표했다.
협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최근 이명박 대통령후보에 대한 보도행태를 보면, 언론이 언론이기를 포기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진실추구를 해야 할 언론이 진실을 캐기는커녕 오히려 덮어두려 하기 때문”이라고 강하게 질책했다.
협회는 “몇 년 전에는 ‘내가 BBK 대주주이자 경영진’이라는 이명박 씨의 발언을 만천하에 알려놓고, 이제와서는 ‘나는 BBK와 관련없다’는 이 씨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 적고 있다”면서 “게다가 검찰 수사결과를 보도자료 삼아 앞장서서 ‘면죄부’를 내주고 있다. 부끄러운 우리 언론의 자화상”이라고 한탄했다.
기자협회에 따르면 중앙일보는 2000년 10월 14일자에서 “LKe 뱅크가 이미 설립돼 있으며 그 아래 종합자산관리 전문회사인 BBK란 자회사도 영업 중에 있다. 물론 이들 회사에서 이(명박) 전의원은 대주주로서 경영에도 참여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 기사는 이명박 씨가 BBK의 대주주이고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는 이명박 씨의 발언을 그대로 옮겨 실었다.
이틀 뒤 중앙일보는 또 이 씨의 발언이라며 “이미 새로운 금융상품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LKe뱅크와 자산관리 회사인 BBK를 창업한 바 있다”고 인용해 보도했다.
같은 날 동아일보는 “이(명박) 대표가 꼽는 흑자비법은 아비트리지(차익) 거래. 미국계 살로먼스미니바니에서 99년 초 연 수익률 120% 대를 기록한 김경준 BBK 투자자문사장(34)을 영입했다. <중략> ‘김사장은 지난해 BBK 설립 이후 한국 증시의 주가가 60% 빠질 때 아비트리지 거래로 28.8%의 수익률을 냈다’고 소개하면서 연방 김사장의 어깨를 토닥였다”고 보도했다. 경영수완 자랑하는 경영자 모습의 이 후보 행동거지 하나하나를 상세히 기록한 것이다.
중앙 이코노미스트는 “이 3각 축(LKe뱅크, BBK, EBK)이 내 포부를 달성시키는 산실이죠(2000년 10월 31일 보도)”라며 이명박씨의 발언을 인용보도했다.
월간중앙은 “지난해 초 벌써 BBK라는 투자자문회사를 설립해 펀드를 묻고 있는 상태입니다(2000년3월호)”라고 기록해 놓았다.
BBK 투자회사 심텍이 2001년 11월 이명박과 김경준을 사기죄로 고소한 이후 보도에서 머니투데이(2001.11.6)는 김경준 씨와 알게 된 경위에 대해 “미국에서 돌아와 지난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회사인 e-뱅크코리아(EBK)를 설립할 당시 김경준이 지분을 출자하면서 알았다”는 이명박 씨 발언을 인용 하면서 “BBK자료에 따르면 이 전회장과 김 전대표는 각각 BBK회장과 사장으로 명기돼 있다”고 밝혔다.
2000년 11월 당시 문화방송 박영선 기자(현 대통합민주신당 국회의원)는 BBK회장실에서 이 씨를 인터뷰까지 했다.
이에 대해 기자협회는 “검찰의 발표대로 이명박 씨가 BBK의 실소유주라는 근거가 없다면 당시 언론들의 이러한 보도는 죄다 ‘오보’인 셈이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모조리 꿀 먹은 벙어리다. 검찰 수사결과만 나발 불기 바쁘니 자기 입으로 ‘오보’라고 외치고 있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자협회는 “이명박 후보의 ‘도곡동 땅 처남 명의 은닉’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서도 세계일보(93.3.27)를 비롯해 한국일보(93.9.17), 국민일보(93.3.24)등이 보도한 바 있다”며 “언론들의 이명박 후보에 대한 과거 보도는 이번 대선의 유력 후보를 검증하는 중요한 자료다. 과거 보도에 대해서, 언론은 검찰의 수사발표와 무관하게 사실여부를 밝힐 의무가 있고, 그 보도를 접했던 독자와 시청자, 유권자들은 사실을 알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기자협회는 “과거에 했던 보도가 오보인가, 사실 보도인가. 보도 기자와 언론사는 사실이면 사실이다, 아니면 아니라고 분명히 밝혀야 한다”며 “그것이 추락할 대로 추락한 언론 신뢰도를 그나마 끌어 올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회창 후보 측의 공세= 이회창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류근찬 대변인은 “'노명박' 커넥션의 진상을 밝히라”며 공세의 고삐를 바짝 당겼다.
이 후보측은 “검찰의 BBK 수사결과에 '노명박' 커넥션이 깊이 연관돼 있다는 설이 국민들 사이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며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최소한 이 후보 쪽에서는 분명 '노명박' 커넥션을 성사시키기 위한 시도가 있었다. 정동영 후보 쪽의 '노무현 정부-이명박 후보 빅딜설'에 힘을 싣는 이유”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류대변인은 “조그만 사안에서도 훈수를 들어 수사의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려 한다는 오해를 샀던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적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BBK 수사결과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는 처신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더욱이 종전까지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는 것에 대해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던 노 대통령이었기에 그 의심의 농도는 더욱 짙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 리 없다. 더 이상의 흉흉한 소문으로 국론이 분열되지 않도록 청와대가 나설 때다. 무조건 발뺌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며 “노 대통령이 앞장서 '노명박' 커넥션의 정확한 진상을 파헤칠 것을 강력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혜연 대변인은 ""BBK 수사결과 발표 이후 `이대로 앉아있다가는 안되겠다'는 지지세력의 결집이 어제부터 이어지고 있다""면서 ""남은 기간 지지선언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며 이는 결국 지지율의 제고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출했다.
이영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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