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은 13일 오전 부산 누리마루 APEC하우스에서 열린 ‘2007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 개회식’에 참석, 기조연설을 통해 “평화협정이 체결된 후에 선언을 하는 것은 그저 축배를 들자는 것 외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노 대통령은 북한 핵실험 등 과거 한반도 위기가 고조됐던 과정에서의 참여정부 남북교류협력 방침의 배경을 상세히 설명하고 “남북대화가 6자회담의 성공을 촉진하고, 6자회담은 남북대화를 진전시키는 선순환의 관계에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는 사안 중 하나가 4자 정상선언”이라면서 “선언을 하자는 이유는 한반도 평화체제 형성을 보다 확실한 흐름으로 굳혀 북한이 조속히 핵 폐기를 이행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종전선언이라는 명칭을 두고 그것은 평화협정의 끝에 하는 것이므로 협정 이전에 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논란이 있다”면서 “한반도에서의 전쟁 종식과 평화 구축을 위한 정상선언이라면 그 명칭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노 대통령은 통일비용 문제를 언급하고 “한반도에는 통일비용이 없다”며 “왜냐하면 통일의 과정이 독일과 같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우리는 오랜 시간을 두고 북한 경제가 상당한 수준에 이를 때까지 정부지원과 민간투자를 병행해 나가게 될 것”이라고 확인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우리 경제는 또 한 번 도약의 기회를 맞게 될 것”이라면서 “북한은 우리에게 위험의 땅이 아니라 기회의 땅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일각에서 비판하고 있는 ‘부담스런 일방적 퍼주기’ 주장에 대해 노 대통령은 “정부지원은 일방적인 비용이기는 하지만 그 규모가 우리 경제에 부담이 되는 수준은 아닐 것”이라면서 “멀리보면 국내 인프라 투자와 마찬가지로 남북경제 모두의 발전에 기여하고 이익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반박했다.
노 대통령은 또 동북아 평화안정과 관련해 “중국은 대국답게, 일본은 세계일류국가를 지향하는 나라로서 평화와 공존의 질서를 이끌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노 대통령은 “(양국은)동북아 대결구도를 해소하고 평화를 이끌어나갈 분명한 비전과 구체적이고 책임있는 방
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과 일본의 마음가짐”이라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경제와 사회·문화 모든 영역에서 상호 교류와 협력·상호 의존이 깊어지고 있다”며 “통합의 질서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그러나 한편으로는 서로를 경계하여 군비를 강화하고 있다”면서 “나아가서는 역사인식에 있어 국수주의적인 경향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노 대통령은 “이러한 경향은 서로에 대한 경계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한 뒤 “경계심이 위협에 대한 착
오에서 비롯된 것이라 말하고 싶다. 지난날의 역사를 보면 침략·점령·지배의 역사가 되풀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세상은 달라졌다. 더 이상 점령과 지배가 가능하지 않은 시대로 들어서 버렸다”고 평가한
뒤 “일시적으로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는 모르나 점령은 불가능하고 지배는 더더욱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
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 동북아 평화안정에 있어 미국의 역할도 언급하고 “미국도 빼놓을 수 없는 당사자다.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며 “6자회담이 성공하면 미국은 동북아시아를 평화와 번영의 공동체로 만드는데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 대통령은 “이제 한국은 동북아에 새로운 질서를 여는데 주도적으로 참여할 준비와 역량을 갖추고 있다”면서 “이 지역의 갈등과 불신을 풀 수 있는 도덕적 명분도 갖고 있다”고 역설했다.
노 대통령은 북·미 관계에 대해서도 자신의 분석을 비교적 솔직하게 밝혔다.
노 대통령은 “(북한과 미국이)실제 이상으로 상대방을 불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불신이 너무 깊어 어느 쪽도 설득할 방법이 없다”면서 “다만 쌍방의 처지가 같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북한과 미국은 핵포기와 안전보장·관계정상화라는 큰 틀에는 이미 합의했다”며 “그러나 아직도 남은 문제가 있고 이행의 순서에 관해서는 이견이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서로 상대방이 할 일을 먼저 약속하고 이행하라는 것이다. 서로 상대방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라며 “한 쪽이 먼저 약속하고 이행을 해버렸는데 상대방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곤란에 빠진다는 것”
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평화체제와 핵포기’의 상관관계의 경우 “두 가지 모두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어서 어느 한쪽을 먼저 끝내고 다른 한쪽을 시작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이치로 보아 북핵 문제는 정전체제와 관련된 것이기에 두 가지는 따로 갈 수 없는 문제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두 가지는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그리고 종착점에서 만나야 한다”며 “순서를 가지고 싸우다가 대화를 깨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대화말고는 방법이 없다. 북한의 핵 포기 의사는 확실하다”면서 “북한을 응징하거나 굴복시키려고 하지 않는다면 대화에 의한 해결은 가능한 일이다”고 내다봤다.
노 대통령은 동북아 문제의 핵심으로 북핵을 꼽고 이의 해결을 위해 ‘대화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음’을 역설했다.
노 대통령은 “북한 붕괴 가능성을 말한 사람들이 있다”며 “그러나 이것은 근거없는 기대에 지나지 않는다. 만일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그것은 전쟁 이상의 큰 재앙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노 대통령은 “그 재앙은 고스란히 한국의 부담이 될 것”이라면서 “정말 위험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며 대화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한편 이날 개회식에는 학계·언론계 인사, 부산지역 인사 등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약 40여분간 진행됐다.
/김응일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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