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출마설과 관련, 한나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이해득실을 놓고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이 전 총재의 출마가 결국 한나라당 지지표를 분열시켜, 정권교체를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비판론과 ‘11월 이명박 위기설’이 나도는 상황에서 안전장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긍정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
당내 지도부와 이명박 선대위 관계자들은 비판론에 무게를 싣고 있는 반면, 이회창 지지그룹과 박근혜 전 대표 지지 그룹에서는 긍정론이 흘러나오고 있다.
현재 비판론보다는 긍정론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실제로 이 전 총재 출마는 한나라당에 득이 되면 됐지 결코 해가 되지는 않는다는 출마 당위성이 일반 당원들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특히 29일 이재오 최고위원의 언론 인터뷰 내용으로 촉발된 당 지도부간 내홍도 이 전 총재 출마는 이미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출마설 탄력 받나?=유승민 의원이 30일 이명박 후보의 측근인 이재오 최고위원을 향해 “이재오 최고위원이야말로 당 화합의 걸림돌”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를 두고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정황이라는 견해가 나오기도 한다.
유 의원은 이날 “경선 직후 ‘반성부터 해야 한다’고 망언을 했던 이재오 최고위원이 또 망언을 했다”며 “이재오 최고위원과 같은 분열주의자, 반민주적 독선가야말로 당 화합의 최대의 걸림돌이며 정권교체에 아무 도움이 안되는 사람이라는 점을 본인 스스로 뼈저리게 자각해야 할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유 의원은 이명박 후보를 향해 “당 화합과 정권교체에 방해가 되는 이재오 최고위원에 대해서 대선후보가 직접 나서서 엄중한 가시적 조치를 취하는 것만이 당 화합의 첫 걸음이 될 것”이라며 “만일 가시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그동안 이 후보께서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해 온 화합의 진정성이 없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의 이같은 비판은 이명박 후보와 이재오 최고위원의 잘못으로 인해 이 전 총재 출마가 가시화될 수 있는 점을 우회적으로 시사한 것으로 풀이돼 주목된다.
이 총재의 측근인 서상목 전 의원도 같은 날 이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보탰다.
서상목 전 의원은 “선거전에 들어가면 박근혜 전 대표 경우처럼 후보의 신변 보호도 장담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보수진영도 선거 기간 비정상적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전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보수 진영에는 후보가 한명 밖에 없다는 불안감 때문에 두명 이상의 후보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그래야 이명박 후보를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 전 의원은 이어 “지난 두 번의 대선도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결정됐다”면서 “보수 진영도 비정상적 상황에 대해 뭔가 준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오히려 이회창 출마가 정권교체를 위해 필요한 ‘꽃놀이패’라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한나라당 지지성향의 한 논객은 “현재 상황에서 이회창이 출마한다면 이것은 ‘이명박과의 후보단일화’ 혹은 ‘이명박 낙마’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며 “앞으로 범여권은 지지율 올라갈 일만 남았고, 이명박은 지지율 떨어질 일만 남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그는 구체적으로 “현재 한나라당 입장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명박이 범여권과 검찰이 연이어 터뜨리는 ‘검증 폭탄’을 맞고 지지율이 끊임없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12월19일을 맞이하는 것”이라며 “대다수의 정치평론가들이 이명박의 지지율이 45% 수준까지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한나라당 입장에서 김경준이 들어와서 제 아무리 ‘폭탄선언’을 한다고 하더라도 이회창이라는 또 한명의 선수가 링 위에 올라가있으면 곧바로 후보교체 혹은 후보단일화를 통해 수비 국면을 손쉽게 벗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출마견제 압박=그러나 당 지도부는 이 전 총재의 출마를 견제하며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한나라당 서울지역 공동선대위원장인 맹형규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누가 이회창 전 총재를 욕되게 하는가’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 전 총재가 출마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이 전 총재가 실제 선거에 나와 한나라당 지지층을 분열시키고 한나라당이 집권하지 못하는 것은 신당이 꼽는 최고의 시나리오”라고 지적했다.
이어 맹 의원은 “이 전 총재는 두 번이나 한나라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했고 본인이 이루지 못한 정권교체의 꿈을 이루기 위해 묵묵히 원로의 길을 가고 있는 분”이라며 “이 전 총재가 무소속으로 출마해 한나라당이 분열될 것이라는 것은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으려는 자들의 요행심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선대위 고문을 맡고 있는 박희태 의원도 같은 날 오전 SBS 라디오 ‘백지연의 SBS 전망대’에 출연해 이 전 총재의 출마설과 관련, “이 전 총재가 국민의 뜻을 누구보다 무게 있게 받아들이는 분”이라며 “대다수 국민의 뜻이 무엇인지 통찰하고 있는 선상에서 훌륭한 행보를 하지 않겠느냐”고 잘라 말했다.
이방호 원내대표도 “그분(이회창 전 총재)은 명예가 있는 분이어서 주변 소인배들이 꼬드기겠지만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세간의 ‘출마설’을 일축했다.
이 원내대표는 또 “지지율 급락이나 유고시 대비해 (이 전 총재)예비후보 등록한다는 얘기 하지만 그 말 자체가 너무 잔인한 것”이라며 “훌륭한 분이니 출마안할 것이고 (이)후보도 크게 걱정 않고 당에서도 의연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재오 최고위원과 이상득 부의장도 이회창 전 총재를 만나는 등 출마설과 관련된 기류를 탐색하며 이 전 총재의 출마를 견제하는 움직임을 보인 바 있다.
특히 이재오 최고위원은 “이 후보의 지지율이 50%를 넘는 상황에서 한나라당 구성원이 방해를 해 당이 정권 교체에 실패한다면 그는 역사 앞에 죄를 짓는 것”이라며 “당의 구성원이라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명심해야 한다”는 경고로 경계심을 내비쳤다.
/이영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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