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방한때부터 호감
서신등 통해 친밀감 유지
작년엔 직접 찾아 뵙기도
일본은 한국에게 가깝지만 먼 나라이다. 아직 과거사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같은 거리감에도 불구하고 한 때 양 국의 ‘퍼스트레이디’였던 두 사람이 30년 동안 개인적으로 ‘우정’을 나눈 실제 이야기가 있다.
지난달 25일 취임한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신임 일본 총리 집안은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와 각별한 관계다. 일본 최초의 ‘부자(父子) 총리’가 된 후쿠다 총리 집안과 박 전 대표의 첫 인연은 후쿠다 총리의 아버지인 후쿠다 다케오(福田赴夫) 전 총리가 1977년 한국을 방문해 박정희 전 대통령과 회담을 하면서 시작된다.
당시 박 전 대표는 1974년 8월15일 문세광의 흉탄에 서거한 자신의 모친 육영수 여사를 대신해 후쿠다 다케오 전 총리의 부인인 후쿠다 미쯔에(福田三枝) 여사를 직접 영접한다. 자연스럽게 한·일 ‘퍼스트레이디’ 사이에서 대화가 오갔고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깊은 호감을 갖게 된다. 특히 후쿠다 미쯔에 여사가 박 전 대표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이 때부터 박 전 대표와 후쿠다 미쯔에 여사는 약 40년이라는 나이차를 뛰어넘는 ‘우정’을 꽃피우며 30여년간 서신이나 인편을 통해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지속적인 친밀감을 유지해왔다. 이들의 관계가 어느 정도로 각별한 지는 2006년 3월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대표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했을 당시 두 사람의 만남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당시 박 전 대표와 함께 일본을 방문한 이재춘 전 한나라당 국제위원장(전 러시아 대사)에 따르면 박 전 대표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淳一郞) 당시 총리 등 일본 정치계 주요인사들과의 만남으로 눈코뜰새 없이 바쁜 일정에도 불구, 후쿠다 미쯔에 여사의 자택을 직접 찾아뵐 수 있는가를 그녀의 아들이자 당시 유력한 정치인이었던 후쿠다 야스오 총리에게 묻는다.
하지만 후쿠다 야스오 총리와 후쿠다 미쯔에 여사는 처음에는 사양했다. 이유는 박 전 대표가 너무나도 바빠 시간을 내는 것이 무리라고 걱정했기 때문이다. 같은 정치인으로서 박 전 대표의 사정을 잘아는 후쿠다 야스오 총리는 차라리 자신들이 동경시내 호텔로 박 전 대표를 찾아뵙겠다는 뜻을 전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그런 방법은 예의에 어긋난다면서 직접 방문할 뜻을 거듭 전했고 이에후쿠다 야스오 총리도 이를 받아들여 박 전 대표는 도쿄(東京)시내 세다가야(世田谷)에 위치한 후쿠다 미쯔에 여사의 아파트를 당 대표가 아닌 개인 자격으로 방문해 1시간 가량 정겨운 시간을 보냈다.
당시 아파트에는 후쿠다 야스오 총리가 후쿠다 미쯔에 여사와 함께 박 전 대표를 기다리고 있었다. 후쿠다 미쯔에 여사는 당시 94세의 나이였음에도 기쁘게 박 전 대표를 맞이해 정담을 나눴다. 특히 후쿠다 야스오 총리는 자신의 아버지인 후쿠다 다케오 전 총리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아시아의 공동번영에 대해 긴밀하게 뜻을 같이한 점을 회상했다. 후쿠다 총리는 그러면서 박 전 대표에게 이러한 선대의 뜻을 받아들여 한·일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고 박 전 대표도 동감을 표시했다.
후쿠다 다케오 전 총리는 1970년대 소위 ‘후쿠다 독트린’을 발표해 아시아와의 관계, 그 중에서도 특히 한·일 관계가 소중함을 강조했다.
박 전 대표와 후쿠다 미쯔에 여사의 만남에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하나 더해진다. 박 전 대표가 어렵사리 짬을 내 후쿠다 여사 자택을 방문한 것이 외교적 ‘결례‘(?)를 초래하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두 사람이 만난 시간과 비슷한 시점에 일본 정계의 거물급인 모리 요시로(森喜郞) 전 총리가 주최한 만찬이 박 전 대표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가뜩이나 빡빡한 일정 속에서 박 전 대표는 후쿠다 여사와 정겨운 대화를 나누느라 이 자리에 30분 가량 늦게 도착했다. 박 전 대표는 솔직하게 후쿠다 전 총리의 미망인께서 살고 계신 아파트를 직접 찾아뵙고 오느라 늦었다고 양해를 구했다.
기사제휴 / 네이션코리아 윤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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