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후보마다 처한 상황이 다른 만큼 전략적 판단 속에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특히 한 후보가 다른 후보에게 세 번의 질문 기회가 주어진 상호토론에서 다른 후보에게 던진 질문을 통해 이러한 전략적 고려가 엿보였다.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손학규 후보는 상대 후보에 대한 공격보다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실패’에 따른 ‘범여권 대통합의 필연성’을 강조하는데 역점을 뒀다. ‘민주세력 적통성’ 논란에 대한 선공으로 풀이된다.
손 후보는 ‘민심 이반’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지지율 하락 원인”을 이해찬 후보에게 물었다. 또 분당 당시 민주당을 지킨 추미애 후보에게 “참여정부 탄생에 기여했는데도 국정에서 소외돼 야인생활을 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역시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어렵게 된 이유”에 대해 질문했다.
정동영 후보는 대북문제를 놓고 당내 경쟁자가 아닌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공격하는데 주력했다. 예비경선은 물론 본경선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는 한편 남북평화문제에 있어 한 발 앞서가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킨 것으로 보인다.
정 후보는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의 ‘정상회담 반대, 포용정책 폐기’ 주장을 비판하면서 “이러한 시대착오적, 친미종속적, 반민족적 입장을 어떻게 보느냐”고 천정배 후보에게 물었다. 추미애 후보에게는 ‘대통합’에 관해 질문하면서 “이명박 후보는 통일·외교·안보 분야에 아마추어임에 틀림없고 이 분야에 고민해본 흔적이 없다는 점에서 우리 후보들의 짐이 무겁다”고 말했다.
이해찬 후보는 지지율에서 앞서고 있는 손학규 정동영 두 후보를 공략했다. ‘비노(非盧)’ 후보들에게 맞서는 ‘친노(親盧)’ 후보 진영의 대표주자라는 점을 확실히 해둠으로써 자연스럽게 ‘3강 구도’를 형성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특히 손 후보에게 “90년 중반 복지부장관 시절 저출산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고 지적하는 한편, 부동산 정책과 관련, “1가구 2주택의 양도세 실효세율을 얼마로 알고 있느냐”고 묻는 등 공격적인 질문을 이어가 “기억이 없다”, “잘 모르겠다”는 답변을 얻어냈다. 정 후보에게는 ‘현행 대입 폐지와 국립교양대학 300개 신설’이라는 교육정책 공약에 문제를 제기하며 “실용적 직업교육을 받고 사회에 빨리 나오는 게 하는 것이 더 실효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앞선 세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지율이 낮은 다른 후보들도 5명으로 압축되는 예비경선 통과를 위해 전략적 선택에 나섰다.
남해 마을 이장 출신으로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내면서 지역분권을 강조해온 김두관 후보는 자신과 한명숙 후보를 제외한 모든 후보들이 서울대 출신임을 빗대 “서울대 동창회를 하는 느낌이다”고 뼈 있는 농담을 하면서 ‘학벌 타파와 능력위주 사회’를 강조했다. ‘동서연대 필승론’을 제기하면서는 ‘칭찬 한마디’를 정동영 후보에게 부탁하기도 했다.
천정배 후보는 손학규 후보를 겨냥해 “이명박 후보보다 더 반개혁적”이라며 “함께 앉아 토론하는 자체가 매우 자괴감 느끼게 한다”고 공세를 취한 후, 이해찬 후보에게는 “참여정부가 민생을 멍들게 하고 민주세력의 위기를 불러온 데 대해 용서를 구해야 할 위치에 있다”고 몰아세우며 자신의 ‘개혁 선명성’을 부각시켰다.
‘열린우리당 사수’를 주장하며 ‘흡수통합’에 반대했던 신기남 후보는 열린우리당 지지율 하락에 “두번에 걸쳐 당의장을 역임했고 당 운영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정동영 후보의 책임이 크다”며 “그런데 대통령과 당의 탓을 하면서 탈당을 했다”고 비판했다.
‘화합의 리더십’을 강조해온 한명숙 후보는 헌법 개정과 관련해 “차기 대통령의 임기 단축이 불가피한데 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답변해 달라”고 해 각 후보들의 ‘찬성’ 의견을 한데 모았다. 경선방식과 관련해서는 줄곧 주장해온 ‘모바일 경선’을 재 거론하기도 했다.
유시민 후보는 날선 공세보다 동조를 이끌어 내는 질문에 주력했다. 한명숙 후보에게 ‘전면적 모병제 전환’ 공약에 대한 의견을 물었고, 손학규 후보에게는 “당선되는 후보의 정책을 당의 기본 정책으로 하고 총선 때까지 6개월간 공천을 포함한 비상전권을 부여해 주자”고 제안했다.
민주당 출신인 추미애 후보는 “지금도 분당이 옳았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면 그 잘못을 인정하고 대통합의 자세를 보여서 마무리 지어야 한다고 보느냐”며 과거 민주당 분당 사태에 대한 ‘질타성 질문’을 이해찬 후보에게 했다. 여성 후보인 한명숙 후보와는 햇볕정책을 놓고 공방을 펼쳤다.
/홍종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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