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법안 ‘사학법’에 발목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7-06-27 20:3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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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대국민 담화 한나라서 국민연금법·로스쿨법등 볼모로 잡아

7월임시국회 소집해서라도 밀린법안 처리하길

姜대표 “입법책임 한나라·국민에 미루려는 궤변”


노무현 대통령은 “국회가 헌법을 존중하지 않고 대통령의 권한행사를 가로막는 현실을 접하면서 저는 우리 민주주의의 장래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27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에서 “이런 현실을 속수무책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대통령의 처지가 한심하고 부끄러울 뿐이다. 헌법이 무시되는 이 상황이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사람은 과연 누구인지 묻고 싶다”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헌법 81조는 ‘대통령은 국회에 출석하여 발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면서 “대통령의 국회연설은 국회의 허가사항이 아니라 헌법이 정한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당연히 국회가 일정을 잡아주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또 “지금 국회 상황을 보면 중요한 법안들의 처리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라며 “국회도 열심히 하고는 있겠지만 입법과제가 너무 많이 밀려 있다. 현재 232건의 정부제출 법률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공직부패수사처 설치법 등 6건의 법률은 2004년에 제출한 것이며 2005년에 제출한 로스쿨법 등 43건의 법안도 2년 가까이 지체되고 있다”면서 “지난해 제출한 정부조직법 등 101건 역시 해를 넘기고 있다. 상임위 심사를 끝내고 법사위에 계류 중인 법안만 해도 49건이나 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이렇게 많이 밀려있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국민연금법과 로스쿨법이 사학법의 볼모로 잡혀있다는 점”이라면서 “내용에 있어서 큰 이견이 없는데도, 아무 관련이 없는 사학법에 발목이 잡혀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 대통령은 “발목을 잡더라도 당의 노선이 달라서 정치적 쟁점이 있는 법안을 가지고 해야지, 반대도 없는 민생·개혁법안의 발목을 잡는 것은 국민의 이익보다 정략을 앞세우는 당리당략의 정치”라고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아울러 “정부가 추진하는 법안마다 발목이 잡혀 뒤늦게 통과되니 국정수행이 제대로 될 수가 없다”라며 “세계는 속도 경쟁의 시대입니다. 이렇게 해서야 우리나라가 어떻게 앞서갈 수가 있겠나”라고 되물었다.

노 대통령은 특히 “법안처리 지연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고,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규모는 계속 늘어나게 된다”면서 “국민연금만 해도 잠재 부채가 하루 800억원씩 쌓여 연간 30조원에 이르게 된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을 향해 “한나라당은 평소 국회 안에서나 밖에서나 거의 매일 민생을 얘기했다”면서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이라며 민생투어까지 벌이고 대통령이 무슨 말만 하면 민생이나 돌보라고 다그쳤다. 그리고 민생을 정략의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된다고 거듭 말해 왔다”고 포문을 열었다.

노 대통령은 이어 “그래 놓고 이처럼 중요한 민생법안 처리를 미루고 있는 것은 참으로 모순된 행동”이라면서 “아무리 정치가 정략적 동기를 배제할 수 없다 하더라도 이 정도에 이르면 도를 넘은 것”이라고 따졌다.

노 대통령은 “정치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무책임한 일”이라면서 “정쟁을 하더라도 할 일은 하면서 해야 한다. 모든 정책은 입법을 통해서 제도화된다. 국회가 법을 통과시켜 주지 않으면 정부는 일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국회가 책임있게 법안 처리에 임해 주시기를 바란다”며 “국민연금법과 사회보험료 통합징수법 그리고 임대주택법·정부조직법·로스쿨법·방송통신위원회 설립 관련 법·정치자금관련 법 등 지체되고 있는 개혁관련 법안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의원 여러분께 간곡히 당부드린다”면서 “며칠 남지 않은 6월 임시국회만이라도 입법안 처리에 최선을 다해 주시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노 대통령은 끝으로 “지금의 상황으로서는 열심히 하더라도 산적한 법안을 처리하는 데는 역부족일 것 같다”고 전망한 뒤 “2개월에 한 번씩 국회를 여는 관례에 얽매일 것이 아니라 7월 임시국회를 소집해서라도 밀린 법안은 처리해 주시기 바란다”고 거듭 촉구했다.

한나라당은 이같은 노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 대해 “국회의 입법권·자율권을 무시한다면 헌법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이어 국회마저 무시하는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재섭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회의 모두발언에서 “한나라당은 대통령이 국회에 와서 연설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거부한 바 있다”면서 “대통령이 국회에 나와 입법이 안 되는 이유를 한나라당과 국민에게 미루려 궤변을 늘어놓는 것을 참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이어 “한나라당은 대통령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이런 포부를 갖고 있다’라는 내용의 연설을 한다면 언제든지 환영”이라며 “하지만 연설이 대통령 자격으로 하는 것인지 개인자격으로 하는 것인지도 헷갈린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노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보고 한나라당도 공식적으로 이에 대한 기자회견이나 기자간담회를 통해 적절히 대응하겠다”라고 덧붙였다.

김형오 원내대표도 “노 대통령은 자신이 설정해놓은 레이더망에 포착되면 법이든 헌법기관이든 대선주자든 대학총장이든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공격하고 있다”면서 “한나라당을 표적으로 삼는다면 오늘 공격을 잘못된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노 대통령의 이날 담화는 오전 9시40분부터 15분간 방송 3사(KBS, MBC, SBS)와 YTN, MBN 등을 통해 전국에 생방송으로 중계됐다.

/김영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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