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감사, 탈원전 비판한 고위직들 좌천

전용혁 기자 / [email protected] / 기사승인 : 2022-01-13 11:4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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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유병호 국장, 감사 부서에서 배제 연구원장으로
한수원 이인식 본부장, 산하 방사선보건연구원으로 인사

[시민일보 = 전용혁 기자]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문제점을 원칙대로 감사하거나 비판 의견을 낸 감사원과 한국수력원자력 고위직 인사들이 좌천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13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의 감사를 맡았던 유병호 감사원 공공기관감사국장이 최근 감사 부서에서 배제돼 감사원 감사연구원장으로 인사조치 됐다.


정부의 탈 원전 정책의 부당성을 지적한 자료를 국회에 제출한 문제로 한국수력원자력 이인식 기획본부장도 한수원 산하 방사선보건연구원으로 전보됐다.


이에 대해 감사원 측은 “감사연구원장직은 좌천이 아니라 선임 국장급도 갈 수 있는 자리”라고 했지만, 유 국장이 차기 인사에서 타 감사 부서에서 계속 근무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는데도 이를 거부하고 연구직인 감사연구원장으로 전보 조치한 것은 보복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유 국장은 감사원 심의실장으로 있다가 2020년 4월 20일 공공기관감사국장에 임명됐다. 당시 최재형 감사원장은 국회 요구로 시작된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 감사가 2차례 법정 기한을 넘기면서도 감사위원회에서 ‘보류’ 처분을 받는 등 난항을 겪자 담당 국장을 유 국장으로 전격 교체했다.


월성 1호기 감사를 넘겨받은 유 국장은 그해 10월 20일 산업부 담당 국장 등에 대해 중징계 처분을 요구하고, 일부 산업부 공무원에 대해서는 공문서 삭제 등 증거인멸 혐의 등과 관련된 자료를 검찰에 이첩하고 감사를 마무리했다.


산업부 공무원들은 감사 과정에서 원전 조기 폐쇄 과정과 관련해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하다가 벌어진 일"이라며 혐의를 부인하면서 관련 공문서 수백 건을 삭제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한 바 있다.


그러나 유 국장은 포렌식으로 증거를 복구하며 감사를 강행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이 무리하게 이뤄졌다는 감사 결론을 내렸다.


당시 최재형 원장이 국회에 나와 “이렇게 심한 저항은 처음 봤다”고 할 정도로 악조건 상태에서 감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은 최 원장 신임 하에 이를 밀어붙였던 유 국장 덕분이란 게 감사원 내부 평가다.


유 국장의 전보조치를 두고 현 정권의 ‘탈원전’ 정책 기조를 거슬렀다는 ‘죄’로 좌천시켰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유 국장은 주변에 “공무원은 국민이 주는 봉급 값을 해야지 누구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탈원전 정책의 문제점을 반박한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한 한수원 이인식 기획본부장도 지난 7일 방사선보건원으로 인사 조치됐다.


한수원은 2017년 6월 문재인 대통령이 ‘고리 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에서 탈원전 정책의 정당성을 강조한 연설 내용을 반박하는 자료를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의 요청을 받아 제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의 정재훈 사장은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책임자였던 이 본부장을 인사 조치했다. 당시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야당 의원실을 통해 한수원의 탈원전 비판 의견서가 공개되자 직원들에게 크게 화를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인사에 대해 관가에선 “정권 코드에 맞추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는 인사” “앞으로 어느 공무원이 원칙대로 일하겠느냐”는 말들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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