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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팽창하는 가운데, 한국 자동차 산업은 전례 없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다. 전기차로의 전환은 단순한 기술의 변화가 아니라 국가와 국가가 맞붙는 생존 대항전이다. 최근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 11월 4일 발표한 ‘한국 전기차 수출 및 경쟁력 현황과 시사점’에 따르면, 세계 신차 판매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2.6%에서 2025년 25.0%로 약 10배 급증했으며, 2026년에는 29.0%에 이를 전망이다. 그러나 시장의 거대한 팽창과 역설적으로 한국산 전기차의 입지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빠르게 좁아지고 있다.
각종 무역 지표들은 이 험난한 전장에서 한국이 얼마나 치명적으로 밀려나고 있는지를 뼈아프게 증명한다. 굳건했던 국산 전기차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2019년 73.7%에서 2025년 57.0%로 하락했다. 방어선이 뚫린 안방보다 더욱 심각한 곳은 수출 전선이다. 한국의 글로벌 전기차 수출 점유율은 같은 기간 8.9%에서 4.6%로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수출경쟁력을 명확히 보여주는 현시비교우위지수(RCA)를 살펴보면, 한국은 2019년 3.02에서 2025년 1.48로 추락한 데 반해 중국은 0.19에서 1.49로 비약적으로 상승하며 결국 한국을 추월해 버렸다.
특히 수출과 수입의 특화 정도를 나타내는 무역특화지수(TSI)의 역전 현상은 위기감을 배가시킨다. 중국의 전기차 TSI는 2019년 –0.57의 수입 특화 상태에서 2025년 0.97의 강력한 ‘수출 특화국’으로 탈바꿈했지만, 한국은 2025년 0.50으로 떨어지며 ‘수출 특화도’가 눈에 띄게 약화되었다. 비전기차(내연기관차) 부문에서 한국이 높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 대비해 볼 때, 이러한 양극화 현상은 다가올 미래 자동차 시장의 패권을 중국에 고스란히 내어주고 있다는 명백한 경고다.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손자병법의 가르침처럼, 중국 전기차가 펼치는 맹렬한 공세의 본질을 냉정히 분석해야 한다. 중국산의 위력은 단순히 과거처럼 값싼 인건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2024년 한 해에만 무려 약 23조 원(약 175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정부 보조금이 중국 전기차 및 배터리 제조업에 투입되었다. 국가 주도의 든든한 실탄을 바탕으로 이들은 배터리 원자재부터 핵심 모터에 이르는 완벽에 가까운 수직계열화 생태계를 구축해 제조 원가를 바닥까지 끌어내렸다. 나아가 직관적이고 혁신적인 ‘사용자 경험(UX)’을 무기로 기존 내연기관 명차들의 기술적 권위마저 무색하게 만들며 우리의 안방과 글로벌시장을 동시에 잠식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의 분석대로 이러한 추세가 이어진다면 2030년에는 한국 전기차 수출액 중 2025년 전체 수출액의 14.7%에 해당하는 약 2조 2,000억 원(약 16억 1,400만 달러)이 중국산에 완전히 잠식당할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이러한 전방위적 공세 앞에서 우리는 ‘순망치한(脣亡齒寒)’의 절박한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 자동차 산업은 국가 경제를 떠받치는 기둥이다. 완성차 업체의 부진은 직간접 고용 규모만 150만 명에 달하는 수많은 중소 부품 협력업체와 지역 경제의 연쇄 도산으로 직결된다. 우리는 과거 사드(THAAD) 보복 논란 당시 현대차가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잃으며 현지 동반 진출했던 중소 협력업체들이 줄도산하고 막대한 피해를 입었던 역사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현재 전기차 충전기의 핵심 부품인 파워 모듈을 100% 중국산 수입에 의존하는 촌극에서 보듯, 한번 무너진 산업 생태계와 해외로 빠져나간 생산 설비는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도 다시 복구하기 어렵다.
결국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망양보뢰(亡羊補牢)’란 치둔(癡鈍)의 우(愚)를 범할 시간적 여유조차 남지 않았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은 이미 자국 산업을 지키기 위해 높은 관세 장벽을 치고 천문학적인 보조금과 세액공제를 쏟아붓고 있다. 통상 국가인 한국이 무작정 노골적인 관세 장벽을 높이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면, 최소한 우리 안방의 생산 기반을 단단히 지킬 유인책만큼은 확실히 마련해야 한다. 국회와 정부는 국내 전기차 생산 기반 확대를 위해 지연되고 있는 ‘국내 생산 세액공제(한국판 IRA)’ 관련 법안을 속도감 있게 입법 처리하여 든든한 방어막을 세워야 한다. 아울러 산업 현장의 노사 역시 소모적인 갈등을 멈추고 뼈를 깎는 혁신과 대승적 협력으로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정교하고 과감한 국가적 세제 지원과 완성차 업계의 맹렬한 혁신만이 붉은 해일로부터 대한민국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지켜낼 최후의 방파제가 될 것임을 각별 유념하고 실행으로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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